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까르네.png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서부터 취재를 위해 등록한 자동 메일까지 안 그래도 바쁜 연말에 카톡 하나, 메일 한 통이 얼마나 큰 대수인가? 12월 26일. 대한 상공회의소를 통해 중국 세관으로 받은 메일 한 통 역시 ‘뭐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약 3개월간의 피말리는 소명 작업에 매달렸다.


 중국 세관에서 보낸 메일은 아주 간단했다. 지난 2022년 1월 베이징 올림픽 취재를 위해 발급한 일시적 수출입 신고인 ‘까르네’가 중국으로부터의 재수출 확인이 되지 않아 그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아주 무미건조한 몇 줄의 영어 문서 마지막 줄은 만약 소명 자료가 인정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재수출은 뭐고 베이징 올림픽이면 11개월 전 이야기인데 뜬금없이 이제야 뭘 소명하라는 건지? 한국의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전달되었기에 우선 상공회의소로 문의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요?’


 내용은 이랬다. 방송 장비나 전시회 등의 목적으로 해외로 반출되는 고가의 물품에 대해서는 수출입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국가 간의 협약이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서류가 ‘까르네(Admission Temporary Admission Carnet : 무관세 임시 통관증서)다. 보통의 방송장비들이 면세범위를 넘어가는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해외출장을 위해서는 까르네 신고절차가 필수적이다. 까르네 신고는 한국에서 출국할 때, 해외 특정 국가에 입국할 때, 다시 해외국가에서 출국할 때, 한국으로 입국할 때 총 4번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 완전히 절차가 종료된다. 간혹 해당 국가의 사정에 의해 그냥 통과하게 되면 신고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문제는 필자처럼 해당 국가에 입국할 때 신고했는데 출국할 때는 확인을 안 받는 경우다. 이럴 경우 고가의 장비가 해당 국가 내에서 세금 없이 재판매되었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판단해서 적절한 소명이 되지 않으면 신고가액의 20%에 가산세 10%까지 더해진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시킨다. 필자의 경우 약 8천만 원이 보험가액이니 30%인 2천4백만 원이 세금으로 부과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2천 4백만 원이라니? 아니 도장 하나 안 받아왔다고 설마 2천4백만 원을 내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2021년에도 모 방송사에서 유사한 상황으로 세금을 납부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해외 유사 사례는 물론이고 까르네 협약의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하는 등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아 나섰다. 비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마저 고려했다. 그러다 결국은 까르네 국제 협약에 나와 있는 8조 2항의 한 줄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까르네 협약에 따르면 기한 내 재수출을 증빙할 수 없는 경우 해당 물품이 제3국에 있음을 증빙할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있으면 된다고 되어 있었다. 세관을 통한 공식 서류 발급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세관은 당시 물품을 확인받은 기록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서류 발급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른 증빙자료가 필요했다. 결국 해당 장비를 회사로부터 수령했고 올림픽이 끝난 후 모든 장비를 회사인 MBC로 반납했음을 증빙하는 서류를 사내 절차를 통해 만들었고 이를 다시 중문으로 번역해 증빙자료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고 한 뒤라 이제 더 이상 다른 뭔가를 할 수 있는 기력도 없었다. 세금이 부과되면 회사에 보고하고 징계받거나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구정을 코앞에 두고 출입국 증명서 등의 추가 증빙자료를 함께 대한 상공회의소를 통해 중국 세관으로 보냈다. 그리곤 약 2달 뒤인 3월 중순에 대한 상공회의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축하드립니다. 중국 세관에서 인정을 해줬네요. 까르네 클레임이 해소되었습니다.”


 까르네 클레임이 해소되었음을 알리는 것도 역시 단 한 통의 메일이었다. 두 통의 메일에 정말 3개월 동안 천국과 지옥을 몇 차례나 오갔던가? 다행히 이번은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클레임 해소를 위한 과정에서 다른 출장의 까르네 서류들 역시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것들투성이었다. 타사의 경우도 비슷해 보였다. 


