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76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내 동기 경철아.

 

김경철 추모글.jpg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12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받았다.

이 시간에 당장 회사로 오라는데 이유는 묻지 말라더라.

선배 말 어지간하면 다 들었던 것 같은데 그날은 그럴 수가 없더라.

이유를 알려 달라고 물었다.

그런데 제발 묻지 말고 와달라고 하더라.

갑자기 한 주 전에 꾸었던 꿈 생각이 났다.

너를 알게 된 20039월부터 지금까지 너는 내 꿈에 딱 한 번 나왔다.

그 꿈에서 너는 동일한 문장을 네 번 반복해서 말했다.

처음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리고 점점 커져 마지막엔 소리를 질렀다.

힘들어 죽겠다.

일주일 뒤 현실의 새벽.

전화기 너머로 짧은 시간에 전해진 경직된 시공간은 이렇게 털어놨다.

경철이가 죽었어”.

회사로 차를 몰고 가는데 온몸이 부들거려 온힘을 꽉 주어 핸들을 잡아야 차가 직선으로 갈 수 있었다.

 

첫 비행기로 내려간 제주도.

병원 영안실엔 40여개 시신 보관 냉장고가 있었는데 너는 가장 왼쪽 아래에서 두 번째 칸에 누워있었다.

의사가 흰 천을 걷어 네 머리끝부터 쇄골 정도까지 볼 수 있었다.

무표정한 듯 보이기도 하고, 살짝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몇 년간 본 너의 얼굴 중 가장 하얀 얼굴이었다.

평소보다 얼굴이 조금 작아보였고, 깨끗해 보였다.

어머님은 차마 못 들어오시고 아버님만 들어와서 확인하셨는데 맞네, 맞아하시곤 밖으로 나가셨다.

내가 기억하는 네 마지막 모습이다.

그리고 그 시간부터 네가 떠났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 장지인 경기도 광주 공원묘지에 너를 두고 올 때까지 내 기억은 불분명하다.

 

경찰서와 병원을 오갔고, 부검하는 방 옆에서 숨을 죽이고 크고, 작게 울었다.

김포공항으로 들어와 삼성병원으로 갔다.

누군가 너의 사진을 모아 큰 액자를 만들어 빈소 앞에 이미 두었더라.

그 웃고 있는 파란 사진들이 이 시간이 현실임을 다시 알게 해 주었다.

조사낭독을 맡게 되어 빈소 옆 응접실에서 이틀을 작성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한데 지금까지 살면서 그날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기억하는 것부터 기억 해낼 수 있는 것들까지 너에 대한 모든 것을 그 날 생각해 내야 했다.

떠올릴수록 고맙고, 미안했다.

서럽게 춥던 날 병원에서 나와 여의도를 돌고나선 너의 새주소 시안 거북69-1’로 떠났다.

 

너를 생각하면 십년이 길지 않은데, 네가 일하던 우리 일터를 생각하면 십년이 짧지만도 않네.

상상도 못한 많은 일들이 생겼다.

부서도 없어졌었고, 많은 동료들이 회사에서 쫓겨났었다.

지금도 중요한 일이 진행 중이다.

너는 네 일을 그리고 회사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네 많은 물건들에는 회사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카메라, 캠코더, 노트북, 헬리캠 조종기, 진주색 너의 스포츠카 기아 옵티마는 물론이었고, 비틀거리며 밤늦게 찾은 집 현관까지 붉은색 ‘MBC NEWS’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걷다가, 밥 먹다, 술 먹다가도 네 생각나지만 회사에서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꼭 생각이 난다.

그렇게 아끼던 네 일터에서 너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 네 의견을 묻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도 나 혼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의 파업 끝에 지금은 많은 것들이 순리대로 매듭지어지고 있는 것 같다.

너도 거기서 열심히 응원했지?

 

유달리 사람과 어울리고 즐기는 시간을 좋아했던 녀석이라 너 보낸 뒤 후배들 들어오면 데리고 인사시켜주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여태 한 번도 못 데려갔네.

그래봐야 너 떠난 지난 10년간 들어온 후배가 4명이니 언제든 승용차 한 대로 모두 태워 갈 수 있다.

곧 보자.

용현선배 후배로 왔다고 너무 장난치지 말고 옆에서 잘 지켜드려.

레쯔비 캔커피 하루 5개는 많으니 2개정도로 제한해서 드리고.

스타크래프트는 치트키에 익숙하시니 감안해서 1:1대결은 살살하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미안하다. 다시 볼 때까지 잘 지내.

