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었고, 이후 10월에는 기상뉴스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는 사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독도 헬기 추락사고 관련하여 사고 헬기의 이륙 장면이 담긴 휴대폰 영상이 큰 논란을 빚었다. 모두 KBS뉴스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키는 사건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회사 내부적으로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치부되고 끝났다. 올해 KBS-EBS에 대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KBS 양승동 사장 역시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된 방송사고에 대해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제대로 된 영상 데스킹 시스템도 없었다. 

 

 영상 데스킹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제는 케케묵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크게 발전하거나 개선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왜 이렇게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오랫동안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도 영상을 담당하는 영상기자들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영상을 출고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취재기자들은 초고의 작성부터 최종 데스크의 사인을 받기까지 시간대별로 그 흔적이 보도정보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데스크의 최종 사인이 있어야 비로소 방송으로 출고할 수가 있다. 나름 체계화된 구조 속에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데스크와의 소통을 통해 기사의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을 잘 구축해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화된 보도정보시스템 속에서도 그 어떤 형식적인 과정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MAM이라는 미디어 관리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편집이 완료되고 나서야 방송 직전에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겨우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상 데스킹은 뉴스영상 생산에 있어서 권한이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권한의 행사에는 적절한 사무처리 방식과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 권한이 적절히 행사될 수 있고, 사후에라도 그 적절성을 점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영상 데스킹은 영상 데스크의 권한을 모호한 영역으로 밀어내 버리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한편 또 다른 원인으로 촬영과 편집이라는 이원화된, 기능 중심의 낡은 조직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이원화된 조직 구조는 분명한 장점을 지닌다.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 관리, 업무 효율성 등이 그렇다. 그러나 워크플로우의 이원화는 책임을 분절시키고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나의 리포트에 취재와 편집 책임이 서로 다른 데스크에게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구조인 것이다. 단순한 기능에만 매몰되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일관되고 책임 있는 영상 데스킹을 기대하기 사실상 어렵다.

 

 최근 잇따른 KBS뉴스의 영상 사고들은 어쩌면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와 조직구조의 한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KBS가 밝힌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는 해명은 영상기자로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나친 해석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소극적 해명이 일련의 사고들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과실로만 축소하고,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구조적 한계들을 그저 단순한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KBS는 현재 취재 관행 개혁을 선포한 상태다. KBS 엄경철 통합뉴스룸 신임 국장은 출입처 폐지 등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조차 우리는 제외된 듯 보인다. 그렇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발견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이제라도 우리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똑같은 ‘단순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원석 / KBS    KBS최원석 증명사진.jpg

 


  1.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언론의 취재관행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같이 사건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판단해야할 상황변수는 많다 이를 하나의 윤리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자는 오랜 취재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
    Date2021.09.24 Views280
    Read More
  2.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 MBN 부서원들과 와인 모임을 가졌다(사진 왼쪽 맨 앞이 필자).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와인 한잔. 유난히 술 한 잔이 생각납니다. 그간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해 왔지만 뭐 추운 겨울이잖아요. 저와 일행은 이태...
    Date2020.01.08 Views296
    Read More
  3.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60
    Read More
  4. 거꾸로 가는 초상권 -류종현 / 부산대 초빙교수 전MBC 국장-

    거꾸로 가는 초상권 초상권이라 함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하고,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하며, 초상이 함부로 영리 목적에 이용되...
    Date2017.05.22 Views638
    Read More
  5.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
    Date2021.03.10 Views482
    Read More
  6.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654
    Read More
  7.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Date2021.01.07 Views542
    Read More
  8.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
    Date2021.07.06 Views269
    Read More
  9.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lsqu...
    Date2021.01.07 Views295
    Read More
  10.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최근 일본의 신문기사와 방송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 미사일과 핵 실험 가능성이라는 안보위기 와중에서 일본 언론이 예년과 비교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북풍’을 선동하는 ...
    Date2017.05.23 Views633
    Read More
  11.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52
    Read More
  12.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513
    Read More
  13.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158
    Read More
  14.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
    Date2020.01.08 Views326
    Read More
  15.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589
    Read More
  16.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565
    Read More
  17.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55
    Read More
  18.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43
    Read More
  19. [취임사]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이 · 취임식에서 제27대 나준영 회장이 제26대 한원상 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영상기자 역사 60년의 해에 영상기자 100년을 향하여 1961년 12월, 대한민국에 오늘을 영상으로 ...
    Date2021.03.11 Views322
    Read More
  20. [초상권]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대호(38)라는 사람이 투숙객 A씨와의 다툼 끝에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는 추호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
    Date2019.09.09 Views334
    Read More
  21.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Date2020.11.18 Views3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