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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룸을 향한 첫걸음

변화냐 소멸이냐

             양성호

MBC 보도국 디지털뉴스룸 팀장

 지구가 생기고 수 억 년 간 생물적 변화 속에서 가장 강한 개체보다는 가장 적응을 잘하는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우리 생활 속에서 평범하게 쓰이기 시작한지도 이미 십 수 년이 넘어서서 이제는 디지털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모든 문명적 생각과 도구들은 당연히 디지털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방송사에서는 이미 수많은 digital device를 일반 생활 속에서보다 더 빠르게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이제 새삼 디지털뉴스룸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방송사 보도국에서는 많은 디지털장비를 사용해 왔다. ENG카메라가 그렇고, 편집기, CG, DVE 그리고 몇해 전 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NLE 같은 digital 편집장비 등이 그렇다. 그러나 디지털뉴스룸이라는 것은 장비의 디지털화와는 사뭇 다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앞서서 잠시 언급한대로, 디지털로의 전환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먼저, 모든 장비를 디지털 기반으로 바꿔서 취재-제작-송출하는 장치적 측면의 디지털뉴스룸이 있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적 워크플로우를 도입하는, 일종의 산업적인 프로세스 변화의 디지털뉴스룸을 말한다.

 장치적 측면의 디지털뉴스룸은 제작에 필요한 프로세스에 디지털이 가진 특징, 즉 파일기반으로 영상과 음향 소스를 수집-저장-가공-분배하는 방식에서 오는 효율성과 경제성, 그리고 제작기능의 강화 같은 기본적인 제작자 편의에 효과적인 향상을 가져오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곧 다가올 다매체-다채널의 방송환경에서는 방송과 이종 매체와의 경쟁의 폭과 깊이가 매우 심화되고, 매체 간 구분과 장벽이 사라지게 되어 결국 지금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공중파매체가 능동적 변화를 하지 않으면 기존의 미디어 위상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공중파대세라는 대마불사류(大馬不死類)의 믿음은 기존방송사가 종래에 지녀왔던 막강한 인적자원과 자본력 및 기술력의 우위가, 오히려 앞으로는 커다란 공룡처럼 변화와 적응에 더딘 몸놀림과, 매 끼니마다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해야만 생존이 유지되는 비효율적인 존재로 변해, 아주 작은 충격에도 스스로의 몸을 추스르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릴 우려가 있기도 하다. 실제로 커다란 코끼리가 병들거나 다쳐서 쓰러지면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몸 안의 장기가 눌려 목숨을 잃게 된다고 하는 것과 같다. 결국 디지털방송환경에서, 디지털뉴스룸을 도입하려면 장치적인 관점과 전략적 목표가 같이 설정되어야 성공적으로 구축, 활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의 전망

 디지털뉴스룸의 중요한 요소는 ‘네트워크’이다. ethernet이나 광섬유 같은 초고속 초고용량 전송기술이 지원을 하고, 그런 네트워크의 범주가 방송사 사내에만 형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외에서 현장의 기자, 카메라기자가 유무선 인터넷망 등을 통해 본사 디지털뉴스룸과 연결되는 범용적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보도에 쓰이는 디지털네트워크는 외부로부터의 원본 전송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이미 MBC를 비롯 몇몇 방송사는 국내외 영상전송을 위성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단계지만 LNG (Laptop News Gathering)라는 개념을 개발하여 인터넷을 이용한 전송을 실시하고 있다. 즉, 네트워크는 유비쿼터스 개념까지 더 확장되고, 사내로 들어온 고해상도의 원본 소스는 저장되어 다수의 영상 사용자가 동시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공유”라는 개념으로 생산의 가치성을 부여받게 된다.

 ‘네트워크와 공유’는 디지털뉴스룸 뿐만 아니라 다른 디지털제작망, 즉 NPS (Network Production System)에서도 똑같이 중요한 기술적 요소지만, 특히 보도 분야에서는 실시간에 가까운 원본의 전송이 필요하게 되므로, 촬영에 사용하는 디지털 ENG의 속성, 즉 파일종류와 대역폭의 크기 등이 고화질만을 고려한 최고급의 품질만을 고려할 수 없는 조건을 지닌다. 그래서 카메라나 NLE 제작사들은 자사 고유의 적은 용량으로 고품질의 화질을 보장하는 압축코덱을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인다. 물론, 이동식 저장기록장치, 즉 Optical Disk나 HDD, 플래시메모리 등 각자의 특성을 가진 기록매체도 이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개발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장치적 특성은 촬영에 필요한 ENG부터 디지털뉴스룸 서버 등 시스템장치와, NLE등 편집기 그리고 방송 송출 및 아카이브를 통한 콘텐츠 유통망까지가 일관되게 구성되어 기술적 효용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디어 전략 측면에서의 디지털뉴스룸

