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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기]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전주MBC 조성우.jpg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고?’였다. 장화가 없으면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 발이 푹푹 꺼지는 뻘밭에 그늘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광활한 간척지, 두 달 후에 4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일 국제 행사를 치러야 할 곳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잼버리 불안한 시작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오래전부터 적어도 전라북도 지역 기자인 우리에게는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였다. 잼버리 개막 전부터 배수 문제, 폭염 대책 미비 등 끝없는 문제를 제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위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고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언론의 문제 제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습이었다.

 

 결국 잼버리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은 채 불안한 개영을 했다. 잼버리 첫날 현장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무질서 그 자체였다. 체감온도가 약 4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자신들의 숙영지를 배정받지 못한 채 땡볕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작은 부채에 의존해 더위를 견디고 있는 대원들 등 스카우트 정신으로 포장하기엔 청소년들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고 정말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에 개막 첫날부터 잼버리의 문제점에 대한 리포트를 제작했다. 굳이 문제가 되는, 될만한 곳을 찾아 취재하지 않아도 잼버리는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모든 곳이 문제였다.

 

 오전부터 시작되는 조직위 브리핑을 시작으로 취재기자와 함께 잼버리 현장을 이리저리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위생 문제, 식사 문제, 성추행 논란 같은 사건·사고가 쏟아졌고 조기 퇴영을 하는 국가들이 생겨나는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든 상황들을 담아내기 위해 취재, 영상기자 모두가 주말을 반납하고 잼버리에 매달려야 했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잼버리

 결국 새만금 잼버리는 조기 퇴영으로 막을 내렸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끝나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만금 잼버리는 4만여 명의 청소년들과 12일간의 일정을 진행하기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너무도 많이 받았다.

 

 잼버리는 참가 대원들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지역민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웰컴센터에 만난 자원봉사자 어머니는 먼 곳에서 찾아온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새만금 잼버리의 시작과 끝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던 영상기자로서 잼버리의 이런 찝찝한 마무리는 너무나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는 잼버리의 후속 리포트를 제작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잼버리는 끝났지만 기자들에게 잼버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잼버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후속 취재들을 통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문제점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 이것이 상처받은 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잼버리와 같은 미숙한 국제 대회 운영은 더 이상 한국에서 볼 수 없기를 바란다.

 

 전주MBC 조성우 기자 전주MBC 조성우 기자.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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