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7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사진1.jpg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시죠?) 매년 연례 행사(?)처럼 치르는 것이기도 하고, 또 2월 1일이면 아직 연휴 전이라 아직은 본격적인 정체가 이어지기 전이라 짐작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장에 갔습니다. 올해 설 연휴는 (2일부터 6일까지) 예년보다 비교적 긴 편이어서 귀성 차량이 좀 더 분산되리라 생각도 했습니다.

 

 오후 2시쯤 노들섬 헬기장(집결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서 담당 경찰들이 기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신원조회를 했습니다. 어느 경찰관이 말하더군요.“ 매년 그렇지만 우리 경찰 헬기 잘 좀 찍어주셔야 합니다.” (그 소리에 갑자기 혈압이 확 오르더군요. 내가 명절에 경찰 헬기나 찍으러 다니는 사람인가?)

 

 2시가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우릴 태울 헬기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자니 이런저런 상념이 들더군요. 헬기가 문제없이 잘 뜰 수 있으려나? 하늘 위에서 별일 없겠지... ?

 

 이윽고 헬기가 도착했습니다. 영상기자(종편포함) 7명과 사진기자 8명은 각각 2대의 헬기에 나뉘어 탑승했습니다. 최근 해병대 헬기 등 몇몇 사고들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 긴장감을 가졌습니다. 프로펠러가 돌고 헬기가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상공에 올라가니 바람이 심하게 불더군요. 기체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착석한 상태였지만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에서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30분쯤을 날아 드디어 저 아래로 기다란 용의 몸체와 같은 서해대교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불안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내 7명의 기자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 뛰어다니는 경쟁이 좁은 헬기 안에서도 벌어질 줄이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입니다.

 

 뷰파인더에 얼굴을 묻고 정신없이 일하는 동안 불안도 상념도 모두 잊었습니다. 웃픈 일입니다. 헬기에 탄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높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일 텐데 정작 일할 때만큼은 머릿속이 아주 깨끗해지니.

 

 취재를 마치고 헬기가 다시 노들섬을 향해 복귀하는데 멀리 고속도로에 긴 병목현상이 발생했더군요. 신갈 JC 부근에. 차들이 벌써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채 서행하고 있었습니다. 평일 저녁 퇴근 차량 행렬에 더해 긴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습니다. 마침 옆을 보니 우리가 탄 헬기 오른쪽에 다른 헬기 한 대가 우리와 동일한 높이로 떠 있더군요. 아마도 사진기자 헬기에서 우리 취재진 헬기 모습을 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우리도 상대 헬기 모습을 물론 담았죠.) 뜻하지 않게 취재진이 홍보에 동원된 듯해 약간 씁쓸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으니.)

 

 설날(구정) 귀성 풍경 스케치, 고속도로 정체 소식. 그림도 비슷하고 내용(말)도 비슷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뉴스, 이런 방식의 취재 노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년 경찰 헬기에 올라타 그 안에서 행하는 위험한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좋은 정보, 유익한 뉴스인가?

 

 물론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귀경길 현재 교통상황 등이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중요한 뉴스일 수도 있습니다. 와, 많이 막혔네. 지루하겠어. 그런 생각을 들게 하고,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에 금과옥조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상기자들이 매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헬기 촬영을 감행하는 풍경이 어떤 측면에서는 썩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의 첨단 기술로 미뤄볼 때, 또 대형 TV 화면으로 비칠 영상의 미적 기준으로 볼 때 그것은 여러모로 불완전합니다. 그 영상이 정 필요하면 경찰청 화면 협조를 따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내용의 핵심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느 구간의 차가 막힌다’ 에 있습니다. 관행에 의한 행위의 반복, 고민 없이 그저 ‘으레 했으니까 그냥 해’ 식의 워크플로우. 어떤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젠 이러한 관행적 촬영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눠 보고 싶습니다. 과연 이것 말고 다른 방식은 없는가? 또 이런 식의 뉴스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영길 / OBS    김영길 증명사진.jpg

 


  1.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
    Date2020.05.07 Views638
    Read More
  2.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
    Date2020.05.07 Views319
    Read More
  3.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236
    Read More
  4.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302
    Read More
  5.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378
    Read More
  6. 스마트폰 맛집 투어

    스마트폰 맛집 투어 ▲ 맛집 음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일 것이다. 하루하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우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끼니 때우기’ 로 치자면 흔한 순댓국집이나 해장국집 등을 찾...
    Date2020.05.07 Views319
    Read More
  7.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274
    Read More
  8.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
    Date2020.03.12 Views343
    Read More
  9.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470
    Read More
  10.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Date2020.03.11 Views289
    Read More
  11.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 제주 월정리 해변에 취재하고 있는 필자 2016년 4월, 일주일 동안 제주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친구네 놀러 가서 사흘, 영화제가 열린다는 강정마을에서 이틀, 그리고 결혼 후 제주시 구좌읍...
    Date2020.03.11 Views329
    Read More
  12.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
    Date2020.03.11 Views304
    Read More
  13.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영종도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세미나실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내용을 마지막 점검하고 있는 집필진<사진>. 2014년 1월에 개봉했던 ‘겨울왕국’이 ...
    Date2020.01.09 Views307
    Read More
  14. [줌인] 아듀 2019, 웰컴 2020!!

    아듀 2019, 웰컴 2020!!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2020 새해가 왔습니다. 우주 만물이 저마다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0, 우리의 새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새해엔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TV 뉴스는 한층 더 위기를 ...
    Date2020.01.09 Views289
    Read More
  15.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
    Date2020.01.09 Views335
    Read More
  16.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
    Date2020.01.09 Views416
    Read More
  17.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
    Date2020.01.08 Views326
    Read More
  18.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
    Date2020.01.08 Views233
    Read More
  19.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Date2020.01.08 Views251
    Read More
  20.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8시 50분.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에 들어서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9시 10분. 취재 일정이 나옵니다. 하루에 리포트 하나 정도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3시경이면 현장 취재는 끝납니다. 취재...
    Date2020.01.08 Views394
    Read More
  21.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한 펭수 지난 10월 말, 우연히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했다. SBS 정복기라는 에피소드로 펭수가 스브스뉴스팀을 방문했을 때 (5초 정도?) 잠깐 출연 당한 것. 그 출연 후 주...
    Date2020.01.08 Views37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