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황금시대>
-혼란스런 시대를 산 작가의 내면을 기록하는 영화
황금시대.jpg


황금시대2.jpg



 영화의 첫 장면은 죽은 사람의 독백이다.

“나는 1911년 헤이룽장 해란에서 태어나 1942년 홍콩에서 병원의 임시 병상에서 죽었다.”

 영화 ‘황금시대’는 위 독백의 주인공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심각하게 가부장적인, 그렇지만 당시 중국 동북지방의 평범한 가부장일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있는 집에서 두 번이나 가출하고, 여관에서 굶어죽기 직전에 편지 보낸 신문사에서 만난 연인인 샤오쥔의 도움으로 작가가 된 이후, 루쉰과 같은 대가들과 교류하면서 중국 문단 중심에서 활약하다 국공내전,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시대를 만나 어디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홍콩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작가인 샤오홍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샤오홍의 마음에 새겨준 고향의 이미지를 따라 전개된다.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던 고향은 눈에 덮인 북국, 서리가 낀 창백한 유리, 온몸을 감고 움직이기 힘들게 만든 두꺼운 옷, 여관에서도 감출 수 없는 입김, 연인의 끈 없는 구두를 위해 자신의 신발에서 끈을 잘라 매어주는 가난 등으로 채워진 추운 나라이다. 하지만 고향집 마당의 꽃, 루쉰의 집에서 본 푸른 화초, 거기에서 그녀가 입었던 붉은 상의, 우한에서의 결혼식, 가난한 노동자들의 속을 채워주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국물 요리 등 힘들게 산 생애에서도 화사한 봄날과 여름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렇게 풍상을 겪고 살아온 작가를 그리기 위해 허안화 감독은 색다르게 접근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죽은 주인공이 자신의 생몰일을 말하게 하고, 주변의 인물들이 순간순간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자신이 봤던 샤오홍을 증언한다. 전체가 생애의 순서대로 진행되다가도 지인의 입을 통해, 때때로 샤오홍의 입을 통해 직전에 관객이 봤던 장면들을 설명하게 만드는 유사 다큐멘터리적인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감독은 그녀가 생전에 발표했던 ‘생사의 장’, ‘후란강 이야기’ 등에서 한 부분들을 인용하여 관련 장면에서 관객들이 그녀의 마음 한 부분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지닌 독특한 장치들이 관객에게 주인공의 완전한 내면을 알게 해 주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관객들은 그녀의 전 생애에 걸친 고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지만, 그 시대의 샤오홍처럼 영화를 완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영화 중간에 동료 작가들이 항일전쟁시기 참여 문학으로 빠져들거나, 실제로 총을 잡고 전선으로 달려갈 때 그녀는 자신이 가진 문학의 의미를 고수하느라 항상 동료들과 어긋난다. 그녀의 유일한 멘토이자 지음(知音)이었던 루쉰의 죽음 이후 이와 같은 고독은 점점 심해진다. 그녀가 평생을 사랑했던 샤오쥔도, 그녀의 유일한 법적 배우자인 두완무도, 그와 함께 그녀의 임종을 지켰던 전기 작가도 온전히 이해시키지 못한 채 그녀는 홍콩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이와 같은 불이해는 긴 러닝 타임과 더불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샤오홍의 일생에 바친 탕웨이의 탁월한 연기와 영화에 인용된 그녀의 서늘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관객은 미처 알지 못했던 순수한 내면을 지닌 인간을 만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1.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방송보도는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그러했으며 뉴스전문 채널 YTN은 지금도 투쟁중이다. MBC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조치로 영상조직이 해체되는 시련을 겪었고 조직이...
    Date2018.04.27 Views654
    Read More
  2.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조용필 평양공연 제작기 3>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기립박수 공연시간이 30분 전으로 다가왔다. 무대 뒤 대기 석에서는 최종점검 회의가 열렸다. 수많은 무대에 선 조용필이지만 오늘만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다 시 한번 순서를 확인하고 가볍게 몸을 ...
    Date2018.04.27 Views1280
    Read More
  3.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513
    Read More
  4.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1달러짜리 커피의 맛 2005년 8월 18일 오후 2시 55분, ‘조용필공연’ 선발대 69명이 드디어 평양 땅을 밟았다. 평양 순안비행장에는 이미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선발대는 서둘러 숙고인 고려호텔로 달...
    Date2018.04.05 Views557
    Read More
  5. 특별기고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국제정세 불안정의 이면에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기와 연관성이 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둘러싼...
    Date2018.03.15 Views688
    Read More
  6. 다가오는 '본격' 지방자치시대 지역방송사,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정부내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법과 제도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Date2018.01.10 Views634
    Read More
  7. 방송환경의 변화에 영상기자들의 변화

