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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MBC 뉴스의 보건 의료를 담당부서인 사회1부는 대형병원의 ‘중동환자 모시기’ 경쟁에 대해 기획 취재 중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중동의 환자들이 국가의 지원을받아 외국병원으로 장기입원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의 대형병원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선진 의료 인프라를 인정받는 것이고, 외화획득에도 크게 기여하는 일거양득이라는 거다.

5월20일, <중동호흡기질환 감염자 발생>이라는 취재의뢰서가 넘어왔다. 

취재지는 ‘평택’. 처음에는 멍청하게도 ‘중동환자 모시기’와 관련된 리포트인줄 알았다.

이것이 그 후 대한민국을 정신없이 뒤흔들어놓을 재앙의 전조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MERS전쟁은 시작되었다.
우선, 타부서에서 영상인력을 급히 지원받았다. MBC는 영상취재부서가  없는 탓에 우리부서의 영상인력으로는 재난사고를 커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안전’이었다. 가장 현장가까이 접근하는 영상취재진의 ‘안전’과 이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전파’의 위험성을 막아야 했다. 긴급한 취재보호장비를 구입해서 배포했다. 발생 초기의 영상인력운용은 가급적

집안에 노약자가 없는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현장에 투입했으나 결국 밀려오는 취재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전면투입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들려오는 무서운 소식을 접하면서 그것보다 더 무서운 뉴스를 만들기위해 아침마다 감염된 환자와

전염된 병원으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렇게 한 달이 넘게 끌어온 전쟁은 끝났다. 아니 미봉되었다.

MERS 취재 내내 머릿속에는 온통 의문투성이었다.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질병의 실체는 무엇인가?

정말 무서운 괴질인가? 아니면 단지 과민한 집단공황인가? 도대체 이 나라에 국가방역 시스템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세계최고수준이라는 우리나라 대형병원의 정체는 뭘까? 무책임하게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 언론의 제대로 된 비판기능인가?
이제 그 질병은 차단되었으며 그것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들은 잘 시행되고 있는가? 앞으로 누가 감시할 것인가?

하지만 이런 나의 의문도 어느날  갑자기 모든 언론에서 서둘러 사라진 MERS보도처럼 서둘러 미봉되었다.
그 후 두 달이 흘렀다. 엊그제 <여름철 각막염 조심>이라는 리포트를 만들려고 오랜만에 방문한 한 대형병원은 깨끗했고,

활기찼다. 이제 MERS는 병원관계자와 서로 안부를 묻으며 주고받은 과거의 무용담이 되었다.
여전히 병원은 대기표를 손에 든 환자들로 북새통이었다. MERS라는 전대미문의 괴질에 맞서 정부와 의료계와

언론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덕분이라고 하기에는 이 평화가 너무 낯설다.

 

 

 

3453.jpg

 

 


최경순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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