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9 21:3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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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글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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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둘레길 답사기를 쓴다. 그렇게 쓴 글과 사진을 이용해 자사의 뉴미디어용 기사로 출고도 한다. 물론 스스로의 부족함에 심히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쓴다. 가끔은 누구도 강요하진 않지만 나만의 마감일을 정하고, 그 마감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 내지 스트레스 때문에 저 홀로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쓰는 글이 둘레길 답사기인지라, 걷고, 보고, 느끼는 과정은 그야말로 필수다. 그렇게 걷는 경험 없이는 쓸 수 없는 글이다 보니 걷기 위해 들이는 품도 적지 않다. 둘레길 답사가 정해지면 휴가를 내야하고, 휴일의 시간들을 쪼개야 한다. 이제는 눈도 넓어져 걸어야 할 길, 또는 소개하고픈 길이 지방에 있는 탓에, 한 번의 답사에 이삼일의 여정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주변의 동료를 포함해 일부는 그렇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을 굳이 하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내심 영상기자로서의 본업도 벅찬데(또는, 하는 일이나 잘 하지) 본업도 아닌 일을 하느라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속내가 엿보이기도 한다.  글쎄! 나는 왜 글을 쓸까? 나는 왜 공식적인 업무도 아닌 일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걸까? 사실 나 스스로는 내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비록 부족하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한다는 생각으로 어딘가를 답사하고 또 글을 썼었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인 답을 내놓으라는 제안을 받으니 그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몇 가지의 이유가 떠오른다.
 
  첫째는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못한다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 무엇보다 글을 쓰고 유형의 무언가를 생산해낸다는 성취감이 그 이유일 것이다. 내 직업(물론 우리의 직업이다)이 갖는 한계는 콘텐츠를 생산함에도 그 생산된 콘텐츠가 휘발성이 강한 탓에 온전히 보존되지 않으며, 더욱 문제는 그 콘텐츠들이 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뉴스의 속성상 그것이 당연했다. 또한 역할의 특성도 있으니 생산자로서의 대표성을 운운할 계제도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아니 달라졌다.
 
  두 번째는 그‘ 달라진 세상’이 이유다. 그 달라진 세상이란 다름 아닌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다. 어느 순간 세상은 뉴미디어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들어간 대학원에서들은 뉴미디어 관련 강의 역시 무언가를 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는 듯했다. 그렇게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스스로를 계발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가 글쓰기였던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무한의 공간에서는 각자의 능력 여하에 따라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도, 노출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 콘텐츠 생산이 분업을 통한 공동의 노력이 아닌,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린 지극히 사소한 영역(방송에 비해)으로 옮겨왔던 것이다. 마침 나(또는 우리)에게는 오랜 세월 방송 뉴스 제작에 몸담고 경험했던 자신만의 내러티브(narrative)가 있지 않은가. 뉴미디어의 흐름에 동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멈추어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퇴보일지라도 움직일 것인가? 나는 움직임을 선택했다.
 
  세 번째 이유는 그‘ 움직임’에 있다. 어차피 움직이기로 했으니, 기왕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의 발전에 기여해야 했던 것이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면서, 나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누구나 그렇듯 부족함을 알면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지와 의욕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아는 것이 없으니 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 내지 애틋함이 생기더라는 말이다.
 
  실제 글을 쓴다는 것은, 나아가 어떤 형식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의 습득을 강제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험까지도 강제한다. 알아야 글을 쓰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식을 위해, 경험을 위해 눈과 손발을 예전보다는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쓰는’ 작업이 가져다준 부수적인 덤이면서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였던 것이다. 그러니 비록 작은 부분일지라도 글쓰기는 분명 나를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동력원이라는 사실도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된다. 그러니 더더욱 무언가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일이냐 아니냐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일이라는 것도 결국은 개인적인 역량이 업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발현되는 성과나 성취가 아니던가. 나 자신과 조직의 성과에 기여했다면 그것이 바로 일인 것이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긴 여정의 부분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한편으론 어쩌면 방탕하고 무책임했던 지난날에 대한 뒤늦은 회한(?)이 글이라는 도구를 만나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게으름이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뗀 걸음마를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특별한 목적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묵묵히 걸어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둘레길이든 인생길이든 가리지 않고 꾸준히 걷다 보면, 아마도 이런저런 글들(http://news.sbs.co.kr/news/reporterPage.do?reporterId= cymin)이 내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내 곁으로 달려와 그렇게 쌓일 것이다. 어쩌면 내 앞에 쌓이는 나의 글들이 정작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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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스스로에게 부탁하노니, 각성이라는 이름의 자신을 향한 발견이면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세상과 나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이기도 한 글쓰기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염원하면서, 글이라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기대해 본다.

 

 



박대영 / SBS    162416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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