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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어느 날 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 큰 파도와 폭우가 몰아쳤다. 05시 30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회사의 전화를 받고 출근한 나와 오중호 기자(취재기자)는 당장 배를 타고 위도로 들어가라는 팀장님의 명령을 받았다. 또 수해구나.. 취재진은 마음을 굳게 먹고 항구로 향했다.

 위도로 들어가는 뱃길은 1993년 10월 기상악화로 인해 서해훼리호가 파도에 강타당해 침몰한 지역이다.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우리나라 해상재난 중 인명피해가 가장 큰 사고의 기억을 안고 있는 물길이었다. 이날의 기상상황은 지난 1993년과 똑같았다. 장대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파도 역시 높게 일고 있었다. 배에 올라탄 취재팀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와 같았다. 당장이라도 배가 침몰할 수 있는 기상상황에서 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시청자의 눈을 대표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배 위에서 억지로 잠을 청해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며 한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위도에 도착하였다. 이게 무엇인가! 눈앞의 광경은 최악의 장면으로만 편집해 놓은 자료화면 같았다. 벽돌 담장이 힘없이 무너졌고, 파도에 밀려온 승용차들은 집과 화단 사이에 쳐 박혀 있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논밭은 각종 생활 쓰레기로 뒤덮였고, 학교 운동장에는 바다에서 휩쓸려온 숭어들이 펄떡이고 있었다. 새벽에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는 30 여 가구가 사는 마을을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안방에서 잠을 자던 노인 부부는 집을 잃고 울고 있었다. 공무원과 소방관 등 백여 명이 응급 복구에 나섰지만 가재도구는 완전히 못쓰게 됐다.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위도 주민들은 한숨만 절로 나왔다.

 영상 스케치를 마치고 인터뷰를 담고 회사로 복귀하려는 순간이었다. 먼 산 속에서 나의 눈에 띄는 파란색 물체가 있었다. 취재기자와 산에 올라 다가가 보니 고깃배였다. 높은 파도에 휩쓸린 1.5톤 규모의 고깃배가 부서진 채 방파제에서 50미터 위쪽의 산까지 올라와 있었다.  위의 사진은 취재기자와 이음말을 상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해 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가까이 다가가는 카메라기자가 카메라 스킬이 좋은 카메라기자를 이긴다.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느냐에 따라 영상의 생동감이 판가름 난다. 매년 발생하는 수해, 산불... 매일 발생하는 화재, 사고... 그 모든 순간에 우리 카메라기자들은 항상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안광석 / KBS전주총국 보도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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