 

 

 


  1.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그리고 보는 것과 언어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지적으로 성장한다. 이렇듯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형상과 언어라는 개념을 매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
    Date2018.07.04 Views847
    Read More
  2.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줌인>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유사 이래 이미지와 권력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지에 재현된 인물의 크기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졌고,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역시 아우라나, 구도, 혹은 원근법 등을 통해 이미지의 중...
    Date2018.04.27 Views957
    Read More
  3.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방송보도는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그러했으며 뉴스전문 채널 YTN은 지금도 투쟁중이다. MBC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조치로 영상조직이 해체되는 시련을 겪었고 조직이...
    Date2018.04.27 Views771
    Read More
  4.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조용필 평양공연 제작기 3>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기립박수 공연시간이 30분 전으로 다가왔다. 무대 뒤 대기 석에서는 최종점검 회의가 열렸다. 수많은 무대에 선 조용필이지만 오늘만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다 시 한번 순서를 확인하고 가볍게 몸을 ...
    Date2018.04.27 Views1393
    Read More
  5.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605
    Read More
  6.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1달러짜리 커피의 맛 2005년 8월 18일 오후 2시 55분, ‘조용필공연’ 선발대 69명이 드디어 평양 땅을 밟았다. 평양 순안비행장에는 이미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선발대는 서둘러 숙고인 고려호텔로 달...
    Date2018.04.05 Views677
    Read More
  7. 특별기고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국제정세 불안정의 이면에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기와 연관성이 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둘러싼...
    Date2018.03.15 Views778
    Read More
  8. 다가오는 '본격' 지방자치시대 지역방송사,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정부내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법과 제도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Date2018.01.10 Views735
    Read More
  9. 방송환경의 변화에 영상기자들의 변화

    방송사 입사하기 전에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방송과 다른 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입사준비를 하긴 쉽지 않았다. 당시 입사 시험에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서 그나마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Date2018.01.10 Views808
    Read More
  10. 일곱 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조용필 평양공연'

    “조용필 선생을 불러주시오!” 무더위가 한창이던 2004년 7월 16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 연수 중 이었던 나는 베이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 참사의 전화였다. 그가 힘이 센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왕(歌王) 조용필을 불러 달라니, 일단 ...
    Date2018.01.10 Views1538
    Read More
  11. 국제정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舊한말 조선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강대국 틈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21세기 현재에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다....
    Date2018.01.10 Views84877
    Read More
  12.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767
    Read More
  13. 특별기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해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KBS, MBC 공영방송의 몰락은 결국 구성원들을 2017년 9월 또다시 파업으로 몰아갔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특별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이것 역시 새로...
    Date2017.11.04 Views723
    Read More
  14. 한국 미디어가 주시해야 하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묻혀 한국 미디어가 의외로 무관심한 분야가 미국‧중국‧러시아‧이란‧카타르‧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이다. 통화전쟁은 실제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기 ...
    Date2017.11.04 Views666
    Read More
  15. 북한 개성 방문기

    개성9첩반상을 다시 받고 싶다.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할 때는 개성 송악산을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목동 SBS 본사 15층에서 북서쪽 지평선 위로 자세히 보면 송악산이 나타난다. 해발 488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 사이 높은 장애물이 없고, 목동에서 직...
    Date2017.11.04 Views935
    Read More
  16. 필사는 창작의 왕도

    필사로 당대 최고 시인이 된 다산의 제자 황상 좋은 글을 베껴 써서 익히고 마음에 담는다는 ‘필사’의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점에서는 필사책을 모아 놓은 특별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고,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필사’라는 단어를 넣어 보면 수백 권...
    Date2017.11.04 Views693
    Read More
  17. 수중 촬영에서 피사체를 쉽게 찍을 수 없을까

    안녕하세요~ 스쿠버라이프 김원국 강사입니다. 아! 여기서는 영화사 숨비 촬영감독 김원국입니다.~^^ 이번에 한국방송 카메라기자협회 TV뉴스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저 또한 좀 더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TV뉴스를 이끌어가는 여러분들과 함께 ...
    Date2017.11.04 Views609
    Read More
  18.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오는 8월 15일은 72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최근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 문제로 동북아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핵무기 문제는 매우 난감한 정치·군사적 사안이기 때문에 아시아...
    Date2017.08.30 Views679
    Read More
  19.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과 관련된 법규와 제도는 자동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가지에는 마차가 즐비했는데, 이들과의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3명의 운전수를 태우고 이 중 한...
    Date2017.08.30 Views653
    Read More
  20.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지난 5월 18일 일본에서 문희상 대통령 특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인 만큼 미래지향을 위해서 양국...
    Date2017.07.21 Views1041
    Read More
  21.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67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