 까르네를 발급받고 수출입 신고를 할 때 꼭 알아야 유의 사항이 있다. 대부분의 까르네 클레임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 혹은 그 이후에 제기된다. 이러한 클레임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재수출기한을 1년짜리로 발급받기를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재수출기한이 6개월이 아닌 1년이었으면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기한이 길어지면 보험료가 올라가는데 모든 까르네 절차를 완벽히 수행한 서류가 있으면 출장 복귀 후 보증보험료 환급 신청을 할 수가 있다. 아마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보험료를 환급받는 절차까지는 진행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또 4번의 까르네 신고절차 중 4번 모두를 안 하는 건 아예 기록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신고 절차를 행한 경우에는 한국으로 귀국 즉시 우리 세관과 상의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조치를 완료해야만 추후 까르네 클레임을 피할 수 있다. 


 주변의 동료들이 대부분 까르네를 출입국 과정에서만 필요한 증빙 자료로만 인지하고 있고 나 역시 그 정도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까르네는 출입국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담담히 꺼낼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피가 말라가는 듯했다.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똑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마음으로 부끄러운 경험담을 공유한다.


현기택 / MBC




  1.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 3월 5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들은 라이펜슈튤 독일대사를 만나, 이 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5.18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야기하려면 광주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고, 광주의 5.18을 이야기 ...
    Date2021.05.06 Views222
    Read More
  2.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심사 후기 - '응답의 책임감’(answerability)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심사 후기 '응답의 책임감’(answerability) ▲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부문 수상작 ‘필사의 여정1, 2’화면 갈무리 ‘영상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힘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현장에 없는 수용자들을 그 사건의 목격자(witness)로 만드는 ...
    Date2021.11.17 Views372
    Read More
  3.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
    Date2020.03.12 Views343
    Read More
  4.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
    Date2019.09.09 Views420
    Read More
  5.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373
    Read More
  6.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Date2020.09.16 Views370
    Read More
  7.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
    Date2023.06.28 Views268
    Read More
  8.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352
    Read More
  9.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
    Date2020.01.09 Views335
    Read More
  10.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지난 6월 12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 교체 대...
    Date2019.01.03 Views1539
    Read More
  11. 한국영상기자협회 입회에 즈음하여…

    한국영상기자협회 입회에 즈음하여… “‘제3의 눈’으로 한국 사회 발전 보도…협회 회원들과 유대 깊어지길” 우선 저희 외신기자단을 회원으로 받아 주신 전국의 모든 회원님들에게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에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외신영상기자...
    Date2021.09.24 Views318
    Read More
  12.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303
    Read More
  13. 한국 미디어가 주시해야 하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묻혀 한국 미디어가 의외로 무관심한 분야가 미국‧중국‧러시아‧이란‧카타르‧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이다. 통화전쟁은 실제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기 ...
    Date2017.11.04 Views598
    Read More
  14. 필사는 창작의 왕도

    필사로 당대 최고 시인이 된 다산의 제자 황상 좋은 글을 베껴 써서 익히고 마음에 담는다는 ‘필사’의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점에서는 필사책을 모아 놓은 특별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고,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필사’라는 단어를 넣어 보면 수백 권...
    Date2017.11.04 Views604
    Read More
  15.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464
    Read More
  16.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271
    Read More
  17.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8.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국제교류행사 참여기>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누군가 ‘왜 기자가 되었는가?’라며 고리타분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한다면, 그래도 마음 한 편에 고이 모셔둔 ‘사회에 보탬이 되는...
    Date2023.12.21 Views78
    Read More
  19.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한 펭수 지난 10월 말, 우연히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했다. SBS 정복기라는 에피소드로 펭수가 스브스뉴스팀을 방문했을 때 (5초 정도?) 잠깐 출연 당한 것. 그 출연 후 주...
    Date2020.01.08 Views376
    Read More
  20.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 지난 10월 초, 파주의 한 연습실에서 연습에 한창인 이날치 밴드 따랑 땅 따랑~ 따랑 땅 따랑~’ 댄스곡이 시작될 것 같은 130bpm의 흥겨운 베이스 리듬 뒤에 한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킬링...
    Date2020.11.17 Views285
    Read More
  21.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순간이 라이브로 전파를 탔다. 이전 라이브 영상처럼 정제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TV 화면이 보는 이에...
    Date2019.09.09 Views22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