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69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왜 이제서야 문제가 되는가?

- 북한의 취재영상 검열에 관한 소고

 지난 11월 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제1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렸다. 12번을 거듭하면서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았고 그래서 현장에 간 공동취재단 역시 일반적인 행사 스케치보다는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북으로 납북된 동진호 선원 정일남!

 이번 행사의 2차 상봉자 명단에 끼어있던 북으로 납북된 동진호 선원 정일남 씨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누구보다 남측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었다.

 저녁 7시 위성 송출 현장.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단체만남 장면을 송출하고 취재기자의 기사 오디오를 송출하던 순간. 북측 요원들이 납북자 정일남 씨를 묘사하는 기사 오디오 부분에서 테이프를 빼내고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기사 내용 중 ‘납북’이라는 표현을 문제로 삼았다. 북측에 납북자가 존재하냐고, 왜 이 좋은 행사에 와서 북측을 자극하는 기사를 쓰냐고…

 결국 예정된 시간에 오디오를 위성으로 송출하지 못한 SBS는 서울에 있는 다른 기자가 기사를 대독을 하는 것으로, KBS는 납북이라는 단어를 다른 용어로 대체하여 오디오를 다시 읽는 방법으로 납북자 뉴스가 방송되었다.

 이후 기사의 사전 검열에 대해 우리는 남측 적십자사 단장을 통해 연락관에게 항의했으나 검열에 의해 걸러졌던 테이프의 송출이 허용되기는커녕 오히려 다음날 오전 SBS 취재기자의 취재가 제한되었다. 급기야 이렇게 악화된 취재 분위기는 스탠드업을 하는 취재기자가 마이크를 빼앗기고 싱크를 따던 기자가 취재수첩을 압수당하는 등의 사태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거센 검열 및 취재방해가 행해진 것이다.

 공동 취재단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한 대책 회의를 거듭했다. 대다수의 기자들은 일단 상황이 어떻든 간에 취재진으로 인해 이산 가족 행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결국 남측 CIQ를 넘을 때까지는 취재 방해에 대한 보도를 엠바고로 정하였다. 이후 통일부 기자단에 공동 취재단이 작성한 성명서 초안을 전달하고 각 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북에서 있었던 취재 방해를 보도하였다.

 당시 공동 취재단의 성명서 초안을 기초로 통일부 기자단이 발표한 성명서는 다음과 같다.

 금강산에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12차 남북이산가족 2진 상봉행사에서 북측이 일부 취재내용을 문제 삼아 남측 통일부 공동취재단 소속 방송기자의 현지취재와 위성송출이 불발되는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언론자유를 심각히 침해한 중대사태로 간주하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

 북측 ‘보장성원’이 남측 기자의 취재수첩을 강제로 빼앗는 등 상식이하의 취재방해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고령이산가족을 볼모로 상봉행사의 중단까지 위협하며 북측의 일방적인 지침대로 따를 것을 요구한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북한 당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이산상봉 행사를 파탄에 이르게 할 뻔한 과잉행위를 벌인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느낀 것은 과연 왜 이제서야 북한에서의 위성 송출 검열 문제가 불거졌는가 였다. 이미 영상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에서의 영상 검열이 당연시 되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배들은 북한에서 영상취재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출장 전에 알려줬고 실수로 담지 말아야 할 영상을 담은 기자는 자체적으로 그 영상을 삭제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왜 일까?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다. 북한에서 이렇게 영상취재가 검열을 받은 것도 그 처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처음에 우리는 항거하지 않았다. 문제를 공식적으로 과감하게 제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서야… 취재기자의 오디오 송출이 문제가 된 이제서야 위성송출 검열 문제가 공론화되고, 기사화되고 언론 자유의 영역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처음 영상 검열이 있을 당시에는 북한에서의 취재가 지금보다 훨씬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모든 기자가 북에 들어가 취재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했을 것이며 제한된 영역이라도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영상취재기자 스스로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어떤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수많이 기자들이 북한에서 취재해 왔고 그만큼 수많은 기자들이 남한에서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취재 검열을 경험하면서도 너무 쉽게 순종한 것은 아니냐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남북 관계는 여러 방면에서 호전되고 있다. 북에서의 취재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며 이번 사건이 어떤 형태로든 북에서의 취재 관행에 변화를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을 사전에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코 통일부 기자단의 항의 성명서 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위성 송출 포인트의 기자실화를 제안한다. 금강산 호텔이나 온정각 휴게소 등에 마련된 기자실에서 사용하는 팩스와 위성전화 그리고 사진기자들의 사진 전송이 아무런 사전 검열 없이 이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성 송출 포인트 역시 확장된 개념의 기자실로 만들어야 한다. 북측 요원의 출입이 금지되어야 하고 자유로운 영상과 오디오의 송출 분위기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통일부와 한국TV카메라기자협회와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텐트나 임시 펜스를 설치하여 송출 포인트 공간의 치외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리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며 통일부 직원이 상주하여 행여 있을 수 있는 분쟁을 조절하게끔 하여야 한다. 또한 협회 차원의 북한 취재 원칙을 제정하여 이를 현장을 취재하는 영상취재기자 뿐 아니라 송출 담당자와 통일부 직원에게도 주지시켜야 한다.

