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라오스 SK 건설
댐 붕괴 현장을 다녀와서
 
 
 웬만한 4륜 SUV 차량이 아니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진흙 도로가 끝없이 보였다. 나름 아스팔트가 깔린 라오스 메인도로를 벗어나 2시간 이상 달렸다. 곳곳이 파이고 물이 차올라 시속 10킬로 내외로 조심스레 운전하지만 덜컹거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깊게 파인 물웅덩이를 지날 때면 의자에서 몸이 붕 떠버려 강한 연쇄 충격을 받아 몸과 머리가 따로 놀아 머리가 멍해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실어놓은 장비 짐들이 고장 나지 않도록 손으로 단단히 눌러야만 했다.
 
진흙에 바퀴가 빠지면 장정 여럿이 앞에서 밀고 뒤에서 밀고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만 육중한 차를 겨우 빼낼 수 있었다. 물이 넘쳐흐르는 곳에서는 차를 멈추고 통과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워낙 물살이 세서 조심스레 발을 담가보며 수심을 체크했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보조댐이 무너진 지 5일째이자 현지 취재 사흘째인 7월 28일, 최악의 환경에서 취재를 이어가는 우리 모두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이때 전날 SK건설 측에서 사고 난 댐까지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알려왔다.
 
산사태로 통제되었던 길목을 겨우 뚫었다는 것이다. 이에 현지에 급파된 한국 취재진들은 동이 트자 각자 마감시간에 뉴스를 데기 위해 서둘러 출발하였다. 차량이 댐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최대한 가능한 곳까지 달려야만 했다.
 
 댐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표지판 이후부터는 길이 더 좁아지고 험난해졌다. 산 골짜기를 막아놓은 댐이라 경사도 점점 심해졌다. 어느 순간 선두에서 안내하던 차량이 멈춰 섰다. 밀림 속에 공사를 위해 만든 길이라 주변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차가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온 것인가 생각하고 모두들 차에서 내렸다. 웅성거리고 있는 선두 대열로 가보니 우리를 안내하던 도요타 픽업트럭 본네트가 열려있었다. 엔진 이상인지 더 이상 운행이 불가한 것같았다. 여기서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엔진 열을 식히는 것뿐이었다.
 
 출발할 때 예상한 것보다 훨씬 멀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퍼져버린 선두 안내 차량을 뒤로하고 다시 댐 현장으로 달렸다. 이날 장비가 많아 4륜 픽업트럭을 놔두고 밴을 타고 온 우리팀은 점점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붉은 진흙으로 덮인 난코스의 언덕길이 보였다.
 
입자가 너무 고운 데다 물을 한껏 머금고 있어서 밴이 치고 올라가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은 길이 나타난 것이었다. 다른 픽업트럭들은 굉음을 내며 흙탕물을 사방으로 튀기며 올라갔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국 시각으로 2시가 넘었다.
 
촬영을 마치고 송출이 가능한 지역으로 가려면 적어도 3시간은 잡아야 했다. 출발 전 오늘 하루는 수월하게 취재를 마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의 어설픈 낙관적 예상은 100% 빗나갔다. 초조와 긴장만이 감돈 채 최소한의 장비만 챙기고 차에서 내려 무작정 걸어야만 했다.
 
 날은 덥고 습했다. 볼라벤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한국보다는 기온이 낮다는데 위안을 삼으며 묵묵히 걸어갔다. 다행히 한 고개를 넘으니 드디어 댐 현장이 멀리서 보였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메인 댐이 아닌 물이 차오를 경우 흘러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골짜기에서 골짜기를 막은 새들댐(보조댐)이었다.
 
그러나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으로 짐작컨대 무너지기 전에는 꽤 거대한 보조댐이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수압으로 댐에 틈이 생기고 윗부분이 쓸려나가면서 결국에는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단단하게 밑에서부터 사다리 모양으로 댐을 다진 후 그 위에 도로로 이용하기 위해 아스팔트를 깔아놓은 형태였다. 하지만 아스팔트는 16미터 아래로 조각나 부서져 있었다.
 
