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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jpg





퇴근시간 무렵,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기로 하였기에 “퇴근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내근데스크가 조용히 와보라고 한다. 왜일까? 내일 조근일정이 갑자기 생겼나 싶었다. 궁금함을 가득 느끼며 가까이 가니, “현상이 너 홍콩가야겠다.”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생길 때 하는 표현이 “홍콩 간다!” 이듯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엄청난 착각이었다. 홍콩 시위 덕분에 급작스레 잡힌 출장이었던 것이다. 바다건너 남의 나라 시위까지 취재를 한다는 것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두 시간 정도 급히 짐을 챙기고, 다음 날 새벽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도착했다. 
이미 쌀쌀해진 한국날씨와는 다르게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후덥지근한 기온이 느껴졌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출장준비를 하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중국 령의 자치구라는 점이었다. 중국출장에서 ENG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생기는 제약이 홍콩시위취재에서 생길 것 인가에 대한 걱정. 공항에서 장비를 압류당해 취재를 못하는 상황의 발생은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홍콩시위(우산혁명) 발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1997년 영국령에서 중국으로 홍콩이 반환되면서 약속되어진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 부여, 향후 50년간 기존체제 유지”등등의 약속이행의 뒷면에 중국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지에의 반발이라 볼 수 있다. 홍콩을 운영하는 “행정장관”의 임명에 있어 홍콩시민들은 자유로운 직선제를 원하고,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행정장관을 임명하려는 데서 오는 갈등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공권력의 시위진압(물대포, 최루탄)에 우산으로 맞서는 평화시위라는데 그 의미가 있었다. 
 
 시위는 "홍콩섬" 2곳(센트럴, 커즈웨이 베이)과 "구룡 반도"의 2곳(몽콕, 침사추이)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그중 우리는 홍콩 시청건물과 행정관의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는 “센트럴”을 취재의 본거지로 삼기로 한다. 시위대들이 도로 자체를 막아버려서 승용차를 타고는 현장에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심지어는 택시도 근처로 가려하지 않았다. “이동수단 지하철 확정.” 졸지에 홍콩에서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였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그간 취재현장 코앞까지 데려다준 회사의 기사님들 생각이 났다. 

  지하철로 두정거장 떨어진 "성완“에 숙소를 정하고 취재지로 향했다. 센트럴 광장에 도착하니 정말 구름 같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시위대는 기본적으로 평화적 시위를 하고 있었다. 출장 전 보았던 경찰과 강경하게 대치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찰에서 한걸음 물러난 영향도 있겠지만, 그 많은 시위대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 경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신기했다. 한국 시위현장에선 가끔 시위대보다 경찰이 더 많아 보이기도 했는데 여기에선 관공서 입구를 지키는 소수의 경찰들만이 눈에 띄었다. 경찰들에게 누구를 위한 경찰이냐고 묻는 시위대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시위현장에 생각이 겹친다. 

 시간이 지나며 시위대와 공권력의 충돌보다는 오히려 시위대와 반시위대간의 충돌이 더 자주 발생했다. 생계활동의 방해에서 비롯되어진 반시위대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는 가지만, 홍콩 자체의 미래를 위해 시민 모두가 시위를 지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취재를 마친 후 숙소에서 인터넷 송출은 안정적인 속도 덕분에 수월했다. 

 ENG카메라을 들고 취재를 다니는 동안 예상외로 홍콩시민들이 SBS 로고를 많이 알아보는데 놀랐다. 아마도 그간 홍콩에 방송된 한국 예능프로나 드라마의 영향이리라. 덕분에 시위대들은 타국의 취재팀에게 꽤나 호의적이었다. 조금 더 몸가짐에 신경이 쓰인다. 

5박6일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 편에 오르며 평화적인 시위대와 그 시위대들을 강제로 진압하지 않는 홍콩경찰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건 오산이었다. 며칠 후 강제진압을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이랑 별반 다를게 없네.”





김현상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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