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한지은2.jpg
▲도쿄에서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MBC 한지은 기자

 일본 출장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내일모레 시찰단을 쫓아 일본 도쿄로 가라는 것이었다. 시찰단의 동선이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아 쉽지 않은 출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첫 출장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되다니, 설레는 반면 걱정이 앞섰다. ‘나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 선배를 잘 따라다니자 마음먹으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출장 당일 아침 일찍 회사로 와 공항으로 출발했다.  일본공항에 도착해 입국하는 시찰단의 모습을 잡기 위해 부랴부랴 수속을 마치고 입국장으로 나오자 이미 시찰단장은 취재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단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뭔가 잘 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단원들은 다른 공항으로 도착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이 출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둘째 날, 시찰단이 외무성에 기술 회의를 하러 들어오는 모습을 잡기로 했다. 들어올 수 있는 문은 총 세 개. 장소를 나눠 기다리기로 했고 나는 북문 앞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앞으로 버스가 한대 지나갔고 그 뒤를 기자들이 쫓아 달리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나도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쫓아 달려갔다. 이미 버스는 멀어져 갔고 달리는 게 의미 없다고 판단될 무렵 한 일본 기자가 반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의 정보력이 강하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무작정 나도 따라 달려갔다. 사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현장에서 흐름을 파악하고 순간순간의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셋째 날, 아침부터 후쿠시마 어디까지 들어가야 하는지 대한 회의가 이어졌다. 시찰단장이 브리핑을 한다고 공지한 장소가 제1원전과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피폭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이 브리핑은 도쿄지국에서 챙겨주기로 했고 우리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후쿠시마 어민들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원전과 60km 정도 거리의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들어갔다. 어민들과 선장들을 만나 입장을 들어보고 이후 수산물 직판장을 찾았다. 안에는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대형 홍보관이 들어서 있었다. 

 스케치를 하고 수산물 직판장에서 취재하는 영상기자 선배와 취재기자 선배의 모습을 담았다. 후쿠시마에서 만난 어민들과 선장들, 판매업자들의 입장 또한 꽤 흥미로웠던 포인트였다. 그들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입장 발표 전에는 오염수 방류로 인해 후쿠시마 바다가 오염되어 수산업이 주춤할까 걱정했던 입장이었다. 정부가 입장 발표를 하자 이들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후쿠시마에서 긴 하루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면서 영상기자 선배와 나, 취재기자 선배, 코디 선생님까지 묘한 동료애가 샘솟았다. 하늘이 어두워진 것을 바라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서로 마주 보지 않은 채로 꽤 오랫동안 달렸던 것 같다. 같은 장면을 바라보면서, 그러나 각자 딴 생각을 하면서. 그러다가도 잠깐씩, 동기화가 된 것처럼 같은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출장 기간 동안 총 네 번의 라이브를 했다. 여러 번의 라이브를 하면서 더 좋은 라이브 배경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찾아다녔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취재를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배경을 찾는 것이 ‘기자가 일본 현지에 와서 직접 취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옆에서 선배가 고심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짧은 시간 성장할 수 있었다. 언젠간 혼자 해외출장을 가서 1인분 이상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 아득한 미래처럼 느껴진다.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해내는 나를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무수히 애쓰고 분주해질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MBC 한지은 기자 MBC_한지은.jpg




  1. ‘처음’, ‘최초’, ‘새로운’ 그리고 ‘친환경’

    [현장에서] ‘처음’, ‘최초’, ‘새로운’ 그리고 ‘친환경’ - 파리올림픽 취재기 센 강에서 열리는 야외 개막식.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성비가 동일한 최초의 올림픽. 파리올림픽은 새로운 올림픽이 될 것임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
    Date2024.08.29 Views240
    Read More
  2. 나의 첫 올림픽 출장

    [현장에서] 나의 첫 올림픽 출장 - 파리올림픽 취재기 낯선 도시에 첫발을 내딛다. 모든 것은 한 통의 문자에서 시작되었다. "파리올림픽 취재 확정." 그 한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영상 기자로서 수많은 현장을 경험했지만, 올림픽은 또 다...
    Date2024.08.29 Views310
    Read More
  3. "갔노라, 보았노라, 기록했노라"

    [현장에서]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금지 호주 현장 취재기 “갔노라, 보았노라, 기록했노라” 카메라에 눈이 쏠렸다.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평화로운 3월 10일 일요일 인천공항에 기자들이 몰렸다. 게이트마다 한 팀씩 자리를 잡고 ...
    Date2024.05.08 Views1797
    Read More
  4. 타이완 지진. 언론인으로서의 '선택과 소회'

