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문가 파견교육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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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 생활을 하면서 출장을 많이 다녔지만 늘 출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가게 되죠.
이번에도, 여러번 갔던 중국으로의 출장명령을 받았습니다. 북한 일차 핵실험 때 북 중 국경에서 중국 측에 억류 됐던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 중국으로 또 출장을 가라니..출장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일상적인 취재 출장도 아니고 강의를 하라니.. 9월16일부터 9월25일까지 연변지역의 한민족 방송인들을 대상으로 뉴스영상제작 관련 강의를 오더 받은 것입니다.
얼떨결에 가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막막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지 또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거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동안 강의를 해야 한다니..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있는데 .연변 측에서 강의 요청서가 날아왔습니다. 

KBS 전문가 파견교육 희망내역 
(중국 연변TV방송국)
 

김철호
(金喆鎬)
보도영상국
촬영기자
- 특종뉴스, 집중취재의 기획으로부터 현장촬영
과 후기제작경험을 위주로 강의 바람. 
- 특히 적발프로그램촬영시 임기응변의 방법과
수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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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HD촬영의  기술 및 예술
11.  HD촬영에서의 주의점
12.  HD카메라의 보조변수 조절 및 영상화면 질에 대한 영향

이런 강의 요청서를 받아보고는 더 암담했습니다.
요청내용을 보면 아주 초보적인 사항부터 요청이 들어온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뉴스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어떤 눈높이로 강의를 해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평생 해온 촬영기자의 일이라 ‘일주일 썰 못 풀까’ 하고 편히 생각했었는데 막상 강의를 준비하려니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어찌 어찌.. 현업을 하며 강의준비를 했고..연변에 도착해서 첫날. 현지에서 만난 담당직원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분들이 대부분 방송경력 5-10년차 이상이라는 겁니다..거기다 생각보다 현지방송환경은 우리의 방송환경과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아직 정부의 통제가 심했고..대부분의 아이템이 일주일 전부터 정해진다는 겁니다. 데일리 뉴스를 하는 사람이 일주일 전에 아이템이 정해진다니..나로서는 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였지만 현지에서는 그게 정상이였습니다. 

거기다 연변조선어방송채널, 연변텔레비전뉴스종합채널, 연변위성중심,연변텔레비전방송국, 도문텔레비전방송국, 용정텔레비전방송국, 왕청텔레비전방송국 7개 회사에서 종사하는 64명이 강의를 듣겠다고 신청했다는 것 이였습니다. 

많은 인원에 놀랐고 그분들의 경력에 놀랐고. 저 같은 사람의 강의를 듣겠다고 멀리에서 오신 그분들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강의를 앞둔 첫날 잠꾸러기인 제가 잠을 설칠 만큼 긴장이 됐었습니다. 드디어 첫 강의 시간. 제가 준비해 간 첫 강의는 HD시대의 영상문법이었습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그분들의 반응이 묘했습니다.

다 아는걸 다시 듣는 건지 아니면 몰랐던 새로운 걸 접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질문도 없고 내가 질문을 해도 답도 없고..답답한 첫 강의가 지나고 이튿날..최대한 제가 준비해간 뉴스영상을 보여주며 재미있게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역시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지 좀 무뚝뚝하던 이분들도 이틀이 지나니 좀 친해졌는지 질문도 하기 시작하고 쉬는 시간에 서로 담배를 권하기도 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졌습니다.

아마도 같은 일을 한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나 봅니다. 제가 준비한 강의 진도에 방해가 될 만큼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방송환경에 대한 논쟁도 벌이게 되구요. 심지어는 온에어 방송된 것을 모니터 해달라는 부탁도 받았습니다. 그쪽 방송을 모니터하다보니 대략 우리방송보다 10년쯤 뒤져있는게 느껴지더군요. 

카메라는 HD를 쓰면서도 막상 방송은 SD로 하는  것이나..좀 작은 규모의 방송국에서는 6mm카메라를 쓰고 있었구요.. 심지어는 이미지라인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고. 또 우리가 보기엔 편집이 안되는 컷들을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원샷들을 계속 연결해서 편집할 걸 보고 왜 이렇게 편집하냐고 핀잔을 주니..그 쪽에서는 주요인사는 이렇게 원샷으로 방송해야한다고 하더군요..

그 어떤 방송편집이론이 무색해지는 말에 씁쓸한 웃음도 나더군요. 특히 강의하는 동안 그쪽에서 쓰는 방송용어와 영어와 일어가 많은 우리의 방송용어가 달라서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일단 방송용어는 중국어가 대부분이었는데요, 미속촬영은 거기서는 간격촬영이라고 하는 등 우리말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 남짓 그들과 함께한 시간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래 해온 일에 대한 관성적 타성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그분들에게 가르침을 줬다기 보다는 배우고 온 느낌입니다..정신없이 발전하는 방송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또 공부를 하자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한국에는 아직 오지 않은 가을을 연변에서는 이미 가을이 가득하더군요.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어느새 한국도 가을이 지나고 있네요.


김철호 / KBS 보도영상국 영상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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