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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등반 촬영 교육을 다녀와서>

새로운 앵글을 위해 등반 길에 들어서다

지금까지 등산을 하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른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학교에 참가하였다. 게다가 등반 장소인 설악산을 그 동안 5~6번 정도 가 본적이 있어 그 곳은 내게 친근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설마 초보자인 내가 저 멀리 보이는 가파른 암벽을 오르진 않겠지’라는 섣부른, 몹쓸 판단을 하면서. . .

설악동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3박 4일 동안 교육받을 등반 교구와 산에서 먹을 행동식을 챙겨 숙소인 비선대 산장으로 출발하였다. 30 여 분을 걸어 숙소에 도착하였고, 황급히 점심을 해치운 뒤 바로 교육장으로 향하였다. 첫 교육은 20 여 미터 정도 높이의 암벽 밑에서 이루어졌고, 등반하기 전에 기본적인 로프 매듭법에 대해 배웠다. 실제 암벽 등반은 손과 발만을 이용하지만,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안전을 지켜줄 자기 확보 줄을 허리에 매고 진행한다. 그래서 이러한 자기 확보 줄과 로프와 로프를 연결하는 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로프 매듭법에 대해 배워 나갔다. 테이프 매듭부터 여러 종류의 8자 매듭까지, 종류별로 매듭을 짓다 보면 매듭 이름도 헛갈리고 뇌 혈관이 꼬이는 듯한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이렇게 대략 매듭법에 대해 배운 뒤 바로 자기 확보 줄을 허리에 매고 20 여 미터의 절벽을 올라갔는데, 홀드(바위 표면의 패인 부분이나 틈)도 많고 커서 그런지 첫 암벽등반은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사실 암벽화를 준비해 와서 수월했고, 암벽화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꼈다.

암벽에서의 추락, 커져만 갔던 고소 공포증

등산학교 첫 날은 솔직히 할 만했다. 둘째 날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이 날은 실제 릿지(소규모 급준한 바위능선) 등반에 대비해 자기 확보줄 연결과 다음 등반자를 위해 로프 사리는 방법을 배웠다. 반복해서 연습을 해보았지만, 로프를 연결하는 순서가 뒤바뀌기 일쑤였고 카라비너(연결 쇠고리)를 조작하는 것도 서툴렀다. 어렴풋이 등반 방법을 익힐 때쯤 바로 릿지 등반을 시작하였다. 우리는 초장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암벽에 몸을 맡겨야 했다. 나는 강사들이 우리를 과대평가해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것을 시키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세 피치(암벽과 암벽 간)를 오르고 다음 피치를 오를 때쯤 나는 순간 움찔했다. 50cm정도 되는 거리를 건너서 암벽에 매달려야 하는데, 순간 두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발은 지면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힘껏 점프를 한 순간 추락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자기 확보줄에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렸지만, 이때부터 공포에 사로 잡혔다. 자꾸만 절벽 아래만 눈에 보이고 오금이 저렸으며, 바위 위에 일어서기 조차 힘들었다. 내가 왜 이 암벽에 매달려서 이 생고생을 해야 하나 한탄을 하기도 하였다. 가까스로 두, 세 피치를 더 올라가 결국 하강을 했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로부터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도 머리가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러움 증세에 시달려야 했고, 온 몸은 까지고 긁히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공포를 떨쳐 버리고 내 한계의 끝에 오르다

그 전 날 고전한 것을 만회 해보고자 이 날은 출발할 때부터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스스로 나약하게 느껴진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욱 약이 올랐다. 지금 오르는 등반 코스는 분명 올라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코스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한 발씩 올라갔다. 특히 선등자가 어디를 잡고, 밟고 올라갔는지를 정확히 보면서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등반을 계속해 나갔다. 요령이 생겨서 그런지 어제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암벽을 오르다 순간적으로 손으로 잡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앞이 캄캄해졌다.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잠깐 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완등할 거라고 다짐을 했기에, 조금 힘들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시 오르고 또 올랐다. 특히 한 피치, 한 피치를 오를 때마다 조원들은 나를 응원해 주었고, 서로 응원을 하며 힘을 북돋았다. 결국 긴 릿지 암벽 등반 동안 우리 조는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정상에 올랐고, 긴 고생 끝에 느끼는 성취감은 너무나 달콤했다. 우리는 정상에서 단체 사진도 찍고 행동식으로 허기도 달래며 여유를 만끽했다. 특히 정상에서 깊숙이 들이 마시는 담배 한 모금은 온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평소 가파른 절벽을 등반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완등의 기쁨이 그들을 암벽등반에 미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민환 / SBS 영상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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