 그러면, 전략적 측면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와 중요성이 있을까? 뉴스 한 꼭지를 만드는데 드는 원가비용의 측면과, 하나의 소스를 가지고 여러 가지 부가가치를 지닌 콘텐츠, 즉 다매체와 다채널에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에 필요한 조건, 즉 인적자원과 장치자원이 필요하다. 즉 전체의 미디어 시장은 확장 폭이 크지 않지만, 생산 프로세스에서 필요한 품은 지금보다 두 세배의 작업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나 카메라기자, 영상편집기자, CG, 방송엔지니어 등의 직종에 더 많은 고임금의 인력을 증원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업무의 형태나 직무의 재조정 등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한 다매체 취재-제작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나머지 상당부문은 장치인프라가 사람이 투입될 작업을 대신함으로써 인력운용과 업무 효율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투자된 투자대비회수율(ROI)을 최적화해야 하는 경영적 측면의 고려도 따라야 한다. 더구나 아무리 콘텐츠의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더라도 시장, 즉 다양한 매체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경제적인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면 디지털뉴스룸이나 NPS를 도입하는 의미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영국의 BBC는 2002년부터 디지털뉴스룸을 구축하여 운용하고 있는데, 현재 6개의 공중파와 케이블, 위성채널 등에 하루 약 50여 시간의 보도콘텐츠를 방송하고 있다. BBC의 경우 초기부터 보도부문 각 직군별로 새로운 업무를 받아들이는 내부적인 변화를 기자들 스스로 받아들여서 운용했고, 여기에 따라 업무직군의 통폐합과 재배치 등 구조적인 변화와, 일선기자들의 mindset을 능동적으로 바꿈으로서 지금 뉴미디어시대로의 전환에 앞서나가며 2010년까지 대변신(BTP=Business Transform Project)을 하기 위한 체질개선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각 사별로 디지털뉴스룸은 단순히 뉴스제작의 기술적 편의성 때문이 아니라 각 사가 추구하는 차세대 방송경영 전략 목표와 맞물려서 매우 경영적인 목적을 가지고 설계-구축-운영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

 한국의 방송환경, 아니 앞으로는 미디어환경이라는 복합적 경쟁체제에서 방송사가 살아남고, 직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카메라기자의 경우에는 좀 더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할(role)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VJ라든지 가정용 캠코더, 휴대전화 동영상 등도 일정한 수준의 영상소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뉴스의 영상이 인터넷의 UCC를 의식할 만큼 진화하고 있는데, 가장 디지털 마인드에 쉽게 적응 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서의 카메라기자는 새로운 위협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부여받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복합적 기능을 갖춘 multi-functional journalist가 필요한 환경이 도래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직업적인 관점에서 업무적 통합-융합(convergence)이 영상담당 기자에게 매우 필요하며, 디지털뉴스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인 목표의 큰 축을 담당해야 할 주인공이기도 하다. 리포트 기자 업무 역시 큰 폭의 질적 변화가 수반되고, 이런 디지털뉴스룸 환경에 적응해야 할 당사자임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언제, 그리고 어떻게 디지털뉴스룸을 구축할 것인가?  

 이미 SBS는 2004년부터 SD급 디지털뉴스룸을 구축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KBS나 MBC는 아직 실제적인 구축 액션에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직 HD기반의 디지털뉴스룸을 구축하기 위한 충분한 장치인프라가 개발과정에 있고, 대규모  HD 디지털뉴스룸 구축 운용의 케이스가 없다보니 Test bed 역할에 대한 우려가 높은 탓도 있고, 각 사별로는 급격히 악화되는 경영 사정상 투자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 시작되는 HD 방송 전환, 그 이전에 2007년의 대선, 2008년의 북경올림픽 등은 일부지만 HD와 디지털뉴스룸을 부분적으로 도입해야 할 계기이기도 하다. 물론, 디지털뉴스룸은 구축 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거기에 앞서 말한 업무적 변화까지 고려한다면 섣부르게 디지털뉴스룸에 백수십억 원을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최소한 어떤 경우든지 2008~9년을 앞뒤로 해서 디지털뉴스룸의 기본 얼개를 구축하지 않으면 공중파뉴스는 자칫 뉴미디어 뉴스제공자에게 밀려 언저리 매체의 하나로 전락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발 빠르게 변화에 대한 선구자적 적응의 자세와 의지를 갖추고, 거기에 걸 맞는 기능적 능력을 배양하지 않는다면 의외로 빠른 시간 안에 공중파 자체, 그리고 뉴스라는 프로그램이나 뉴스생산자로서의 직업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음이 현실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디지털뉴스룸 구축을 위한 다양한 요소들, 기술적 인프라, 새로운 워크플로우 모델, 뉴미디어 및 다채널 경영전략 등에 대한 실증적 연구와 토론의 마당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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