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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연속이었던 2014 국감 
국감.jpg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선선함에도 국회의 한 상임위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는 이날 농해수위 국정감사에는 전 해경 진도 VTS센터장과 세월호 1, 2등 항해사,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 123정 김정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되어있어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 이미 점심시간부터 상임위장 앞에는 각 언론사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트라이포드와 장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상임위 시작 30분 전, 문이 열리고 카메라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앞을 다투며 뛰어 들어갔고, 가장 좋은 자리라고 생각되는 곳에는 트라이포드와 휴대용 사다리가 가득 자리를 잡았다. 시작 전 증인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잔뜩 긴장하며 뷰파인더를 통해 증인들을 볼 수 있었다. 팍팍 터지는 플래시에 얼굴의 초점이 맞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셨고 언제나 그랬듯 그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었다.


국회 의원들의 질의와 증인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떠올랐다. 4월의 그 차가운 바다에서 죄 없이 스러져간 아이들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떤 취재 현장에서도 냉철함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 카메라기자의 덕목이었지만, 증인으로 불려 나온 그들을 보자 마음속에서 원망 섞인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당신들 왜 그렇게 밖에 못 한 거야? 도대체 왜?” 


고성이 오가고 뒷좌석에 앉아 있는 유가족 몇 분이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소리도 치며 상임위장 안은 그야말로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 123정 김정장과 세월호 1등 항해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여야 의원들은 김 정장에게 당시 퇴선 명령도 하지 않고, 선내 진입 명령을 받고도 이행하는 않은 데 대해 따져 물었다. 이에 김정장은 “상황이 긴박했고 당황했다. 당시 상황에서 구조 요청을 한 사람들은 다 구조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속에서 육두문자로 퍼부어주고 싶은 생각이 날 찰라.... 유가족들이 소리를 지르고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한편 1등 항해사는 “자기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는 발언을 하기도 해서 모든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카메라 기자가 보는 국정감사
카메라 기자가 겪어야 하는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다. 인간 CCTV가 되어 종일 영혼 잃은 패닝(panning)만 해야 하기에 자기와의 싸움을 하게 되고 결국 지고 만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맘 놓고 쉴 시간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감은 떨어지고 나라는 자아는 이미 기계에 불과해진다. 다리는 아프고 머리는 멍해지고 내일도 계속이구나... 패닉(panic)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기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나만을 위해 여기 서있는 것이 아니기에.... 앎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렉(rec) 버튼을 누르고 있다.


오랜 준비를 거쳐 국회의원들과 마주한 자리가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자료를 준비해왔지만 "네" 또는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허무하게 국정감사를 마쳐야만 하는 기관들도 있다.

홍종수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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