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오월광주상 수상자.png

▲ (왼쪽부터) 故볼로디미르 쉐브첸코(Vladimir Schewtchenco), 유리 볼다코프(Yuriy Bordakov), 故볼로디미르 타란첸코(Vladimir Taranchenko), 故빅토르 크리프첸코(Viktor Kripchenko, 우크라이나)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번영을 기원합니다. 권위 있는 오월광주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깊은 감사와 감동을 담아 수상소감을 작성합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체르노빌을 취재했던 운명적인 날이 지난 지 37년이 되었고, 세계는 수많은 사건과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비극적인 사건을 취재한 작품을 기억하고 기린다는 건 저와 아직 살아 있는 촬영 스태프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기억하고 기림으로써 진실을 밝힌다"는 핵심 임무가 우리의 마음 속에 깊이 와닿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재앙적 사건이었고, 언론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우리의 의무는 세계가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인재를 잊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취재하는 동안 가장 어렵고 중요했던 건 인간의 고통과 희생의 크기였습니다. 저는 재난의 실체와 재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의 영웅적인 노력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인간의 비극을 목격하는 건 신체적, 정서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우리가 넘어서야 했던 수많은 방해물들이 떠오릅니다. 방사능 수치는 위험할 정도로 높았고, 작업 환경은 가혹했으며, 우리 팀이 겪었던 고충은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1986, 재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을 묘사하기 위해 "체르노빌라이트(Chernobylite)"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원자로 아래 갱도의 어둡고 깊은 곳으로 내려갔고, 잔해로 가득한 옥상에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위험하더라도 진실을 기록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인류의 재앙이 닥친 체르노빌에서, 자연의 회복력을 가슴 아프게 일깨워주며 피어난 과일나무의 아름다움이 잊히지 않습니다. 텅텅 빈 거리, 재앙을 겪은 젊은 도시가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점점 더 분명해졌습니다. 그것은 제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냉철한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 가장 예상치 못한 사건의 전환기에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전 세계와 소련 전역의 사람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악몽에 시달리던 저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원자력 발전의 참상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국가 간의 통합과 이해의 중요성에 대한 교훈입니다.


 우리는 지금 파괴적인 갈등의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러시아 침공은 우리 세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극명한 차이입니다.


 전 세계 언론인들에게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자 증인으로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종종 큰 위험을 수반하는 고귀한 소명입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역사로부터 배우고, 더 나은 안전한 세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인의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역경 속에서도 언론인의 소명을 다하기를 간청합니다.


 마지막으로, 오월광주상을 수상하게 된 데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오월광주상 수상은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며,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기리는 저널리즘의 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합니다. 체르노빌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헌신한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여 오월광주상을 받습니다. 대단한 영광에 감사드립니다.


유리 볼다코프 (Yuriy Bordakov) 유리 볼다코프 사진 003.jpg





  1. ‘처음’, ‘최초’, ‘새로운’ 그리고 ‘친환경’

    [현장에서] ‘처음’, ‘최초’, ‘새로운’ 그리고 ‘친환경’ - 파리올림픽 취재기 센 강에서 열리는 야외 개막식.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성비가 동일한 최초의 올림픽. 파리올림픽은 새로운 올림픽이 될 것임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
    Date2024.08.29 Views240
    Read More
  2. 나의 첫 올림픽 출장

    [현장에서] 나의 첫 올림픽 출장 - 파리올림픽 취재기 낯선 도시에 첫발을 내딛다. 모든 것은 한 통의 문자에서 시작되었다. "파리올림픽 취재 확정." 그 한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영상 기자로서 수많은 현장을 경험했지만, 올림픽은 또 다...
    Date2024.08.29 Views310
    Read More
  3. "갔노라, 보았노라, 기록했노라"

    [현장에서] 이종섭 호주대사 출국금지 호주 현장 취재기 “갔노라, 보았노라, 기록했노라” 카메라에 눈이 쏠렸다.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평화로운 3월 10일 일요일 인천공항에 기자들이 몰렸다. 게이트마다 한 팀씩 자리를 잡고 ...
    Date2024.05.08 Views1797
    Read More
  4. 타이완 지진. 언론인으로서의 '선택과 소회'

