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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예요?'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뭔가 특별한 것을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은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남들에게 말하기 그럴싸한 취미를 가졌던 적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가져볼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가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다.

대학 새내기가 됐을 땐 멋있어 보일려고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면서 팝송을 듣기도 했고 군대를 제대한 뒤엔 우표를 열심히 모으기도 했다. 쉴 때마다 열심히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했고 수영과 헬스를 2년 정도 하면서 운동에 빠져 살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쁜 걸그룹들을 사랑하는 오빠 팬이며 우표대신 주말에 가끔 로또 복권을 산다. 사진기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고 시간이 나면 운동 대신 잠을 잔다. 하지만 남들에게 그럴싸해 보이고 싶었던 아니던 모두 열정을 바쳤던 일들이고 내 삶을 맛있게 만들어준 취미들임은 확실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취미도 조금씩 변하나보다. 그리고 조금 단순해진다. 지금 내가 가장 재밌어하는 취미는 와이프랑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식도락은 인생의 정말 큰 즐거움이라는 걸 요즘 새삼 깨닫는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다보니 먹는데 드는 돈이 늘었고 덩달아 체중도 는다는 아쉬운점이 있긴하다. 하지만 요즘 나는 여기에 푹 빠져있다.

찾아갈 맛집은 거의 주변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집으로 정한다. 인터넷 검색은 그 후다. 하는 일이 기자질이라 그런지 인터넷에 ‘OO동 맛집’ 또는 ‘OOO 맛있게 하는 집’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을 그다지 믿는 편이 아니라서다. 물론 저녁 식사를 밖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싶을땐 동네 근처 음식점들을 검색하긴한다. 하지만 그건 메인 이벤트들 사이에 잠깐 쉬어가는 코너들일 뿐이고 맛있는 음식을 정말로 잘 먹고 싶을땐 지인들의 추천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주변에 이런 방면에 정보가 많은 친구나 선, 후배가 좀 있어야하는데, 운이 좋게도 내 경우엔 그런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각 분야별로.

맛집 탐방을 하다보면 몇 가지 단계를 거치게된다. 처음에는 음식 종류로 움직인다. 순대국. 보쌈. 곱창. 장어. 냉면. 스파게티. 초밥 등 먹고 싶은 음식들이 생각나면 그 메뉴를 잘한다는 집을 찾아다닌다.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확인한 후 음식점으로 출발한다. 이 때는 초심자 단계로 내 입에 맛있기만 하면 그저 좋을 때다. 한 끼 든든히 맛나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한 메뉴의 맛집들이라고 소문난 집들을 차례대로 돌아다니게된다. 평양냉면이라는 주제를 정해놓고 각 동네별로 맛있다고 하는 집들은 다 돌아다녀보는 그런식이다. 무림의 수 많은 고수들 중 누가 진정한 제왕인지를 가리기 위한 성지순례같다고나 할까. 그러다 내 기호에 가장 잘 맞는 집을 찾으면 '평양냉면은 OOO' 이런식의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물론 아주 주관적인 결론일 뿐이다.  

다음은 술이다.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다보면 거기에 어울리는 술들을 찾게된다. 흔히들 말하는 족발에 막걸리. 삼겹살에 소주. 스파게티에 와인. 뭐 이런식들이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진 못하지만.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한 두잔씩 즐기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찾아 마시다보면 전통적으로 궁합이 좋다는 술들 외에도 의외의 조합을 시도해보기도하는데 가끔 꽤 괜찮은 조합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보쌈에 와인이라든지. 초밥에 막걸리 같은 조합이다. 고개를 갸우뚱할진 몰라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믹스매치 패션같다.

요즘은 조리방법이 재밌는 음식들을 찾아보는 편이다. 얼마전에 회사 선배의 소개로 타진(Tagine)이라는 북아프리카 전통 방식으로 만든 요리를 접했는데 굉장히 맛있다. 이 타진은 모로코나 튀니지등에서 음식을 만드는 저수분 요리방식을 말하는데. 물은 조금만 쓰고 채소나 고기에서 나오는 수분만으로 요리를 하기때문에 맛이 담백하다. 이 방식을 쓰면 똑같은 보쌈도 닭찜도 흔히 먹던 것들과는 맛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음식을 북아프리카 사막지역 방식으로 만드니까 일종의 퓨전요리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 타진요리는 음식을 만들때 쓰는 냄비도 고깔모자 형태로 독특하게 생겨서 볼거리도 있다.

나는 식객을 쓴 허영만 화백이나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들의 여러 선생님들처럼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수다도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로 내 인생이 조금이라도 윤택해지길 바라는 정도다. 생각해보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먹으면서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다행이 와이프도 나와 생각이 같아서 정말로 즐겁게 맛집투어를 하고있다. 이번 연말엔 술만 마시는 모임들 말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는건 어떨까?


박주영 / MBC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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