 당시 쏟아졌던 1100mm 비의 양은 서울의 1년 강수량과 맞먹었다. 아직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어마어마한 대자연의 수압이 대한민국 건설사가 시공한 16m 댐을 처참하게 붕괴시켜 버린 것이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의 목숨과 생활터전 모든 것을 순식간에 집어삼켜버렸다.
 
주변국으로 전력 수출을 하여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라오스 국가의 대계획으로 인해 평온했던 수천 명의 삶의 터전이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가며 촬영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였다. 쉼 없이 움직이며 촬영해 기록했다. 동시에 무수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전날 수몰된 마을을 어렵게 다녀왔었다. 그곳에서 주민 한 명을 마주쳤다.
 
아직까지 물이 다 빠지지 않아 안전상 위험구역으로 정해져 군인이 통제했다는 곳이다. 민간인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그곳에 살림살이 하나라도 건져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집안 곳곳을 찾는 라오스 주민. 너무 많이 울어 눈물이 말라버린 눈동자. 서둘러 댐 촬영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 돌아오는 길에 내 머리 속에서 그의 뒷모습이 아른거리며 잊히지 않았다.
 
배문산 / SBS    배문산.jpg

 

 



  1. 차량 추적, 그 위험한 줄타기

    차량 추적, 그 위험한 줄타기 “검은색 승용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열 대가 넘는 차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차를 따라붙는다. 시속 100km가 넘으면서도 수시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경쟁적으로 검은 차에 필사적으로 렌즈를 갖다 댄다.” 이...
    Date2019.05.08 Views433
    Read More
  2. 한국산‘ 불법 수출 쓰레기’ 필리핀 떠나던 날

    한국산‘ 불법 수출 쓰레기’ 필리핀 떠나던 날 지난 1월 11일, 영상취재팀 캡으로부터 해외출장 준비를 해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외 재난·재해도 없던 때라 출장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알게 된 취재...
    Date2019.03.12 Views496
    Read More
  3. 세상 열심히 변기를 찍다.

    세상 열심히 변기를 찍다.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전 데스크가 내게 취재 일정을 부여하며 던진 한 마디, “내일 2분 분량 정도로 변기를 찍는대… OOO 취재기자 하고 상의해봐”, “네? 변기 촬영만으로’ 2분 리포트를요?&...
    Date2019.03.12 Views531
    Read More
  4. 우리가 아는 ‘팀킴’은 김경두의‘ 킴’이었다

    우리가 아는 ‘팀킴’은 김경두의 ‘킴’이었다 지난 11월 8일, 대구의 한 세미나실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평창 동계 올림픽의 스타‘ 팀킴’이 있었다. 그들은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눈물을 흘렸다. 아마 평창에서 이들을 취재...
    Date2019.01.02 Views500
    Read More
  5. ‘만족합니다’

    ‘만족합니다’ ‘제가 누른 리코딩 버튼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세상을 바꾸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내가 입사 면접에서 이야기한 자기소개의 한 문장이다. 지난여름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의 이른바‘ 황제 보석’을 ...
    Date2019.01.02 Views677
    Read More
  6. 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지난 10월 6일 강력한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도착한 후 경남 통영을 지나 경북 영덕에 상륙을 했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경북 영덕 강구면에는 큰 피해...
    Date2018.12.20 Views453
    Read More
  7. [2018 제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기] '2018 평양' 그 새로운 여정

    '2018 평양' 그 새로운 여정 지난 9월 15일은 30여 년 가까이 영상기자로 언론사에 몸담고 취재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날이었다.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선발대로 자동차를 이용한 육로로 개성에서 평양까지 가볼 수 있는 ...
    Date2018.12.19 Views372
    Read More
  8.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기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기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세기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남북정상이 11만에 다시 한자리에 섰다. 그때의 두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때만큼 뜻 깊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한 번 그들의 특별한 만남을 가까이서 지...
    Date2018.12.19 Views449
    Read More
  9.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취재기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취재기 ▶ 인도네시아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두려움보다는 막막함이 앞섰다. 입사 후 떠나 는 첫 해외 출장이었다. 취재를 위해 서울을 출발할 때만 해도...
    Date2018.12.19 Views329
    Read More
  10. 고양시 저유소 화재와 드론 영상

