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8 00:13

MBC 파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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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을 말한다
또 한 번 카메라를 내려 놓으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벌써 5번째이지만, 그때마다 쉬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며 카메라를 내려놓는 용기는, 단지 밥벌이를 잠시 쉬겠다는 차원의 결단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시급했기에 저희는 또 한 번의 파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
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들을 시청자들도 똑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원칙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파업은 그렇지 못했던 지난날에 대한 자기반성이고, 배신당한 시청자들에 대한 석고대죄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국민의 눈’으로서 우리의 존재이유를 확인받기 위함입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습니다. 두 차례의 기자총회와 몇 번의 기수별 모임을 거쳐 제작거부를 결정할때만 하더라도, 보도국에 팽배한 무기력과 눈치 보기를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는 간절함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고, 피켓을 들고 로비에 모였습니다. 그랬더니 더 큰 분노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사교양과 라디오를 거쳐 예능과 드라마, 기술과 경영 등 모든 부문에서‘공정방송’을 걱정하는 양심들이 울렸습니다. 그 울림은 책임감이자 소명(召命)이었고, 언론인으로서의 진실한 자존심이었습니다. 그렇게 MBC 파업은 시작되었고 어느새 보름이 지났
습니다.

  참 질기지만 꼭 이겨야 되는 싸움입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은 우리들이지만, 방송을 누리는 주체는 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오판으로 그들의 시야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되고, 우리의 굴복으로 세상의 목소리가 왜곡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로비에 모여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고, 차가운 거리의 골목골목에서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지금‘나’를 위한 싸움이 아닌,‘ 남’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고 그래서 참 더디겠지만, 그 ‘남’ 들이 떠나버리면 저희는 누굴 위해 카메라를 들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인터넷게시판에는 2주 연속 재방되는‘무한도전’에 대한 원성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공공재인 전파를 두고 왜 자꾸 파업이냐는 질책도 가슴 아픕니다. 그렇지만 애써 괜찮다고 다독입니다. 지금의 내홍이 지나야만 더 곧은 줄기를 뻗게 할 수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말이 있습니다. 음(音)을 알아주는 친구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어버린 춘추전국시대 백아에 대한 얘기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저희는 지금 음을 아는 친구를 기쁘게 하려고 줄을 끊었습니다. 자꾸만 제 소리를 못내는 탁한 줄이라면, 이제라도 끊고 새 줄을 끼우는 것이 진정한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청아하고 깊은 호음(好音)을 퉁기는 단비 같은 상상을 하며, 파업의 또 하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박주일 / MBC 영상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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