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13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인문사회과학의 위기와 영상기자

 인문학의 위기, 사회과학의 위기라고 한다. 순수학문 즉,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들은 문과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고사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학현실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대학의 중심에 서있던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학과들이 소수의 소위 돈 되고 출세하는 학과만을 남기고는 모두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학과들은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을 손짓할 수 있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과명을 바꾸기도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대학의 현실은 이미 돈과 편리 중심으로 사고되는, 사회적 대세가 그대로 반영 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것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복잡하고 귀찮고, 낡은 것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서점을 나가보면 진지한 교양서적 보다는 실용서가 판을 치고, 우리의 삶과 문화, 역사를 담은 소설 보다는 가볍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흥행에 성공해 국내시장에서의 실패가능성이 적은 번역서가 판을 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어려운 시대 수많은 사회적 현상들 중 하나라고 그냥 넘겨 버리기도 쉽지만, 이 현실이 곰곰이 따져보면 영상기자 우리자신과도 알게 모르게 큰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

 작년 필자는 보도영상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보도영상의 역사를 정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표현, 기록, 소통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영상매체가 등장하기까지 인간의 역사가 만들어 온 다양한 표현매체와 그것들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들을 역사적으로 이들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영상매체가 발전해 오면서 걸어야 했던 질곡과 발전의 길, 그 길을 걸었던 많은 영상전문가들과 영상기자들의 삶의 문제가 글을 써갈 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역사와 사회의 발전 역사 속에서 보도영상의 문제를 고찰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고통의 글쓰기를 수행하며 느낀 점들은 이런 작업들이 사회적으로 폭넓은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과 관심 속에 이루어진다면 우리 분야의 발전이 좀 더 확고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취재현장과 방송현장에 서있는 영상기자들이 직접 담당한다는 것은 ‘몇 사람의 의지를 통해 일시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연구 작업을 해나가고, 체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작업을 체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바로 세상의 문제를 학문적 깊이로 연구해낼 수 있는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진 학자들과 수많은 동호인들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그런 학문적 호기심과 상상력,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 세계로 발을 디뎌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소위 ‘취업’이라는 경제적 현실을 통해 막아 놓아 버렸다. 부모나 사회 모두 ‘취업’과 ‘돈’이라는 물질적 주제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고, 거기에 이미 아이들은 오염되어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대학을 갓 들어오는 신입생들과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간과 사회 같은 거창한 주제도 어릴 적의 순수하고 진지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영상의 역사나 영상기자, 뉴스영상 한 컷의 사회적 가치가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 만한 독창적인 연구나 학문의 주제로 보일 리가 없다.

 이런 인문사회과학이 붕괴되는 현실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영상기자는 박제된 공룡의 모습으로 남게 될 운명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작년 보도영상의 역사를 정리하며 놀란 점 중 하나는 외국의 경우 영상기자들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고, 그들이 보도한 영상과 그 사회적 영향에 대한 기록과 연구도 언론학의 한 분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만나는 것이었다. 또 어떤 나라에서는 이런 현실들을 정리해 <영상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을 개척한 사례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로 눈 돌려보면 어떨까? 40년 영상기자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언론사와 저널리즘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되고, 연구되어지는 영상기자들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걸 떠나서라도 오늘 나온 영상의 의미에 대한 사내와 사회의 올바른 비판과 비평, 평가를 받아 보는 영상기자들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불편한 현실’의 문제를 떠올려 보게 된다.

 인문학, 사회과학적 상상력과 고민들, 새로운 피의 수혈이 사라져 가는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우리 영상기자의 우울한 미래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옛날 어느 나라의 노인네가 하던 세상걱정과 같은 기우(杞憂)는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늘어나는 영상기자들의 1인 취재, 제작물들이 잘 다뤄지지 않고 있는 이런 현실들에도 눈높이를 맞추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준영 / MBC 탐사스포츠영상팀 차장


  1. 디지털, 네트워크, 아카이브, 영상 편집을 바꾸다!

    디지털, 네트워크, 아카이브, 영상편집을 바꾸다! “카메라기자도 다양한 업무영역이 선순환 될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해야” 지난 호에서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영상취재를 이야기해본데 이어 이에 못지않게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영상편집에...
    Date2009.01.10 Views5183
    Read More
  2. No Image

    "YTN" 우리는 상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상식[常識] :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분별 따위가 포함 "우리는 상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낙하산 인사의 출근을 저지한 지 어느덧 110여...
    Date2009.01.10 Views4748
    Read More
  3. 암벽등반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제목 없음 새로운 앵글을 위해 등반 길에 들어서다 지금까지 등산을 하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른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학교에 참가하였다. 게다가 등반 장소인 설악산을 그 동안 5~6번 정도 가 본적이 있어 그 곳은 내게 친근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
    Date2009.01.10 Views4845
    Read More
  4. <자출족 인터뷰> "무조건 시작하세요... 중독됩니다"

    자출족! 내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2달 정도 2.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된 계기는? 운동 할 기회가 없어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3. 자전거를 타고 출...
    Date2009.01.05 Views4803
    Read More
  5. No Image

    <자출족 인터뷰>"초보! 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하다!"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초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 도전하다! 1년여 전 쯤 이었습니다. 늘어만 가는 몸무게와 뱃살,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는 막연한 걱정 그러다가도 어김없이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면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는 술집...
    Date2009.01.05 Views4748
    Read More
  6. <자출족 인터뷰>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해 보자"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흠뻑 땀을 흘린 채 회사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는 밀려드는 피로와 싸워야 하니 큰 맘먹고 자전거 출퇴근을...
    Date2009.01.05 Views4872
    Read More
  7. <자출족 인터뷰> "음주 라이딩은 절대 삼가주세요!"

