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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칼럼>

취재원의 바람, 지켜주고 싶었지만…

 부산에 살고 있는 A모씨는 간암 진단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들이 간을 떼어 이식하고 아버지를 살린 일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2006년 3월 뉴스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 얼마 후 건강 회복이 더뎌지는 것에 불안해 한 아버지가 심한 우울증으로(가족의 추정) 그만 자살해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우리는 우선 이 일을 보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상 사람들로부터의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워낙 안타까운 사연이라 보도가 되었고 영상을 취재 편집한 본인은 취재원의 신분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 거의 모든 영상의 모자이크 처리였다. 그렇게 아주 조심스럽게 제작한 리포트는 전국에 방송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본인은 참으로 황당한 일에 겪고 말았다. 방송에 나간 아이템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등록되었다. 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는 과거 아들의 간이식에 대해 미담으로만 보도 되었던 각 언론사의 리포트까지도 모두 같이 묶어서 일목요연하게 링크시켜 놓는 친절함 까지 보여 줬다. 당연히 과거의 리포트에는 착한 아들과 단란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취재원의 초상권이나 명예는 온데 간데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 아래에 달려있는 댓글은 결코 곱지 않았다. 너무 황당한 일이었다.

 불과 몇 년 사이 인터넷은 급속하게 발전하여 지금은 세상의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사의 뉴스 서비스 마인드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인 것이다. 인터넷의 일반 검색 서비스는 로봇 프로그램에 의해 데이터가 구축된다지만 분명 뉴스는 아직도 사람의 눈과 손을 거쳐 서비스 될 텐데….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았던 그 가족들은 분명한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임에도 불구 하고 제소하지 않았다. 그 가족들이 취재하는 우리에게 아주 약한 약자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던 게 다시 한번 기억난다. ‘취재를 막을 순 없겠지만 세상에 알려지기는 싫습니다.’ 그 약속을 꼭 당연히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본인이 참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KBS부산총국 보도팀 기자 류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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