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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불’로 시작된 취재

 

불을 진화 중인 소방관들.png

▲ 전북 군산시에서 불법폐기물에서 난 불을 진화 중인 소방관들<사진>

 

 

쓰레기 산.png

▲ 불이 꺼진 뒤 드러난‘쓰레기 산’<사진>

 

 

 

 올해 6월 25일, 군산에 있는 어느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매일 얼마나 껐나, 언제 꺼지나를 두고 언론사마다 단신 기사를 쏟아낼 정도로 불은 대단했다. 6백 명 넘는 소방 인력이 매일같이 물을 쏴 결국 불은 일주일 만에 잡혔는데, 화염이 걷힌 뒤 드러난 광경은 더 대단했다. 취재하면서 그런 건 처음 봤다. 공장 안에 있던 건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산’이었고, 양은 1만 톤에 달했다.
 

 반복되는 화재 사건. 동기 취재기자와 함께 <불법 폐기물은 왜 이곳으로, 어떻게 왔나> 원초적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도주
 4월 2일에도 군산 한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역시 불법 폐기물이 쌓여있던 곳이다. 현상만 놓고 보면 폐기물 화재 사고였고,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두 화재에 얽힌 속 얘기는 달랐다.
 

 4월과 6월, 잇따라 불이 난 두 공장의 임차인은 같은 사람, 그러니까 김 씨였다. 김 씨를 비롯해 불법 투기 일당이 남의 공장을 빌려 벌인 일이었고, 김 씨는 불이 났을 땐 이미 도주한 뒤였다.
 

 추적 끝에 붙잡힌 ‘김 씨’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김 씨를 쫓았다. 저희 취재진도 그를 추적했다. 취재를 시작하며 던진 “폐기물이 왜 이곳으로, 어떻게 왔나”를 탐사하려면, 먼저 투기범을 찾아야만 했다.

 

 저희는 김 씨와 함께 일한 폐기물 브로커의 영업 동선을 거꾸로 추적했고, 광주광역시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한 폐기물 업자로부터 주요한 정보를 얻었다. 업자는 충북에 있는 한 공장에서도 같은 일, 폐기물 불법 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충북 진천으로 갔다. 공장엔 주인도 모르게 폐기물 3천 톤이 쌓여있었다. 공장주는 “제조업을 한다는 어느 남성에게 공장을 빌려줬더니 이렇게 됐다”, “그와 곧 만나 쓰레기를 치우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아직 경찰에 신고는 안했다”라고 했다. 임대차 계약서에 적힌 이름, 우리가 쫓던 수배 중인 김 씨였다. 추적 끝에 투기범 김 씨는 도주 5개월 만에 붙잡혔다.
 

 취재 끝에 밝혀낸 폐기물의 불법 고리

 취재 처음 던진 ‘원초적 궁금증’의 답을 알려면, 고리의 시작점까지 가야 했다. 결국 김 씨와 폐기물 브로커 사이 고리는 밝혀졌다.
 

 취재와 기획 보도는 사법기관의 수사를 앞서갔다. 저희가 불법 폐기물 문제를 투기범에 한정하지 않고 고리를 쫓았기에, 경찰 수사도 윗선 수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취재로 밝혀낸 폐기물업체 관계자들이 줄줄이 입건됐고, 탈법이 확연히 드러난 일부 업체는 지자체로부터 영업정지 행정 처분을 받았다. 저희는 사건의 현상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찾아나섰다. 허술한 제도와 지방정부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고, 최근 환경부는 해양쓰레기 처리 용역과 관련해 관련법을 손보는 일을 전향적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습에 당하지 않으려면 진열을 잘 정비해야 한다. 없는 제도를 꾸리고 있는 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다. 지금이 ‘반복되는 불법폐기물의 고리’를 쳐낼 칼을 벼릴 때가 맞다.
 

 

 

김동균 / KBS전주 kbs전주 김동균.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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