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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여 일 만의 복직>

“형, 고마워요!”

 “파업까지 치면 900일 정도 되는 기간이에요. 조합원을 100명이라고 치면 90,000일, 4인 가족으로 하면 360,000일이 걸린 셈이죠. 당시에 희망조합원은 180 명이 넘었어요.”

 2004년 겨울.......

 누비는 곳마다 오랜 설명이 필요했고 내쫓김을 당하면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했어요.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손엔 휴대용 좌판이 걸려있어요. 영상취재 할 때와 공통점도 있었죠. 사람들은 우리를 경계 했고 우리가 그들의 가게 앞에 오는 것을 꺼려했어요. 그리고 호기심. “붉은 옷을 입은 멀쩡하게 생긴 저 젊은이들은 누구일까.” “형, 우리는 누구였죠?”

 “우리는 iTV에서 나온 노동잡니다!” 유인물을 돌리며 우리는 쩌렁쩌렁 외쳤습니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방송회관 앞에서 그래요 우리는 노동자였습니다. 적어도 실업급여의 긴 줄 앞에 설 때 까지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쫓겨난 이들과 없는 이들, 수많은 비정규직ㆍ특수ㆍ파견 노동자들과 연대를 시작했어요. 그들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깨닫지 못했지만 그들은 오래전부터 함께 한 내 이웃이었던 거예요. 취재 온 영상 취재기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더 커졌어요. 형은 그 묘한 기분 아시죠?

 그래요 형은 그 가난한 자들의 양심과 때로는 1만 5,000 발기인들 하나하나의 열망이 되어 혹은 활동가들의 신념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응원하셨어요. 하양 눈발에 빨강 점들로 박혀 그렇게 한국 사회에 불편한 질문들을 던지게 했죠. 매우 추웠고 눈도 많았어요. 하지만 서명 용지 위로 내리는 눈만큼은 뜨거웠어요. 잉크 물은 번지기 전에 닦아야 돼요.  

 형 덕분에 우리 희망조합은 ‘한국TV카메라기자 특별상’, ‘민주언론상’, ‘경기민주언론상’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았습니다. 세차장에서, 정수기 회사에서, 통닭을 튀기며, 보험 상품을 설명하며, 일당이 찍힌 통장을 아내에게 내 밀거나 병원에 누워서도 우리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날이 왔습니다. 아니 그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날을 만들 자격만 주어진 셈입니다. 다시 노동자로 돌아왔을 뿐이니까요.

 우리가 겪었던 이 긴 해체와 회복의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방증인가요. 새로운 회사에 여러 고민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형은 우리들의 협(俠) 앞에 의(義)자를 붙여주셨잖아요. 우리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뷰 파인더가 안으로 열리고 카메라가 조금 더 무거워진 이유에요. 형, 고마워요.

채종윤 / OBS 경인TV 영상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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