    고양시 저유소 화재와 드론 영상 2018년 10월 7일, 점심 식사를 하고 회사로 돌아 오는 길에 가을이 왔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청명하고 파란 하늘 사이로 시커먼 기둥의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검색을 해보 니 고양시에 있는 저유소...
    Date2018.12.19 Views423
    Read More
  11. 아시안게임 취재기 -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취재기>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혼잡 “어이쿠, 저렇게 껴들면 사고 안 나요?” 8월 13일 밤, 아시안게임 취재를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
    Date2018.10.19 Views425
    Read More
  12. 아시안게임 취재기 - 우당탕탕 Jakarta

    <아시안게임 취재기> 우당탕탕 Jakarta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는 필자 인도네시안 타임 도착하자마자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아시안게임 델리게이트 레인으로 입국심사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끝났지만, 위탁 수하물을 찾을 때부터 ‘인...
    Date2018.10.19 Views481
    Read More
  13. 라오스 SK 건설 댐 붕괴 현장을 다녀와서

    라오스 SK 건설 댐 붕괴 현장을 다녀와서 웬만한 4륜 SUV 차량이 아니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진흙 도로가 끝없이 보였다. 나름 아스팔트가 깔린 라오스 메인도로를 벗어나 2시간 이상 달렸다. 곳곳이 파이고 물이 차올라 시속 10킬로 내외로 ...
    Date2018.10.19 Views554
    Read More
  14.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더운 여름날‘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 대해 취재하게 되었다. 폭염에 지쳐 있을 무렵이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도박에 빠져있습니다.’ 하고 겉핥기식으로 끝날 것이...
    Date2018.10.19 Views438
    Read More
  15. 평화, 새로운 시작 4.2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평화, 새로운 시작 4.2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6.13 지방선거가 있었고 대한민국은 파란 나라가 된 듯하다. 평창올림픽부터 시작된 평화의 무드, 전번의 우라질 정권이 망쳐놓은 평화적 외교적 관계들이 점차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다. 우리 청와대 출입 기자들...
    Date2018.07.05 Views1082
    Read More
  16.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회담만큼 이슈가 된 날씨 지난 6월 12일,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회담이 싱가포 르에서 개최됐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담고자 한국 취재진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사 취재진이 싱가 포르...
    Date2018.07.05 Views1872
    Read More
  17. 러시아 월드컵 현장

    러시아 월드컵 현장 월드컵을 향하여 어린 시절, 러시아는 공산주의 붉은 장막에 가려 있었다. 또 동시에 소비에트 깃발의 낫과 망치,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얼굴 등 섬뜩하고 무시무 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러시 아 영토 안에 진입한...
    Date2018.07.05 Views1041
    Read More
  18. 압승 후에 찾아올 일

    압승 후에 찾아올 일 “오늘부로 민주노총은 모든 노사정 대화에서 불참하겠습니다.” 지난 5월 22일 새벽 2시가 넘은 국회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 협상 결과 보다는 퇴근시각이 더 궁금한 지겨운 상황에서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왔...
    Date2018.07.04 Views901
    Read More
  19. 폐어선‘ 스쿠버다이빙 성지’ 변모 해중공원 수중촬영기

    폐어선 ‘스쿠버다이빙 성지’ 변모 해중공원 수중촬영기 똑같은 파도, 똑같은 백사장을 놓고 경쟁하던 때는 이미 지 났다. 여러 시·군 지역에서는 특색이 있는 해양 레포츠에 승부를 걸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이미 서핑,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 한 ...
    Date2018.07.04 Views1290
    Read More
  20. 제1차 정상회담 취재기 - “우리 민족의 기록입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우리 민족의 기록입니다"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파인더 속에서 맞잡은 두 손을 추켜올리며 환하게 웃던 남북의 두 정상은 이제 고인이 됐다. 방 한 구석의 상자를 뒤적이며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기자도 이제는 환갑의 나...
    Date2018.04.26 Views1896
    Read More
  21.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2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2007년 10월 ▲카메라에서 왼쪽부터 KBS 이홍우, KBS 홍병국(필자)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영상기자로서 이번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의 ...
    Date2018.04.26 Views130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