    [현장에서] '타이완대지진 현장취재기' 타이완 지진. 언론인으로서의 '선택과 소회' 이름 모를 타이베이 거리에서 TVU 중계를 마치고 인도에 걸터앉았다.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건 뉴스 시작 한 시간 반 전. 1보를 급하게 막았다. 오늘 아침 출근...
    Date2024.05.08 Views1732
    Read More
  5.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현장에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유치 성공하면 출장 다녀와서 쉬지도 못하겠네?’  출장을 준비하는 나에게 모두가 건네는 염원(?)일지 걱정일지 모르는 관심 속에 파리 출장길에 올랐다.  부산은 오랜 시간 세...
    Date2023.12.21 Views345
    Read More
  6.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현장에서]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실금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다. 괜스레 손을 가져다 대보지만 이물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유리창 바깥에서 난 상처 같았다. 내가 탄 방탄 버스의 양쪽 ...
    Date2023.12.21 Views396
    Read More
  7.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현장에서]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2023년 11월 29일 새벽 6시, 해경 부두에 정박한 3,000t급 대형 함정의 모습은 조금은 겁먹었던 나에게 든든한 위로를 주었다. 비로소 안심하며 생애 처음으로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경제수역...
    Date2023.12.21 Views248
    Read More
  8.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현장에서]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1분 30초, 그 너머를 보다 : RT 50분 10부작  진흙밭을 구르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직관적인 취재를 하고 싶은 욕망,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
    Date2023.12.20 Views905
    Read More
  9. 2023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도 광주처럼]

    Date2023.12.18 Views224
    Read More
  10.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변화 ▲ 게스빈 모하마드(Gesbeen Mohammad), 알렉산드라 오디노바(Aleksandra Odynova), 바실리 콜로틸로프(Vasiliy Kolotilov), 유리 미하일로비치(Yuri Mikhailovich(가명)  2022년 2월 24...
    Date2023.11.20 Views159
    Read More
  11.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 아담 데지데리오(Adam Desiderio), 줄리아 코체토바(Julia Kochetova,), 벤 C. 솔로몬(Ben C. Solomon)  "바흐무트 전투"는 시청자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진행 중인 분쟁에...
    Date2023.11.20 Views162
    Read More
  12.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 캐롤 발라드(Carol Valade), 클레망 디 로마(Clément Di Roma)  우리의 취재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의 계략을 조명하고 있다. 바그...
    Date2023.11.20 Views174
    Read More
  13.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 (왼쪽부터) 故볼로디미르 쉐브첸코(Vladimir Schewtchenco), 유리 볼다코프(Yuriy Bordakov), 故볼로디미르 타란첸코(Vladimir Taranchenko), 故빅...
    Date2023.11.20 Views149
    Read More
  14.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현장에서 - 항저우 아시안 게임 취재기]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코로나로 연기된 아시안게임  ‘아직도 코로나야? 또 한 번 코로나가 내 발목을 잡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안게임에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준비하던 나는 2022년 9...
    Date2023.11.15 Views190
    Read More
  15.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현장에서]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진짜 가는 것, 맞아?” 짐을 싸던 아내가 몇 번을 물었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고 나서,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을 때쯤이었을까. 말없이 짐을 같이 챙겨준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눈가에 고인 눈...
    Date2023.11.15 Views217
    Read More
  16.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현장취재기]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고, 상당수가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제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
    Date2023.08.31 Views270
    Read More
  17.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현장취재기]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궁평 제2지하차도가 집중호우로 인해 임시제방이 유실되면서 물에 잠겼다. 그 안에는 시내버스, 화물차 등 15대의 차량이 있었다. 취재진은 ...
    Date2023.08.31 Views252
    Read More
  18.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현장취재기]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올여름 살인적인 더위로 우리나라에선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상황도 마찬...
    Date2023.08.31 Views269
    Read More
  19.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현장취재기]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고?’였다. 장화가 없으면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 발이 푹...
    Date2023.08.31 Views188
    Read More
  20.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도쿄에서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MBC 한지은 기자  일본 출장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내일모레 시찰단을 쫓아 일본 도쿄로 가라는 것이었다. 시찰단의 동선이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아 쉽지 않은 출장이...
    Date2023.06.29 Views540
    Read More
  21.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니가 가라, 프랑스’ 영상취재부장에게 온 문자 한 통으로 첫 해외 출장이 결정되었다. 아이템은 <직지>. 1377년 고려시대 청주목 사찰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
    Date2023.06.29 Views48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