    방송사 입사하기 전에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방송과 다른 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입사준비를 하긴 쉽지 않았다. 당시 입사 시험에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서 그나마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Date2018.01.10 Views703
    Read More
  8. 일곱 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조용필 평양공연'

    “조용필 선생을 불러주시오!” 무더위가 한창이던 2004년 7월 16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 연수 중 이었던 나는 베이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 참사의 전화였다. 그가 힘이 센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왕(歌王) 조용필을 불러 달라니, 일단 ...
    Date2018.01.10 Views1384
    Read More
  9. 국제정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舊한말 조선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강대국 틈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21세기 현재에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다....
    Date2018.01.10 Views83605
    Read More
  10.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653
    Read More
  11. 특별기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해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KBS, MBC 공영방송의 몰락은 결국 구성원들을 2017년 9월 또다시 파업으로 몰아갔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특별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이것 역시 새로...
    Date2017.11.04 Views609
    Read More
  12. 한국 미디어가 주시해야 하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묻혀 한국 미디어가 의외로 무관심한 분야가 미국‧중국‧러시아‧이란‧카타르‧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이다. 통화전쟁은 실제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기 ...
    Date2017.11.04 Views598
    Read More
  13. 북한 개성 방문기

    개성9첩반상을 다시 받고 싶다.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할 때는 개성 송악산을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목동 SBS 본사 15층에서 북서쪽 지평선 위로 자세히 보면 송악산이 나타난다. 해발 488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 사이 높은 장애물이 없고, 목동에서 직...
    Date2017.11.04 Views838
    Read More
  14. 필사는 창작의 왕도

    필사로 당대 최고 시인이 된 다산의 제자 황상 좋은 글을 베껴 써서 익히고 마음에 담는다는 ‘필사’의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점에서는 필사책을 모아 놓은 특별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고,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필사’라는 단어를 넣어 보면 수백 권...
    Date2017.11.04 Views604
    Read More
  15. 수중 촬영에서 피사체를 쉽게 찍을 수 없을까

    안녕하세요~ 스쿠버라이프 김원국 강사입니다. 아! 여기서는 영화사 숨비 촬영감독 김원국입니다.~^^ 이번에 한국방송 카메라기자협회 TV뉴스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저 또한 좀 더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TV뉴스를 이끌어가는 여러분들과 함께 ...
    Date2017.11.04 Views501
    Read More
  16.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오는 8월 15일은 72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최근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 문제로 동북아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핵무기 문제는 매우 난감한 정치·군사적 사안이기 때문에 아시아...
    Date2017.08.30 Views580
    Read More
  17.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과 관련된 법규와 제도는 자동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가지에는 마차가 즐비했는데, 이들과의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3명의 운전수를 태우고 이 중 한...
    Date2017.08.30 Views569
    Read More
  1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지난 5월 18일 일본에서 문희상 대통령 특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인 만큼 미래지향을 위해서 양국...
    Date2017.07.21 Views940
    Read More
  19.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589
    Read More
  20.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모바일 저널리즘은 스마트 폰 또는 태블릿을 사용하여 뉴스를 취재하고 전달하는 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의 발전으로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HD-ENG 카메라보다 더 화질이 좋은 4K UHD 영상을 촬영, 편집할 ...
    Date2017.07.21 Views669
    Read More
  21. 지상파 UHD 방송 현황

    지상파 UHD 방송 현황 이헌주/MBC기술연구소 지난 5월 31일부터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되었다. UHD는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로, 기존 HD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인 음향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TV에 인터넷망을 연...
    Date2017.07.20 Views146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