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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 소감>

렌즈 앞에서의 첫 경험, 그리고 기분 좋은 떨림

어느새 겨울은 찾아오고 또 한해의 끄트머리.

 매서운 추위에 옷깃을 여미던 날, 그날은 재벌총수의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된 대표적 사건으로 7년 가까이 계속 돼 온 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 심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취재 현장에서는 저를 포함한 여러 기자들이 추위와 싸우며, 조금이라고 더 좋은 그림을 찍기 위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법원에서 허태학 전 사장을 취재하고 있던 도중, 한국방송카메라기자대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느닷없이 지진이 난 재난지역으로 취재를 가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카메라기자와 취재기자의 일을 혼자 하며 인도네시아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던 것이 벌써 6개월 전의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데일리 뉴스에 묻혀 살면서 거의 잊어버렸던 그 취재 현장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 때는 아이템 선정, 현장 섭외, 인터뷰, 거기다 촬영, 그리고 스탠딩으로 이어지는 일과가 힘겹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과와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감각을 자극했던 어떤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뒤에서 바라보기만 할 때는 몰랐습니다. 렌즈 앞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말입니다. 렌즈 앞에는 ‘기분 좋은 떨림’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그 모든 것을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지진 취재기간 내내 스스로 카메라기자이기 보다는 방송기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악착같이 영역을 나누자면 카메라기자와 취재기자로 역할을 나눌 수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아이템 발굴과 섭외, 취재, 촬영 그리고 멘트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상은 앞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방송환경의 변화 속에서 카메라기자와 취재기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 리포트를 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창피함이 몰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신 선 ? 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결혼 10주년인 올해, 방송쟁이 카메라기자 곁에서 늘 기다림의 미덕을 베풀어준 아내와 가족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김철호 KBS 보도본부 영상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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