 언젠간 불거질 문제였다.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 저널리스트로서의 책무를 게을리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문제는 터졌고 우리는 부끄럽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검열을 당당히 거부하고 독립된 영상취재를 할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앞으로 북에 취재 가는 영상 취재 기자들의 자유로운 영상 취재와 송출은 가능할 것이다. 물론 행사 중에 문제를 제기하여 행사 자체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반드시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한 후에 이를 근거로 현장에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남북교류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다. 상호간 고유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를 넓혀가는 중요한 요건이라고 믿는다.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정상보기자


  1. No Image

    카메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

    <명예카메라기자 마당> 카메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 내 꿈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 대학생 명예카메라기자 수능 공부에 지쳐있던 19살 때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20살이 그렇게도 빠르게 지나갈 줄은 몰랐다. 나이 타령을 하기에는 아직도 너...
    Date2007.01.03 Views6266
    Read More
  2. No Image

    뉴스, HD 제작 늦어진다

    뉴스, HD 제작 늦어진다 장비선정 시기 놓고 저울질 방송시간의 HD제작 의무비율이 점차 확대되어 가면서 각 방송사별로 뉴스의 HD제작 시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새롭게 갖추어야 할 장비 선정과 도입 시기를 두고 기술적인 문제 뿐 아니라 자사와 ...
    Date2006.11.22 Views5568
    Read More
  3. No Image

    <줌인>어른이 된 협회,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른이 된 협회,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달로 한국카메라기자협회가 19돌이 되어 사람으로 보면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라는 말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뜻도 있고 이제는 모든 면에서 성숙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본 협회가 창립 당시 KBS와 MBC ...
    Date2006.11.22 Views5681
    Read More
  4. No Image

    디지털 다매체 시대의 뉴스 영상에 바라며

    <외부 기고> 디지털 다매체 시대의 뉴스영상에 바라며 지난 권위주의 정부시설 방송뉴스는 사회적 뉴스생산 구조 속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개별 매체가 생산하는 뉴스에 대한 평가에서 신문뉴스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절대적이었고, 방송뉴스는 신...
    Date2006.11.22 Views6228
    Read More
  5. No Image

    국회의원 ... 텔레비전에서 만나다

    국회의원 … 텔레비전에서 만나다 10월 중순 메인뉴스 시간에 방송되는 정책기사. “지난번에 한번 다룬 아이템 같은데...”, “방송 기사 치고는 팩트가 부실한데...”, “단독 아이템 치고는 논조가 약한데...” 선수(?)들이 보기에 어딘지 부족해 보이고 뭔가가 부...
    Date2006.11.22 Views5470
    Read More
  6. No Image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전달자, 환경 감시의 첨병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19주년 축하 메시지>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전달자, 환경 감시의 첨병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1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방송발전에 기여해 오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협회가 단순한 친...
    Date2006.11.22 Views5692
    Read More
  7. No Image

    카메라기자는 사회의 파수꾼이며, 민주주의의 보루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19주년 축하 메시지> 카메라기자는 사회의 파수꾼이며, 민주주의의 보루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1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방송저널리즘 발전에 열정과 헌신을 아끼지 않으신 카메라기자협회와 기자...
    Date2006.11.22 Views5554
    Read More
  8. No Image

    HD 디지털 카메라 삼국시대!

