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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기]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SBS 양지훈 기자.jpg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올여름 살인적인 더위로 우리나라에선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 로마는 연일 최고 기온 40도를 웃돌았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시칠리아섬은 최고 온도 47.6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구 전체가 펄펄 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극한의 더위는 제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폭염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갈 때면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광선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의 협공으로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물을 맞으며 뛰노는 아이들을 찍고 나면 나도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현장은 폭염의 절정이었던 8월 초의 비닐하우스였습니다. 폭염의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하던 어르신들께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직접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측정하여 시청자들께 폭염에 밭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온도계로 내부 온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결과는 45. 대구 출신으로 나름 더위에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그 숫자와 함께 완전히 붕괴됐습니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스케치와 스탠딩을 마치고 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속에 다녀온 듯 젖어있었습니다. 제 상의만을 젖게 했던 광화문의 열기는 이곳 비닐하우스 열기에 비하면 버틸 만한 것 같기도 합니다. 진짜 문제는 축축해진 옷가지가 아니라 이후 찾아온 증세였습니다. 두통, 메스꺼움, 무기력함. 더위 먹음 증상의 대표적인 세 녀석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에어컨이 틀어진 휴식 공간으로 들어가 찬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혔습니다.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과연 이 경험이 저만의 특이한 경험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서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더 위험한 현장을 취재하신 분들도 분명히 계실겁니다. 생생한 현장을 취재하여 시청자들께 전달하는 영상기자로서 기후위기와 폭염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맞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기상청에서 알려주는 폭염 대처 방법은 이렇습니다. 폭염 취재 시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모자나 자외선 차단제를 적극 사용해야 합니다. 우산 등을 활용해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도 좋습니다. 취재 중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늘이 있는 곳에서 적당한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보다 생수나 이온 음료를 마시는 편이 낫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적극 적용해야 할 방법들로 보입니다.

 

 어느 학자의 말이 기억에 또렷이 남습니다. 올해 우리가 경험한 이 여름이 앞으로 경험할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하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운 여름이 우리의 일생 동안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제 기후변화와 폭염이 우리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할 때입니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우리의 안전입니다. 폭염을 현명하게 대처하고 자신의 안전을 지키며 현장을 누비는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SBS 양지훈 기자 SBS_양지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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