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문가 파견교육  후기
20140917_15595822.jpg



촬영기자 생활을 하면서 출장을 많이 다녔지만 늘 출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가게 되죠.
이번에도, 여러번 갔던 중국으로의 출장명령을 받았습니다. 북한 일차 핵실험 때 북 중 국경에서 중국 측에 억류 됐던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 중국으로 또 출장을 가라니..출장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일상적인 취재 출장도 아니고 강의를 하라니.. 9월16일부터 9월25일까지 연변지역의 한민족 방송인들을 대상으로 뉴스영상제작 관련 강의를 오더 받은 것입니다.
얼떨결에 가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막막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지 또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거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동안 강의를 해야 한다니..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있는데 .연변 측에서 강의 요청서가 날아왔습니다. 

KBS 전문가 파견교육 희망내역 
(중국 연변TV방송국)
 

김철호
(金喆鎬)
보도영상국
촬영기자
- 특종뉴스, 집중취재의 기획으로부터 현장촬영
과 후기제작경험을 위주로 강의 바람. 
- 특히 적발프로그램촬영시 임기응변의 방법과
수단 등등
1.     새로운 TV촬영제작기술 소개 및 그 전망
2.     카메라렌즈 언어 기교를 어떻게 장악?
3.     TV 촬영기술 및 카메라의 이펙트에 대한 해석
4.     카메라 줌렌즈의 사용기교
5.     TV촬영의 구도원칙 및 기교
6.     TV촬영의 이동 구현수단
7.     뉴스주제에 대한 카메라맨의 영상표달수법
8.     다큐촬영및 대형회의,이벤트의 촬영
9.     뉴스촬영의 광선사용 및 광선을 예술적으로 처리한 실례
10.  HD촬영의  기술 및 예술
11.  HD촬영에서의 주의점
12.  HD카메라의 보조변수 조절 및 영상화면 질에 대한 영향

이런 강의 요청서를 받아보고는 더 암담했습니다.
요청내용을 보면 아주 초보적인 사항부터 요청이 들어온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뉴스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어떤 눈높이로 강의를 해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평생 해온 촬영기자의 일이라 ‘일주일 썰 못 풀까’ 하고 편히 생각했었는데 막상 강의를 준비하려니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어찌 어찌.. 현업을 하며 강의준비를 했고..연변에 도착해서 첫날. 현지에서 만난 담당직원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분들이 대부분 방송경력 5-10년차 이상이라는 겁니다..거기다 생각보다 현지방송환경은 우리의 방송환경과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아직 정부의 통제가 심했고..대부분의 아이템이 일주일 전부터 정해진다는 겁니다. 데일리 뉴스를 하는 사람이 일주일 전에 아이템이 정해진다니..나로서는 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였지만 현지에서는 그게 정상이였습니다. 

거기다 연변조선어방송채널, 연변텔레비전뉴스종합채널, 연변위성중심,연변텔레비전방송국, 도문텔레비전방송국, 용정텔레비전방송국, 왕청텔레비전방송국 7개 회사에서 종사하는 64명이 강의를 듣겠다고 신청했다는 것 이였습니다. 

많은 인원에 놀랐고 그분들의 경력에 놀랐고. 저 같은 사람의 강의를 듣겠다고 멀리에서 오신 그분들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강의를 앞둔 첫날 잠꾸러기인 제가 잠을 설칠 만큼 긴장이 됐었습니다. 드디어 첫 강의 시간. 제가 준비해 간 첫 강의는 HD시대의 영상문법이었습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그분들의 반응이 묘했습니다.

다 아는걸 다시 듣는 건지 아니면 몰랐던 새로운 걸 접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질문도 없고 내가 질문을 해도 답도 없고..답답한 첫 강의가 지나고 이튿날..최대한 제가 준비해간 뉴스영상을 보여주며 재미있게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역시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지 좀 무뚝뚝하던 이분들도 이틀이 지나니 좀 친해졌는지 질문도 하기 시작하고 쉬는 시간에 서로 담배를 권하기도 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졌습니다.

