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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 카메라기자와 불안장애>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

 최근 수년 사이에 나는 카메라기자님들과 접할 기회가 늘어났다. 덕분에 기자들의 생활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나는 전공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 이런 것인데, 취재차 인터뷰를 하다보면 어느 새 취재하는 기자분의 눈이 반짝반짝해지면서 “이건 제 얘기네요. 나도 스트레스 무지하게 받는데.” 하고 관심 있게 듣거나,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꼭 상담 받으러 오겠다고 하시는 분도 많다.

 기자는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직종 중 하나다. 재작년에 모 방송사의 취재 요청으로 직업별 스트레스와 평균 수명을 조사한 바 있는데, 기자는 가장 스트레스가 높고 건강도 좋지 않은 직종에 속했다. 제한된 시간에 수행해야 할 업무량이 절대적으로 많고, 내가 계획한대로 업무가 진행되기 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뉴스를 쫓아다녀야 하는 통제불능성도 문제다.   한편 취재원과 데스크 양쪽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바뀌는 예측 불능성도 문제다. 이렇게 스트레스는 많은데, 잦은 야근과 출장 등으로 불규칙한 생활을 하니 더 문제다. 자기 리듬을 잃어버리면 각종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그 중에는 불안장애가 있다. 불안장애는 불안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뇌신경의 질환으로서 막연한 불안이 만성적으로 엄습하는 범불안장애나 대인기피증, 강박증, 충격 받은 뒤의 정신적 후유증 등이 속한다. 그 중 공황장애란 불안이 아주 극심하게 찾아오는 질환인데 사례를 통해 설명해 보겠다.

 심한 불안을 앓는 40대 초반의 기자가 찾아왔다. 그는 갑자기 어지럽고 눈이 흐릿해지며 심장이 뛰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고통을 받아 왔다. 자신이 정신을 잃어 가는 듯 걱정이 되어 동료 직원들에게 자신을 빨리 응급실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막상 병원 응급실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의사는 ‘신경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경성’이라니? 그 말에 더 불안해져서 어떻게 해야 하나 검색을 해보다가 필자에게 온 경우였다.

 공황이란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심한 공포다. 공황장애는 그런 공황이 발작적으로 반복되며 앞으로 또 공황이 올까봐 걱정이 되어서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 질환이다. IT 연구개발직, 금융, 운전직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에서 최근 늘어나고 있다. 공황은 밀리는 길을 운전하거나 다리를 건널 때, 백화점처럼 사람이 많이 밀집된 곳, 지하 환경에서 잘 일어난다. 그러나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아무 데서나 나타나기도 한다. 자다가 놀라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공황이 없을 때도 항상 긴장하고 불안해진다. 또한 불면증과 집중력 저하, 불시에 손발이 저리고 띵하면서 어지러운 증상, 가슴의 압박감 등이 나타난다. 공포감이 생기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흥분하면서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황장애 때문에 인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성격도 소심해진다. 공황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될까 봐 취미활동이나 대인관계도 좁아지고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않으려고 한다. 담배나 술이 늘어서 알콜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공황장애는 불안증의 가장 심한 형태지만, 의외로 흔하다. 전체 인구의 2-3%가 평생 한 번은 앓는다.

 이런 병은 왜 오는가? 도시화와 밀집된 환경을 원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에스키모 사회에서도 공황장애는 있다고 하니까. 평화로운 바다에 카누를 타고 가다가도 갑자기 왠지 육지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심리적 공포가 오면서 가슴이 조이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져서 결국 실종되는 사례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황장애는 존재했던 셈이다. 그래서 결국 공황장애는 우리 뇌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발병한다고 보고 있다. 엄지손톱 만한 불안의 중추가 있는데, 거기가 이상반응을 보이면서 시도때도 없이 흥분을 하면, 거기서 다른 대뇌 부위와 온 몸으로 연결되는 자율신경계가 과잉반응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치료법은 이렇게 과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히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다. 불이 났으니 물을 뿌려서 불을 꺼야 한다. 소방 작용을 하는 것이 약의 효능인 셈이고, 취약해진 신경에 부족해진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공황장애 치료법은 약과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심리적 취약성, 몸에 밴 도피 성향이 없어지지 않으면 공황장애가 자꾸 재발하기 때문에, 그걸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의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는 인지치료와 지레 겁먹고 도망가는 습관을 정면승부로 고치는 행동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인지행동기법은 공황장애 뿐 아니라, 일반적인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데에도 폭 넓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니 이 대목은 꼼꼼히 읽어보시는 편이 낫겠다.

 예를 들면 불안 반응이 일어날 때, 소심한 사람들은 그 상황이 가져올지도 모를 위험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너무 과대평가한다. 또한 불안 반응이 이어나면 극단적으로 안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재앙화 사고’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학원 원장이 어느날 학생 한 명이 사정상 다음달부터 그만두겠다는 학부형의 전화를 받고 나서 곧 학원 문을 닫고 자신은 거리로 나가 앉게 될 것 같은 상상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생각을 빨리 발견하여 교정해야 스트레스와 불안을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떠 올리고 과연 내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날 실제적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런 확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가? 등을 질문하면 자신이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들을 너무 과장해서 생각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신체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빨리 해소할 수 있는 복식 호흡법이나 근육 이완법도 좋다. 사람이 긴장하고 불안해지면 호흡이 빠르고 얕아진다. 복식 호흡은 그걸 교정해서 이완된 편안한 호흡을 통해 생체의 리듬을 되찾는 것이다. 복식 호흡을 통해 불안 반응에 흔히 동반되는 과호흡을 막을 수 있고 정신집중에도 도움이 된다. 숨을 들이쉴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코로 들이쉰다. 한 쪽 콧구멍을 막고 숨을 쉬어 보는 것도 좋다. 익숙해지면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는 것도 좋다. 하나 둘 셋 이렇게 박자를 맞추면서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근육이완법은 과거 동양에서 고대로부터 내려온 다양한 심신수양법 중에서 불안의 치료에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몸 전체의 근육을 이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개발된 것이다. 매일 열심히 연습을 하면 한달 정도 후에는 1-2초 내에 내 몸을 편안히 이완시킬 수 있다.

 글을 마치면서 드는 생각. 증상이 아주 심하면 모르겠지만, 사실 바쁜 업무 중에 이런 것을 배우러 병원에 가기도 힘든 노릇이다. 이왕이면 협회나 회사 차원에서 예방적인 교육을 마련해주거나,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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