    자출족! 내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2007년 부터 타고 다녔다. 올해로 넘어오면서 겨울이라 안타고, 이사하느라 안타고 했었다. 그러다 올 여름 ‘타고싶은 자전거’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느낀바...
    Date2009.01.05 Views4896
    Read More
  8. <자출족 인터뷰>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로 출퇴근한지는 얼마나? 11년 정도 되었다. 등촌동에서 출발하여 여의도까지 편도 12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25분정도에 주파한다. 2. 자전거 출퇴근 하게 된 계기? 입사초기 사건팀에서 정신없이 생활하다 ...
    Date2009.01.05 Views4911
    Read More
  9. <자출족 인터뷰> "안전 장비는 꼭 구입할 것"

    제목 없음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로 출퇴근한지는 얼마나? 3개월 정도 됐다. 홍제천을 따라 한강과 합류하여 양화대교를 거쳐 여의도로 들어온다. 편도 10킬로 정도 되고 40분정도 소요된다. 2. 자전거 출퇴근 하게 된 계기? 집에...
    Date2009.01.05 Views4906
    Read More
  10. No Image

    YTN 조합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습니다

    YTN 33명 대학살 이후... YTN 조합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습니다 ‘YTN 노조원 33명 대학살’을 사측이 자행한 날, 자정이 휠씬 넘어서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께서는 주무시지 않고 계셨습니다.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는 저에게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
    Date2008.12.11 Views4778
    Read More
  11. <칼럼>대기업 소유규제 완화와 공영방송의 위기

    대기업 소유규제 완화와 공영방송의 위기 시장자유주의 방송정책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은 전통적인 공익적·공공적 가치보다 ‘시장자유주의’(market liberalism)를 중시하고 있다. 시장자유주의 방송정책의 목적은 지상파(공영방송) ...
    Date2008.12.11 Views4878
    Read More
  12. No Image

    <줌인> 아날로그 시청자를 위하여

    아날로그 시청자를 위하여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2013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지닌 한시법이다. 텔레비전 수상기의 경우도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하여 제조하거나 ...
    Date2008.12.11 Views4706
    Read More
  13. YTN은 지금…, "나의 심장의 떨림이 손가락 끝까지 전해졌다"

    YTN은 지금… 나의 심장의 떨림이 손가락 끝까지 전해졌다 2008년 10월 8일 저녁 6시경 리포트편집을 하던 나의 손이 떨렸다. 나의 등 뒤에서 ‘인사위의 징계결과가 나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경악할 만한 처벌이라는 것...
    Date2008.12.11 Views4876
    Read More
  14. 디지털 세상, 진보하는 카메라기자

    디지털 세상, 진보하는 카메라기자 "카메라기자 직무 교육, 개발 및 상시화 필요 있어" 프롤로그 가장 신뢰하는 매체 1등,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1등 KBS, 2등 MBC 2008년을 살아가는 지금 지상파 TV 뉴스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신뢰도와 영향력으로 한국 ...
    Date2008.12.11 Views4670
    Read More
  15. 선정 보도 계속 되야 하나?

    제목 없음 선정보도, 계속 돼야 하나? 연예인 취재 현장에서의 문제점 지난 9월 8일, 탤런트 고 안재환 씨의 사망 현장. 안 씨가 사망한 차량 주위로 취재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현장은 차의 운전석 창문이 열린 곳을 통해서만 스케치할 수 있었고 일부 ...
    Date2008.12.11 Views4542
    Read More
  16. <칼럼> 조중동과 명박산성으로는 소통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와 언론' 조중동과 명박산성으로는 소통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시도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얼마 전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터넷 포털에 대한 다중 규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4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청와대업...
    Date2008.10.02 Views5320
    Read More
  17. No Image

    <줌인> 단순한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제목 없음 단순한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NLE 편집이 보편화되면서부터 다양한 이펙트를 사용한 리포트를 볼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간혹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이펙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PICTURE I...
    Date2008.10.02 Views5588
    Read More
  18.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는 카메라기자가 되겠습니다!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는 카메라기자가 되겠습니다!" 1. 한국방송대상 카메라기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 이렇게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무척 영광입니다. 많이 부족한 제가 받아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이 상은 저 혼자가 아니라 ...
    Date2008.09.30 Views5285
    Read More
  19.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 50일을 넘기며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 50일을 넘기며 “사장의 징계와 협박에도 불구, 우리는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빨강 파랑의 투쟁 구호전단, 복도 벽면을 메워버린 성명서, 낙하산 사장 반대 출근저지 상황판, 이것들이 현재 YTN 사옥의 모습이다. 경조사, 인사, 공지사...
    Date2008.09.30 Views5334
    Read More
  20. 지역사 최초의 여자 카메라기자, 수습을 마치다

    제목 없음 지역사 최초의 여자 카메라기자, 수습을 마치다 “10kg, 그 이상의 무게를 어깨에 얹고” “여자 카메라 기자는 처음 뵙네. 그거 안 무거워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수습기자 생활 3개월. 그 짧은 시간동안 무수히 들은 인사 아닌 인사말. 처...
    Date2008.09.30 Views77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