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특집부문 수상자.png

▲ 캐롤 발라드(Carol Valade), 클레망 디 로마(Clément Di Roma)


 우리의 취재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의 계략을 조명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은 푸틴의 그림자 부대로 알려진 러시아의 민간 군사 기업이다. 1년 반 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거의 10년 전부터 존재했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마피아 조직을 거쳐 크렘린궁과 요식업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한 전직 범죄자인 故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창립해 '푸틴의 요리사(셰프)'로 유명해졌다. 푸틴의 용병들은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의 나라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에서 인권 침해와 천연자원 약탈을 일삼으며 악명이 높아졌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전인 선전 활동을 펼치며, 우크라이나와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여 서방에 도전장을 던졌다.(을 도발했다.) 바그너 그룹은 친러 라디오국을 설립, 러시아 군인들을 기리는 동상 건설, 친러 메시지가 담긴 할리우드식 영화를 촬영해 공개 상영하는 걸로 모자라 러시아 기술이 들어간 현지 생산 보드카까지 판매했다. 특집부문 수상작은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러시아 지지자들과 바그너 그룹 피해자들을 취재해 양측의 의견을 모두 담았다.


 이 영상은 우리의 첫 다큐멘터리이자 2020년부터 시작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외신 특파원 업무의 정점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바그너 그룹이 일으킨 새로운 반란에서 촉발된 거센 폭력과 학대를 겪고 있다. 우리는 1년 반 동안 러시아 용병들의 감시와 프랑스 언론에 대한 적대감에 시달리면서도 여러 해외 매체를 조사·촬영하며, 뉴스를 내보냈다. 2018년에 바그너 그룹을 조사하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해된 러시아인 동료 오르한 제말, 키릴 라첸코, 알렉산드르 라스토르게프, 세 사람의 취재를 이어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 이후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취재는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불투명했다.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정보원들, 특히 용병들의 범죄를 고발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반대자들의 실종이 흔한 나라에서 정보원들의 익명성과 보안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몇 달간의 조사 끝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 선전 활동가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전에는 그들과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올해 8월, 바그너 그룹의 창립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에 반란을 일으킨 지 정확히 두 달 만에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은 여전한 잔혹성으로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고, 우리는 어디로 가든 취재를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아프리카 내 러시아의 작전에 대한 실체를 전 세계에 알리고, 대응방안에 대한 반향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이후, 일부 직원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제재를 받게 되었고, 우리의 활동은 미국·유럽·프랑스 당국의 감시와 주목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TV를 통해 여러 차례 방영되었고, 유럽 전역의 언론과 인터뷰하며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또한, 몇몇 국제 언론인들이 방기(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에 가서 우리와 비슷한 취재를 하는 것을 도왔다. 우리는 그들에게 연락처, 물류 등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제공했는데, 그것이 이야기의 영향력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의 인식을 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 세계의 영상기자들이 카메라를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가져가도록 격려하고 싶다. 영상기자들은 영상을 통해, 대중들을 결코 가지 않을 곳으로 데려갈 수 있고, 대중들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며, 취재 과정에서 인류에 대한 훌륭한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사람들이 국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다른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인종차별과 편협한 사고를 해소할 수 있다. 비록 취재지가 적대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곳이라 느껴질지라도, 누군가 항상 여러분을 도울 것이다. 취재원들은 언론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올 때 감사함을 느낀다. 언론인은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취재원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인들이 시간을 투자할수록 진정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최선의 인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촬영 중인 취재원들이 카메라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고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오프더레코드 발언이나 농담, 차 한 잔의 효과가 빠를 수도 있다. 취재원은 다큐멘터리의 목적이지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단지 도구가 아닌 본질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보도의 질이 취재하는 상황 속 언론인의 진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클레망 디 로마(Clément Di Roma) 특집 부문_Clément Di Rom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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