아마도 같은 일을 한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나 봅니다. 제가 준비한 강의 진도에 방해가 될 만큼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송환경에 대한 논쟁도 벌이게 되구요. 심지어는 온에어 방송된 것을 모니터 해달라는 부탁도 받았습니다. 그쪽 방송을 모니터하다보니 대략 우리방송보다 10년쯤 뒤져있는게 느껴지더군요. 

카메라는 HD를 쓰면서도 막상 방송은 SD로 하는  것이나..좀 작은 규모의 방송국에서는 6mm카메라를 쓰고 있었구요.. 심지어는 이미지라인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고. 또 우리가 보기엔 편집이 안되는 컷들을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원샷들을 계속 연결해서 편집할 걸 보고 왜 이렇게 편집하냐고 핀잔을 주니..그 쪽에서는 주요인사는 이렇게 원샷으로 방송해야한다고 하더군요..

그 어떤 방송편집이론이 무색해지는 말에 씁쓸한 웃음도 나더군요. 특히 강의하는 동안 그쪽에서 쓰는 방송용어와 영어와 일어가 많은 우리의 방송용어가 달라서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일단 방송용어는 중국어가 대부분이었는데요, 미속촬영은 거기서는 간격촬영이라고 하는 등 우리말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 남짓 그들과 함께한 시간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래 해온 일에 대한 관성적 타성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그분들에게 가르침을 줬다기 보다는 배우고 온 느낌입니다..정신없이 발전하는 방송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또 공부를 하자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한국에는 아직 오지 않은 가을을 연변에서는 이미 가을이 가득하더군요.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어느새 한국도 가을이 지나고 있네요.


김철호 / KBS 보도영상국 영상취재부 

  1.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깊게 팬 주름 곁으로 맺히지도 않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침나절부터 서서히 끌어 오른 대리석 바닥 위로는 흰 치맛자락이 물결일 듯 내려앉아 있었고, 목에 두른 검정 스카프는 어머니들의 푸념과...
    Date2017.07.21 Views1859
    Read More
  2.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5.18은 왜 발생했을까.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발포 명령자가 밝혀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광주MBC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시작해...
    Date2017.07.21 Views1620
    Read More
  3.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6월 11일 끝이 난 U20월드컵은 잉글랜드 우승, 한국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비디오판독(VAR) 과 일명 ‘ABBA'라는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이 도입되어 눈길을 ...
    Date2017.07.20 Views1501
    Read More
  4.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지난23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뇌물 혐의 첫 공판이 있던 아침. 법조 포토라인은 각각의 포인트마다 수십 명의 취재진들로 들썩였다. 서울구치소, 법무부 호송버스 하차 포인트, 417호 대법정으로 이어지는 중앙지법 출...
    Date2017.06.06 Views2083
    Read More
  5. 19대 대선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19대 대선 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지난 3월 10일, 헌재에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과 동시에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었던 터라 두달...
    Date2017.06.06 Views1669
    Read More
  6.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국회를 출입하면서 대통령선거를 경험하는 것은 행운이다. 각 정당의 에너지가 축약된 역동적인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짜릿함이 있다. 그리고 신명나는 만큼 무한 책임이 뒤따른다. 한 컷 한 장면이 ...
    Date2017.06.06 Views1745
    Read More
  7.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아리랑TV 임현정 카메라기자 ‘세계 모바일산업의 축제’라 불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7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7일부터 4일간 열렸다. 문과생출신이지만 개인적으로 모바일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모바일의 ...
    Date2017.05.23 Views1704
    Read More
  8.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1080일. 오랜 시간 바다 안에 있던 세월호가 반잠수선의 도움을 받아 목포신항에 접안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로 인양작업이 순탄치 않았던 것과는 달리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
    Date2017.05.23 Views1983
    Read More
  9.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YTN 촬영기자 최광현 2017년 2월 21일. 13일 동안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목적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김정남 피살 사건 취재를 위해서였다. 출장 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짐을 싸 인천...
    Date2017.05.22 Views2296
    Read More
  10. 특검 취재 후기 - 내 인생에 중요한 역사적 한장면