    [현장에서] '타이완대지진 현장취재기' 타이완 지진. 언론인으로서의 '선택과 소회' 이름 모를 타이베이 거리에서 TVU 중계를 마치고 인도에 걸터앉았다.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건 뉴스 시작 한 시간 반 전. 1보를 급하게 막았다. 오늘 아침 출근...
    Date2024.05.08 Views1732
    Read More
  5.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현장에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유치 성공하면 출장 다녀와서 쉬지도 못하겠네?’  출장을 준비하는 나에게 모두가 건네는 염원(?)일지 걱정일지 모르는 관심 속에 파리 출장길에 올랐다.  부산은 오랜 시간 세...
    Date2023.12.21 Views345
    Read More
  6.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현장에서]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실금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다. 괜스레 손을 가져다 대보지만 이물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유리창 바깥에서 난 상처 같았다. 내가 탄 방탄 버스의 양쪽 ...
    Date2023.12.21 Views396
    Read More
  7.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현장에서]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2023년 11월 29일 새벽 6시, 해경 부두에 정박한 3,000t급 대형 함정의 모습은 조금은 겁먹었던 나에게 든든한 위로를 주었다. 비로소 안심하며 생애 처음으로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경제수역...
    Date2023.12.21 Views248
    Read More
  8.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현장에서]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1분 30초, 그 너머를 보다 : RT 50분 10부작  진흙밭을 구르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직관적인 취재를 하고 싶은 욕망,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
    Date2023.12.20 Views905
    Read More
  9. 2023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도 광주처럼]

    Date2023.12.18 Views224
    Read More
  10.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변화 ▲ 게스빈 모하마드(Gesbeen Mohammad), 알렉산드라 오디노바(Aleksandra Odynova), 바실리 콜로틸로프(Vasiliy Kolotilov), 유리 미하일로비치(Yuri Mikhailovich(가명)  2022년 2월 24...
    Date2023.11.20 Views159
    Read More
  11.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 아담 데지데리오(Adam Desiderio), 줄리아 코체토바(Julia Kochetova,), 벤 C. 솔로몬(Ben C. Solomon)  "바흐무트 전투"는 시청자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진행 중인 분쟁에...
    Date2023.11.20 Views162
    Read More
  12.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 캐롤 발라드(Carol Valade), 클레망 디 로마(Clément Di Roma)  우리의 취재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의 계략을 조명하고 있다. 바그...
    Date2023.11.20 Views174
    Read More
  13.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 (왼쪽부터) 故볼로디미르 쉐브첸코(Vladimir Schewtchenco), 유리 볼다코프(Yuriy Bordakov), 故볼로디미르 타란첸코(Vladimir Taranchenko), 故빅...
    Date2023.11.20 Views149
    Read More
  14.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현장에서 - 항저우 아시안 게임 취재기]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코로나로 연기된 아시안게임  ‘아직도 코로나야? 또 한 번 코로나가 내 발목을 잡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안게임에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준비하던 나는 2022년 9...
    Date2023.11.15 Views190
    Read More
  15.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현장에서]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진짜 가는 것, 맞아?” 짐을 싸던 아내가 몇 번을 물었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고 나서,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을 때쯤이었을까. 말없이 짐을 같이 챙겨준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눈가에 고인 눈...
    Date2023.11.15 Views217
    Read More
  16.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현장취재기]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고, 상당수가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제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
    Date2023.08.31 Views270
    Read More
  17.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현장취재기]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궁평 제2지하차도가 집중호우로 인해 임시제방이 유실되면서 물에 잠겼다. 그 안에는 시내버스, 화물차 등 15대의 차량이 있었다. 취재진은 ...
    Date2023.08.31 Views252
    Read More
  18.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현장취재기]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올여름 살인적인 더위로 우리나라에선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상황도 마찬...
    Date2023.08.31 Views269
    Read More
  19.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현장취재기]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고?’였다. 장화가 없으면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 발이 푹...
    Date2023.08.31 Views188
    Read More
  20.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도쿄에서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MBC 한지은 기자  일본 출장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내일모레 시찰단을 쫓아 일본 도쿄로 가라는 것이었다. 시찰단의 동선이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아 쉽지 않은 출장이...
    Date2023.06.29 Views540
    Read More
  21.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니가 가라, 프랑스’ 영상취재부장에게 온 문자 한 통으로 첫 해외 출장이 결정되었다. 아이템은 <직지>. 1377년 고려시대 청주목 사찰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
    Date2023.06.29 Views48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