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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카메라기자들의 새해구상

 참으로 표현하기 힘든 TV 방송 탐사보도 영상 연출에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 흥미를 끄는 세미나가 하나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탐사보도(IRE) 총회를 참석해 보면, 수많은 탐사보도 관련 세미나 가운데 방송카메라 기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탐사보도 영상 표현기법’에 관한 세션이 꼭 포함되어 있다.  이 세션에서는 탐사보도 소재도 물론 중요하지만 TV 탐사보도에 있어서 영상 미학적으로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토론하고 사례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7 IRE 대상을 수상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 NBC 지역방송국인 WTHR의 '경보기의 문제(Cause for Alarm)'보도를 들 수 있다.  WTHR ‘Eyewitness News’팀은 지역의 중요한 현안인 토네이도 사이렌의 문제점을 주제로 취재 하였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 주 9개 군(county)에 걸쳐 거주하는 2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비롯하여 많은 학교나 공원지역에는 토네이도를 예보하는 사이렌이 없어서 돌발적인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탐사보도 주제도 참신하였지만, 프로그램 도입부에서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멋진 장면을 방영하였다.  토네이도로 폐허가 된 집 더미 위에서 기자가 리포트를 시작하자마자, 그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토네이도 사이렌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카메라는 굉음을 배경으로 마치 시공을 초월하여 날아가는 듯 한 영상 컷을 연출하여 시청자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짧은 시간에 생생하게 일깨워 주었다.  

 이처럼 방송뉴스에 있어서 카메라 영상테크닉의 개발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고화질 영상기술 개발로 TV 화질 개선은 괄목상대할 만큼 발전하였지만, 이에 따른 다양한 표현 기법에 대한 개발은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IRE에서는 마감시간에 쫓겨 만족할만한 영상표현을 못하고 있는 방송카메라기자들을 위해서 ‘튀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영상기법(Hot Ideas & Cool Techniques)’을 자체 제작하여 유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면에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百聞耳不如一見’처럼 그 영상을 보면 방송을 하기위한 영상표현 기법에 대해서 미국 방송 카메라기자들이 고민했던 흔적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른 매체와 비교해서 텔레비전 뉴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현장성’과 ‘즉시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앵글로 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신속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뉴스 전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뉴스가 가져다주는 사회학적 의미에 대해서 연구하는 미국의 언론학자 게이 터크만(Gaye Tuchman)은 그의 저서『메이킹 뉴스-현대사회와 현실의 재구성 연구』에서 텔레비전 뉴스는 ‘세계로 향해 열린 창’이라고 비유하였다. 그는 이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창의 크기와 창틀의 수, 유리의 맑고 흐린 정도, 창이 나 있는 방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TV 뉴스는 '진실(truth)'이 아니라 한낮 파편화된 '사실들(facts)'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일반 대중은 TV를 통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자연 그 자체인 것으로 이해하듯, TV 뉴스를 객관적 사실 그 자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유출사건’과 같은 대형사건이 벌어졌을 때 시청자들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TV 화면에 옹기종기 모여서 참사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면서 자발적으로  정화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제 이러한 행위는 현대인들의 의식이 되어 버렸다. TV 화면을 보면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신문을 통해 읽고 생각하는 것보다 앞서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국민의 공감대 형성은 TV 카메라 기자들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하는 화면들과 흘러나오는 소리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것이 곧 사회의 여론이 되고 세상을 바꾸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처럼 사회 이데올로기를 창출하는 주인공인 방송 카메라 기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IRE 총회에 참석했던 방송 카메라 기자들의 한결같은 결론은 ‘무한 상상력’(unlimited imagination)을 꼽았다. 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순간순간 시간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좋은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무한 상상력을 키워야 하지만 아쉽게도 이것은 단시일에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상상이 없으면 창조도 없다’고 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독서를 꼽았다. 일견 현장을 바쁘게  움직이는 방송 카메라기자와 차분히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독서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이러한 이상한 조화야 말로 앞으로 카메라 기자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틈틈이 시간 날 때 마다 독서하는 방송 카메라 기자야 말로 상상력을 무한대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단순 도제식 기술 습득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창조력을 한껏 배양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 한다. 2008년 새해를 맞이하며 풍부하고 방대한 독서를 기반으로 방송 카메라 기자는 자신만의 영상을 창조하면서 인생과 일을 즐겁게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일단 이번 방학 때 그간 시간이 없어 묵혀두었던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윤태진 교수가 번역한 마리타 스터르큰(Marita Sturken)과 리사 카트라이트(Lisa Cartwright)의『영상문화의 이해(Practice of Looking: An Introduction to Visual Culture』(커뮤니케이션북스)를 읽고 영상문화의 소양을 키워야겠다는 소박한 구상을 해본다.

이민규 /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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