    특검 취재 후기 KBS 영상취재부 최만용 지난해 12월 12일.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관심이 쏠린 방송사 여섯 개 특검 취재반 카메라기자들이 대검찰청 카메라기자실에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영수 특검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고 그 과정이 ...
    Date2017.05.22 Views1726
    Read More
  11.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여진 느끼셨어요? 좀 많이 흔들리는데요..ㄷㄷ” “잉? 난 모르겠는 디 ㅋㅋㅋ” 새벽 1시, 숙소에서 각자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날 촬영한 영상 파일을 백업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Date2017.04.21 Views1804
    Read More
  12.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지난 토요일(12월17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단체의 집회 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안국역에서 경복궁 오른쪽을 돌아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오는 행진 인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만 명은 되어 보였...
    Date2017.04.21 Views1913
    Read More
  13.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참 회 록 -윤동주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
    Date2017.04.21 Views2038
    Read More
  14. <민중총궐기집회> 새내기 기자의 첫 취재 현장속에서

    11월 13일, 입사하지 얼마 되지 않아 매일 양복을 입고 다니는 제게 선배가 퇴근하기 전에 와서 말했습니다. “내일은 무조건 편한 옷으로 입고 와라. 많이 뛰어야 할 테니까”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
    Date2015.12.29 Views5353
    Read More
  15. <IS 파리테러 취재기>

    파리 테러 그 후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주말을 앞둔 파리지앵들이 긴장을 풀고 파티를 즐기던 그날 밤. 파리 시내 한복판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표적이 되었다. 불길의 상징인 13일의 금요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한 파리 시민은 아무도 없었...
    Date2015.12.29 Views4986
    Read More
  16. <YS장례 취재기>

    첫 국가장 그 취재현장 속에서 지난 11월 22일 새벽,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혈압 등 지병으로 19일부터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고인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고 국, 내외 많은 언론...
    Date2015.12.28 Views3314
    Read More
  17. <YS장례 취재기>

    거산(巨山)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오랜만에 근무가 없는 주말. TV 전원은 꺼두고 편히 쉬기로 마음먹은 지 이틀째 날. 조용하던 핸드폰에서 뉴스 속보가 연이어 울렸다. ‘[속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얼마 전만 해도 SNS를 통해 병상에서 V자를 그리며 건...
    Date2015.12.28 Views4531
    Read More
  18.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 정두운 / YTN제주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1. 멋진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ENG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묵묵히 가야 한다. 해발 1950미터 한라산 촬영이라도 잡힐 때면.... 1500 고지 능선을 숨이 막혀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움켜잡고 오백나한 영실기암...
    Date2015.11.23 Views5138
    Read More
  19. <지역 취재기>

    G1 창사14주년기념 보도다큐멘터리 가능성의 바다 관광블루오션 동해 (G1강원민방 홍성백 기자) 꿈과 목표 평소에 수중촬영에 관심이 많아 회사업무와 교육을 병행하여 현재 모 단체의 인스트럭터로 있고 마찬가지로 인스트럭터인 유세진 선배와 함께 수중팀...
    Date2015.11.21 Views5265
    Read More
  20. No Image

    <사이버 폭력 취재기>

    21세기 신 주홍글씨 사이버 폭력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린다. 캐나다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렸다. 몇 년 전 자살한 소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비가 내려서인지 우울함이 더 했다. 생소한 이름일수도 있고 들어본 이름일수도 있는 아만다...
    Date2015.11.21 Views1266
    Read More
  21.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얘기’되는 국정감사는 어디에? 실질적으로 국감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8일 국회의 국방위 국정감사장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한 날선 공방으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증인으로 나온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을 ...
    Date2015.11.21 Views10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