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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펜을 든 수습촬영기자


                                                                 
“마포라인 수습 양현철입니다. 현재 위치 마포경찰서이고 23시 보고하겠습니다.” 
일주일 간 진행되는 경찰서 생활의 첫 보고가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서 생활의 대해서는 선배들이나 주변에서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투입 며칠 전부터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했다. 하지만 경찰서는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걸 깨닫게 된데는 투입 후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포경찰서 형사과에 처음 들어가기 전 나에게 있었던 것은 ‘명함’과 ‘수습으로서의 패기’ 그것 뿐 이었다. 형사과에 들어가 명함을 내밀며 신분을 밝힌 후 사건사고 정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오늘 조용합니다. 오늘따라 조용하네요.”
경찰서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새벽 형사로부터 “같이 담배나 피러가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형사들을 대하는 나의 컨셉은 ‘예의를 갖추자’였다. 정보꺼리를 찾지 못하더라도 웃으며 예의를 갖추고 간혹 비타민 음료로 성의를 표시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딱딱하고 말 수 없던 형사들이 나에게 차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건 알려줘도 뉴스에 못나가. 그래도 알려줘야 선배한테 보고할게 있을 테니까 받아 적어봐” 형사들은 수습기자의 경찰서 생활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아니 훤히 꿰뚫고 있었다. 형사생활을 하며 얼마나 많은 수습기자들을 접했을까. 간혹 내 이름을 기억하고 먼저 불러주며 그만 좀 오라며 타이르던 형사들도 있었다. 그 수많은 수습기자 가운데 나를 기억했던 건 아마도 항상 웃으며 “이따 또 뵙겠습니다.”로 일관했던 나를 좋게 봐주었던 것 같다.

어느 덧 투입 이틀 째. 새벽1시. 위치는 공덕역. 선배로부터 지시가 떨어졌다. 새벽 2시까지 6하 원칙에 맞춰 사건·사고 한 개 이상을 디테일하게 보고하라는 것. 남은 시간은 1시간. 순간 낮에 지하주택공장에서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화재사건을 취재 하던 중 다른 지시를 받아 화재사건은 잠시 접어놨던 기억이 스쳤다. 나는 바로 택시를 타고 무작정 마포소방서로 향했다. 시간은 새벽 1시 20여 분. 만약 마포소방서에서 취재를 거절당한다면 보고누락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소방서 안으로 들어갔다. 나의 신분을 밝히고 종합상황실에서 취재를 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그리고는 속으로 ‘제발..제발..’을 외쳤다. 그 외침이 통했던 것일까. 소방관은 나에게 많이 피곤해 보인다며 오히려 위로를 하고 종합상황실의 위치를 친절히 안내를 해주는 것이었다. 의외였다. 재빨리 종합상황실에 올라가 낮에 발생했던 화재사건에 대해 취재를 했다. 주인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사건이라는 것을 파악했 때 시간은 1시 55분. 밖으로 나와 5분 동안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보고했다. “통과!” 기자실로 복귀해서 5시에 첫 보고 하라는 다음지시를 받았다. 5시에 보고하려면 3시에 일어나야 한다. 1시간 잘 수 있다. 다행이다. 

그렇게 경찰서 생활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마포구, 은평구의 경찰서장을 한 번도 만나본적이 없었다. 선배는 그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귀신같은 선배에게 서장을 만나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현재 위치는 서부경찰서. 서부경찰서장실이 있는 층으로 역시 무작정 올라갔다. 처음 투입 전 마음먹은 것과 같은 ‘수습으로서의 패기’를 보여줘야 나를 만나줄 것만 같았다. 서장을 만나기 위해 비서에게 나를 소개하던 하던 찰나 서장실에 문이 열리면서 서장이 잠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안녕하세요. MBN촬영기자 양현철이라고 합니다. 커피한잔 할 시간 잠깐만 주십시요” 서장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자신이 서부경찰서로 취임을 하고 처음으로 기자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것도 촬영기자는 더더욱 처음이란다. 그 말과 함께 나의 이름을 기억하겠다는 것이었다. 명함을 서로 주고받고 서장실을 나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고꺼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일주일간의 경찰서 생활이 끝나고 현재 나는 다시 수습촬영기자로서의 생활로 돌아왔다. 비록 일주일이었지만 그 시간들은 기자로서 취재하는 방법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종이와 펜을 들고 취재를 하던 중에도 촬영기자로서 이 현장에서 영상취재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고민하려 했고 그 고민들은 선배들이 취재한 영상을 보며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현장에서 나는 종이와 펜 대신 카메라를 짊어지고 취재를 하는 촬영기자이다. 경찰서를 돌면서 또 현장을 취재하며 생활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앞으로 취재력 있는 촬영기자라는 평을 받을 수 있게 발에 땀나도록 현장을 뛰겠다고 다짐한다. 




양현철 / MBN 영상취재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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