    제목 없음 <HD 카메라 살펴보기> HD 디지털 카메라 삼국시대! 카메라기자들이 일선에서 취재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취재장비인 ENG에 대해 사용기능들을 숙지하고 있지만 성능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적은 듯하다. 카메라기자는 엔지...
    Date2006.11.22 Views5467
    Read More
  9. No Image

    카메라기자, 다큐멘터리 제작 활발

    제목 없음 카메라기자, 다큐멘터리 제작 활발 각 방송사 보도국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열기가 대단하다. 얼마 전부터는 카메라기자가 연출과 촬영을 함께하는 카메듀서로서 작품에 임해 활약한 예도 종종 볼 수 있었다. KBS의 경우, 11월 20일부터 올 가을 정...
    Date2006.11.22 Views5622
    Read More
  10. 수중 촬영의 기본,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수중촬영 교육 후기 Ⅰ> 수중촬영의 기본,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강사님이 말씀하시길, "중상급자는 일단 장비 챙겨서 물속으로 들어가세요. 물속에서 봅시다~!" 중상급반에 속한 나는 재빨리 뒤로 한발 물러나며 물었다. "공기탱크와 레귤레이터가 제대로 연...
    Date2006.11.20 Views5614
    Read More
  11.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수중 촬영 교육 후기 Ⅱ>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수중 촬영 교육의 필요를 절감할 때 즈음 지난 7, 8월 환경기획 “위기의 금강을 살리자”라는 기획 리포트 시리즈물의 영상취재를 전담하면서 난 대전, 충남.북, 전북 등 5백만의 젖줄 금강을 발원지인 ‘뜬봉샘’...
    Date2006.11.20 Views5567
    Read More
  12. No Image

    <줌인>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지난 9일 북한이 핵무기의 폭파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의 모든 언론은 진위여부와 그 실험 규모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정보를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의 그렇듯 각 방송사에서는 특보를 시작했...
    Date2006.10.20 Views6131
    Read More
  13. No Image

    보도영상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제목 없음 보도영상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저작권은 권리는 보통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이 갖는다. 그러나 뉴스를 다루는 방송이나 신문의 기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이되 저작자가 될 수 없다. 뉴스저작물(뉴스영상, 사진, 기사, 칼럼, 사설 등)은 생...
    Date2006.10.20 Views5995
    Read More
  14. No Image

    카메라기자의 혈액형

    <궁금해요> 카메라기자의 혈액형 조사 결과 : A형 53명(27%), B형 57명(29%), O형 57명(29%), AB형 : 29명(15%) 우리나라 국민의 혈액형 비율 : A형(32%), B형(30%), O형(27%), AB형(11%) 요즘 대한민국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혈액형’ ...
    Date2006.10.20 Views5698
    Read More
  15.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 국민의 알권리 실현, 취재원 보호를 위해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곽재우)와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최종욱),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는 바람직한 취재문화 정착을 위해 포토라인 선포식을 8월31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
    Date2006.09.13 Views5773
    Read More
  16. No Image

    <칼럼>외압에 대한 언론인의 자세

    외압에 대한 언론인의 자세 언론노동자는 늘 두 가지 차원의 갈등을 느낀다. 하나는 양심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양심을 희생시키고 다른 이익을 구할 것인가 하는 갈등이다. 다른 하나는 회사 내외부의 각종 압력이나 유혹을 뿌리칠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일 ...
    Date2006.09.13 Views6543
    Read More
  17. No Image

    책임, 진정한 책임에 대하여!

    <줌 인> 책임, 진정한 책임에 대하여! 뉴스 영상에 카메라기자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그 뉴스 영상을 누가 촬영했는지 알린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책임이 카메라기자에게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각 아이템에 대해 ...
    Date2006.09.13 Views5777
    Read More
  18. No Image

    MBC 조직개편, 그 의미와 영향

    MBC 조직개편, 그 의미와 영향 MBC 보도본부는 지난 8월11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골자는 기존의 보도국과 스포츠국을 보도국으로 통합하고, 기존의 부장 중심의 조직구조를 7개 에디터 책임하의 팀제로 개편한 것이다. 이번 개편으...
    Date2006.09.13 Views6433
    Read More
  19. No Image

    인터넷 상에서 카메라기자 이름으로도 뉴스 검색할 수 있어야

    인터넷 상에서 카메라기자 이름으로도 뉴스 검색할 수 있어야 요즘은 TV 뉴스를 인터넷을 이용해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 아무래도 시간의 제약이 없고, 근무 중에도 잠깐 짬을 내 볼 수 있으며, 원하는 기사만 골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
    Date2006.09.13 Views5578
    Read More
  20. 비언어커뮤니케이션과 TV 뉴스 영상

    비언어커뮤니케이션과 TV뉴스 영상 얼마 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사람을 만나 첫인상이 어떻다는 결정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0.1초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기사를 읽으면서 한편으로 그럴 법하다고도 생각했지만, 또 한편으론 글쎄. 정말 그럴까? 라...
    Date2006.09.13 Views56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