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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모자이크 전성시대

 얼마 전 휴일근무를 하는데 저녁 무렵 회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 남성이 음성이었다. 그는 ‘지방에 사는 사람인데 아내 몰래 서울에 올라와 데이트를 하다가 방송카메라에 찍힌 것 같다’며 꼭 좀 지워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의 부탁대로 휴일스케치를 나갔던 기자를 찾아서 우여곡절 끝에 문제의 화면을 찾아내 지우는데 성공했다. 그 중년 남성은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겼고, 그와 우리 모두 한숨을 돌리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만약 문제의 장면이 전파를 타고 그 남자의 부인이나 주변사람들이 시청해서 문제가 되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며칠 전 법원에서 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그리고 담당 PD에게 ‘원고한테 피고들이 연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외주제작사의 PD가 병원취재를 하는 도중에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신생아를 촬영하려고 하자 신생아의 부모가 촬영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담당PD는 간호사가 한 손으로 신생아의 얼굴을 감싸 쥐듯이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등을 두드린 장면 그리고 부모가 신생아를 안은 채 젖병을 물리는 장면 등을 촬영해서 방영했다. 재판부는 방송의 내용이 공익적이라고 해도 원고가 공인이 아닌 이상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고 방영시간이 짧고 내용이 부정적이지 않더라도 촬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및 방송했기 때문에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병원아이템을 취재하면서 영유아를 촬영할 기회가 많은데 지금까지는 영유아의 모습을 촬영할 때 초상권은 무시되어 온 것이 현실이었고 부모의 동의도 없이 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모자이크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부정적인 내용이 아니고 공익성을 동반하고 있더라도 당사자나 영유아의 친권자가 동의 없이는 촬영하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보도의 경우 밀착성 아이템이 아닌 경우가 많아 스케치성 영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모자이크처리를 해서 초상권을 보호해야겠다.

 지금까지는 명시적인 동의가 아니더라도 묵시적인 동의인 경우에도 위법성의 조각사유에 해당되었지만 앞으로는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 즉, 카메라렌즈 앞에서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 경우, 휴일에 거리스케치에 촬영된 연인 그리고 휴가철에 해수욕장에서 화면 앞쪽에 비교적 가깝게 촬영된 경우 등은 묵시적인 동의로 봐왔는데 앞으로는 위와 같은 경우에도 항상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급적 특징이 없는 일반적인 스케치의 경우 특정적으로 인물을 부각시키지 말고 인물의 크기도 비슷하게 비율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자료화면으로 편집을 할 경우엔 더욱더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화면에 노출된 사람이 이미 사망했다고 항의전화가 온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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