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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m-In>

포토라인, 첫 걸음이 중요하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지난 93년 고 정주영 전 국민당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큰 혼란이 남아있다. 수많은 기자들의 몸싸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정 전대표의 부상 등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카메라기자와 사진기자들은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고 그 결과 포토라인의 설치를 선언하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그 선언으로 이제 몸싸움은 사라질 것이라 믿었고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기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건사고 현장이 방송을 타고 국민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6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포토라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하였다. 이 토론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포토라인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운용할 것 인가에는 다소 피상적인 접근 밖에는 하지 못했다. 포토라인의 설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취재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예를 들어 취재원의 이동거리가 긴 공항 같은 곳에서 아무리 포토라인을 만들고 취재진에게 따르라고 해도 좀 더 좋은 그림을 만들려는 욕심을 막을 수는 없어서 결국 심한 몸싸움과 취재원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토라인 필요성의 시작을 제공한 법조계 취재에서 몸싸움 등 혼란을 야기하는 장면을 최근에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원의 동선이 짧아서? 아니면 취재진의 수가 적어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카메라기자와 사진기자들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오랜 관행으로 만들어준 결과다. 어떤 취재진이 오더라도 서초동의 법원과 검찰청에서의 취재는 취재직전 만들어진 포토라인을 준수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물론 이 보이지 않는 협정도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는 노력의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최근 포토라인을 만들어도 쉽게 붕괴되는 여러 곳을 보면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취재진의 수가 적어서 포토라인이 별로 요구되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론의 다양화, 국민의 알고자하는 욕구 증대로 인해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보다 취재진이 더 많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대로 들어왔다. 한번 만든 포토라인이 무너졌다고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법조계의 포토라인이 10년이 넘게 걸린 작품이듯 공항, 시위현장 등의 포토라인도 10년 아니 20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하여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지금 당장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미래의 한국언론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하는 과제이다. 다만 힘들어도 첫발을 빨리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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