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대호(38)라는 사람이 투숙객 A씨와의 다툼 끝에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는 추호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방송사 기자들 앞에서 주장하면서 “이 사건은 흉악 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라고 뻔뻔 당당하게 대꾸했다.

 

 언론의 보도에도 법과 도덕이 따라야 한다. 여기서 법과 도덕이란 정당성을 의미한다. 이를 쉬운 말로 다시 하자면 ‘올바 른 것’ 혹은 ‘지당한 것’을 의미한다. 

 

 살인범 장대호는 고려시대 정중부를 언급하며 “고려 때 김부식의 아들이 정중부의 수염을 태운 사건이 있었는데 정중부가 잊지 않고 복수했다"라며 살인범의 살인동기를 에둘러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살인범의 살인동기를 인터뷰하고 방송하는 이 땅의 언론은 과연 제 정신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살인이란 지구상의 어느 국가에서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죄이다. 어찌 그 죄에 대하여 변명이 필요하며 궤변을 대중 앞에 방송한단 말인가? 이런 살인궤변을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하여 방송하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에 대한 도전이자 고인과 유족에 대한 능멸이 아닌가?

 

 왜 국민이 그런 살인범의 누추한 변명을 여과 없이 들어야 하나? 한두 번도 아니고 시시때때로 반복하여. 그럼 강간범에게 강간의 추억(?)을 인터뷰해서 그걸 방송이라고 해도 좋단 말인가? 그 흉측한 저승사자의 혐오스런 얼굴을 클로즈업(close-up)하여 방영해야 한단 말인가? 누가 그 흉상을 보고 싶다고 했나? 저승사자가 흉악한 얼굴을 번쩍 들고 뻔뻔 당당한 어조로 고인에게 (저승에서 또 만나서 또 그렇게 하면 다시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모습은 꿈에 나타날까 무서웠다.

 

 살인자가 얼굴 들고 살인동기를 인터뷰하겠다고 동의했다면 언론이 살인범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것은 방송이 언제부터 살인범에게 그렇게 호의적이고 관대했는가? 살인범에게도 살인동기를 말하도록 ‘언론의 접근권’을 공공연히 허여하자는 게 공공의 질서를 강조하는 수사기관과 언론기관의 진정한 사명이고 임무란 말인가?

 

 하늘에서 살인범의 그 궤변을 듣고 있을 고인의 영혼과 유족의 심정을 언론은 헤아려보기라도 했는가? 가뜩이나 억울하고 분한 유족이 그런 보도에 어떤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행동이라도 하거나 분개한 시청자가 수사기관과 언론기관을 고발하여 이른바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이라도 청구한다면 속이 시원할까?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습도박과 외국환거래법위반의 알려진 연예계 공인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포토라인’의 생략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조금 전에 보도되었다.

 

 이는 이른바 ‘초상권’에 대한 돌연변이성 신종 증후군으로서 공인의 범법행위는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다수 시청자들을 냉소케 하고 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아직 공개소환의 계획이 없다는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살인범의 살인의 추억(?)을 공공연히 방영하던 언론과 수사기관이 정작 공인에게는 ‘피의사실공표’ 를 우려해서(?) 포토라인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새빠진 궤변으로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괴물의 엉덩이에 빨간 뿔이 달린 (?) 도깨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굳이 ‘법의 지반이 자유의지로서 정신적인 것’이라는 헤겔의 법철학을 들추어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언론인들은 이런 방송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겠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어찌 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인으로서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아스럽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언론의 사명은 제4부로서 입법 사법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균형 잡힌 민주적 권리구조를 견고히 하여 모든 국민에게 그런 권익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류종현 / 전 부산대학교 초빙교수    류종현.png

 


  1.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언론의 취재관행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같이 사건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판단해야할 상황변수는 많다 이를 하나의 윤리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자는 오랜 취재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
    Date2021.09.24 Views280
    Read More
  2.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 MBN 부서원들과 와인 모임을 가졌다(사진 왼쪽 맨 앞이 필자).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와인 한잔. 유난히 술 한 잔이 생각납니다. 그간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해 왔지만 뭐 추운 겨울이잖아요. 저와 일행은 이태...
    Date2020.01.08 Views296
    Read More
  3.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60
    Read More
  4. 거꾸로 가는 초상권 -류종현 / 부산대 초빙교수 전MBC 국장-

    거꾸로 가는 초상권 초상권이라 함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하고,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하며, 초상이 함부로 영리 목적에 이용되...
    Date2017.05.22 Views638
    Read More
  5.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
    Date2021.03.10 Views482
    Read More
  6.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654
    Read More
  7.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Date2021.01.07 Views542
    Read More
  8.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
    Date2021.07.06 Views269
    Read More
  9.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lsqu...
    Date2021.01.07 Views295
    Read More
  10.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최근 일본의 신문기사와 방송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 미사일과 핵 실험 가능성이라는 안보위기 와중에서 일본 언론이 예년과 비교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북풍’을 선동하는 ...
    Date2017.05.23 Views633
    Read More
  11.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52
    Read More
  12.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513
    Read More
  13.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158
    Read More
  14.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
    Date2020.01.08 Views326
    Read More
  15.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589
    Read More
  16.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565
    Read More
  17.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55
    Read More
  18.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43
    Read More
  19. [취임사]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이 · 취임식에서 제27대 나준영 회장이 제26대 한원상 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영상기자 역사 60년의 해에 영상기자 100년을 향하여 1961년 12월, 대한민국에 오늘을 영상으로 ...
    Date2021.03.11 Views322
    Read More
  20. [초상권]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대호(38)라는 사람이 투숙객 A씨와의 다툼 끝에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는 추호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
    Date2019.09.09 Views334
    Read More
  21.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Date2020.11.18 Views3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