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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역사’의 모색과 영상자료의 중요성 




 역사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변화 원인과 결과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이해에 필요한 준거점들을 마련하는 것을 주된 과업으로 삼고 있다. 변화의 인과관계 분석을 중시하는 태도는 역사학을 사회과학의 일부분으로 여기게도 하고, 이러한 태도는 때로 특정 변수로 역사의 전개를 다 해명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입장으로 경도되기도 했다. 역사를 특정 요인이나 변수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역사학은 아마도 오래전에 정치학이나 경제학과 같은 분과학문 속에 흡수되어 없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역사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들과 복합적인 관계들이 맞물리며 전개되어 왔다. 


 역사를 분석적 또는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의도하지 않게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요한 부분들을 간과하거나 경시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체들의 정서적 영역을 들 수 있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기쁨, 슬픔, 분노 그리고 이를 규제하거나 표현하는 윤리나 관습 등은 생활세계의 미시적 영역뿐만 아니라 구조적 격변을 가져온 사건들의 전개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정서적 측면의 이해는 과거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 형성을 역사적으로 파악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역사학에서 영상자료를 특히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영상자료의 중요성은 기록의 저장과 전달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영상자료가 지닌 중요성과 장점은 역시 테사 모리스-스즈키(Tessa Morris-Suzuki) 교수가 강조했듯이 영상자료가 과거에서 현재로 다양한 의미를 송신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직접 대면하여 그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자료라는 데 있다.  


 이처럼 영상자료가 지닌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한국역사학계는 영상자료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2천 년대 초반에 역사학계에서도 한국사회가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주목하며 ‘영상역사’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역사학계에서 ‘영상역사’는 역사 드라마의 진실성을 논하는 차원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이다. 영상을 ‘허구’로 보거나 문헌사료의 보완자료일 뿐이라고 여기는 일부 학자들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역사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는 영상자료의 체계적인 수집과 정리, 그리고 영상자료를 분석하기 위한 역사연구 방법론의 모색 등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데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학 연구소 및 국가기관 등에 의해 해외에 소재한 한국근현대사 관련 영상자료들이 조사되었고,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소재한 주요한 뉴스릴과 문화·선전영화 영상들이 수집 정리되고 있다. 또한 영상자료에 관한 심화된 아카이빙을 DB로 축적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영상역사’의 본격적인 진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영상자료들이 발굴과 수집과 그리고 아카이빙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 각국에 소장된 전쟁관련 자료 및 북한관련 영상, 재외 한인 관련 영상 등 해외자료가 지속적으로 발굴, 수집, 정리되어야 한다. 또한 국내 방송사들이 소장하고 있거나 생산한 영상자료도 최대한 접근성과 활용도를 넓혀야 하는 과제도 빼놓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자료가 곧 사료가 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영상자료를 수집하고 DB를 구축한 다해도 이를 읽어낼 수 있는 역사학적 관점과 방법론이 없으면 그저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역사이해를 위한 실마리나 흔적을 찾는 역사학자들은 영상의 예술적 완성도를 주목하는 영상 전공자들과 달리 완성된 영상물뿐만 아니라 미편집 영상물 또는 폐기된 영상물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영상자료를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영상자료가 만들어지는 과정 즉, 촬영에서부터 편집까지 과정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문헌사료 취급과 분석 방법만을 훈련 받아온 역사학자들이 지닌 가장 큰 한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영상역사’의 방법론을 마련해 나가기 위해서는 역사학, 영화학, 사회학, 문학 등의 학제 간 협력이 필요하며, 특히 영상촬영을 담당하는 분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영상역사 연구는 하나의 컷에서부터 에피소드, 나아가 장편 기록영화의 전체를 촬영한 촬영자의 관점을 정확히 읽는 데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상역사’는 영상자료의 특성상 역사학자들만의 고유한 영역이 될 수 없다. 새로운 학문영역이라 할 수 있는 영상을 통한 역사쓰기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허은 /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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