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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것이다.”
전설적인 종군 사진기자였던 로버트 카파의 이 말은 사실 카파 이후 모든 카메라기자들의‘강박관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좀 더 가까이 피사체에 다가 갈수록 훌륭한 사진과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말은 어찌 보면 아주 기본적인 원칙일지도 모른다. 이 원칙을 행동의‘철칙’으로 삼았던 그가 북베트남의 정글에서 오른손엔 카메라를 든 채 산화한지 반세기가 지났건만 아직도 지구상에는 전쟁이 멈출 날이 없다. 그리고 어김없이 카파의‘철칙’으로 무장한 혈기왕성한 기자들이 그곳에 있다. 이른바‘종군기자’라고 불리는 그들, 그들은 바로 잠재적인‘우리들’이기도 하다.
카메라기자에게 때론‘행운’으로 때론 피할 수 없는‘숙명’으로 다가오는 전쟁 취재! 그러나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카파의‘철칙’으로 무장한 투철한 기자정신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적아와 민군을 구별하지 않는 무차별적인 현대 전의 양상이 너무나도 위험 천만하기 때문이다. 1929년 제정된 제네바협약은 1949년 개정되면서‘종군기자’를 보호되어야 할 민간인에서 제외시켰다. 다만 군대의 구성원, 민병대, 군무원과 같이 포로가 된 이후에는‘포로의 대우에 의한 조약’에 따르는 지위를 보장해주고 있다. 사실 총알과 포탄이 군인과 기자를 구별하지 않는 이상 전장에서의‘기자’는 그 누구로 부터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는 무방비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시 미군은“미군에 등록되고 미군과 동행하는 기자 (embedded journalists) 외에는 일체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 미군은 동행취재방식의 종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동행하게 될 부대의 특성에 맞게 기자들의 생존교육을 실시한 후 전투부대와 동행하도록 했다. 이렇게 최종 선발된 종군기자의 인원은 총 6백여명, 이들을 뺀 나머지기자들은 미군으로부터 홀대를 받은 것 뿐 만 아니라 연합군과 이라크군 어느 쪽으로 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무방비 상태에서 취재를 감행해야 했다. 당시 미군의‘임베디드 프로그램’에 속하지 않았던 거의 모든 한국의 방송, 신문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아랍의 분쟁지역인 리비아 내전의 안팎에서 우리 동료들이 위험한 취재를 수행하고 있다. 확실하게 적아가 구별되는 전면전에 비해 내전상황은 기자들에게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정치적, 종교적, 계급적 갈등의 현장에서 나에게 위해를 가할 잠재적인‘적’을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과 2차 대전 등 굵직한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던 로버트 카파는 42살에 전장에서 지뢰를 밟고 사망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전쟁의 참화를 전하고자했던 그의 숭고하고 용감한 기자정신은 이 세계 모든 기자들의 영원한 귀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목숨과 맞바꾸다시피 해 전쟁의 참상을 오로지 흑백사진 한 장으로 전하던 그 시대의‘철칙’을 지금‘스마트폰’시대에 무조건적으로 답습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곰곰이 따져 볼일이다. 오히려 흑백사진 한 장의 가치보다도 못한 무분별한 경쟁논리와‘물먹지 말아야 한다’는 억지논리에 눌려 개인의 자발적 의사와는 무관하게 종군취재를 감행해야 하는 비극적 상황이 우리들 누군가에게 강요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현재의 경쟁사 눈치보기식, 주먹구구식 전쟁보도의 행태를 개선하고 통일된 종군취재 원칙과 실질적인 보호 장치의 마련, 무분별한 취재경쟁 행태의 자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포탄과 총알로부터 우리를 지켜줄‘포토라인’은 그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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