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4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말한 수상 소감이다. 그는 오스카상 각본상을 수상하면서도 집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공동 수상이긴 하지만 그는 영화의 첫 작업인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진하며 프로젝트를 끌고 나간다고 밝힌 셈이다. 오스카 수상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수상과는 별개로 영어와 한국어로 된 별도의 시나리오 작업이 있음을 밝혔다. 한국에서 영화의 주인이 ‘감독’ 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작년 하반기 TV 드라마에서 챔피언은 KBS 2TV에서 방영된 ‘동백꽃 필 무렵’이었다. 드라마의 기본기를 모두 갖춘 작품이자 스릴러와 휴먼드라마의 요소를 고루 가지고 있으며 최종회 시청률이 23.8%를 기록해 성공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드라마의 방영 초반에는 공효진, 강하늘, 혹은 옹벤저스와 같은 인물과 줄거리에 대한 기사가 넘쳤는데, 극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극본을 쓴 ‘임상춘’ 작가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토브리그’의 화제성은 배우들이나 연출자가 아니라 ‘이신화’ 작가에 있었다.

 

 3. 1990년대까지 한국 TV의 드라마는 주로 스타 PD와 주연 배우들에 의존했다. 김종학, 황인뢰, 이진석, 윤석호, 김재형 등의 연출가들은 드라마에 자신들의 색깔을 집어넣었다. 이들은 배우를 압도하는 능력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는 김종학 작품이었으며, '우리들의 천국',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별은 내 가슴에'는 이진석이, '가을 동화', '겨울 연가', '여름 향기'는 윤석호, '용의 눈물', '여인천하'는 김재형이 만든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이 시기부터 김종학 PD는 송지나 작가가, 표민수 PD는 노희경이라는 작업 동지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연출자가 작가들의 영향력에 가려지는 일은 없었다.

 

 4. 어느 순간 편성을 좌지우지하는 작가들이 나타나 드라마 제작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일이 생겨났다. MBC는 ‘임성한’의 작품에 편성을 내주었고, SBS는 ‘김은숙’ 드라마를 배치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임성한과 김은숙은 전 세대인 김수현이 가졌던 PD를 압도하는 힘을 넘어 편성을 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싸인’과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와 두 홍자매(홍진아, 홍자람/홍정은, 홍미란)는 방송사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사와 배우들의 출연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가가 드라마에서 연출자를 압도하게 되는 배경에는 제작환경의 변화가 있다. 외주 제작사가 나타나기 전까지 드라마 제작의 갑은 방송사였고, 방송사를 대리하는 연출자들은 비정규직이며 을인 작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당시 배우들은 회사에 소속된 월급쟁이들이었다. 하지만 외주제작 제도가 생겨나고, 드라마 제작 자본이 방송사에서 제작사로 넘어가면서 연출자들은 제작 전권을 가진 주체에서 객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제작이 방송사와 제작사의 공동 작업이 되면서 연출자들은 방송사에서 둘을 중개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후, 두 제작 주체의 힘의 균형이 제작사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일종의 파견 연출자이자 방영권과 제반 부가 권리를 회사로 가져오는 담보물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이나 연예 매체들의 관심도 드라마 제작에서 작가가 누구인지, 작가의 계약금과 배우가 누구인지에 더 쏠리고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 연출가는 봉준호와 같은 ‘작가이자 연출자’가 될 수 없음도 자명해졌다.

 

 5. '동백꽃 필 무렵'의 1회의 첫 장면인 향미의 사체가 등장하는 시퀀스는 27컷이며, 동백이가 처음 등장하는 로케이션 시퀀스의 컷은 65개이다. 작가가 디테일하게 지시한 대본을 썼다 하더라도 수십 개의 컷을 배치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지시하는 것은 연출자인 차영훈 PD의 몫이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를 완성시키는 미장센과 연출, 편집을 볼 수 있는데, 결국 연출자가 작가와 배우들의 유명세에 가려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방종혁 / MBC    (사진)MBC방종혁 증명사진.jpg

 


  1.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349
    Read More
  2.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336
    Read More
  3.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320
    Read More
  4.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443
    Read More
  5.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417
    Read More
  6.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555
    Read More
  7.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
    Date2020.05.07 Views725
    Read More
  8.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
    Date2020.05.07 Views419
    Read More
  9.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367
    Read More
  10.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423
    Read More
  11.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503
    Read More
  12. 스마트폰 맛집 투어

    스마트폰 맛집 투어 ▲ 맛집 음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일 것이다. 하루하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우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끼니 때우기’ 로 치자면 흔한 순댓국집이나 해장국집 등을 찾...
    Date2020.05.07 Views420
    Read More
  13.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369
    Read More
  14.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
    Date2020.03.12 Views455
    Read More
  15.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581
    Read More
  16.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Date2020.03.11 Views376
    Read More
  17.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 제주 월정리 해변에 취재하고 있는 필자 2016년 4월, 일주일 동안 제주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친구네 놀러 가서 사흘, 영화제가 열린다는 강정마을에서 이틀, 그리고 결혼 후 제주시 구좌읍...
    Date2020.03.11 Views445
    Read More
  18.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
    Date2020.03.11 Views443
    Read More
  19.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영종도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세미나실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내용을 마지막 점검하고 있는 집필진<사진>. 2014년 1월에 개봉했던 ‘겨울왕국’이 ...
    Date2020.01.09 Views415
    Read More
  20. [줌인] 아듀 2019, 웰컴 2020!!

    아듀 2019, 웰컴 2020!!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2020 새해가 왔습니다. 우주 만물이 저마다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0, 우리의 새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새해엔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TV 뉴스는 한층 더 위기를 ...
    Date2020.01.09 Views386
    Read More
  21.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
    Date2020.01.09 Views4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