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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중략) 월간조선은 9일 오후 6시 45분경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라는 기사를 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오후 5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수색에 나선 지 1시간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해당 매체는 이후 오보에 대한 정정기사 없이 기사를 삭제했다. BBC뉴 스코리아 7월 10일 자 ‘박원순 사망 때도 오보 속출… ‘무책임한 보도’가 위험한 이유’ 기사 중

 

 사망 취재 중 도를 넘은 질문도 도마에 올랐다. “목을 맨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 그런가 하면 장례식장에서 여당 대표가 버럭 하는 일도 있었다. “그건 예의가 아니다... 최소한 가릴 게 있고.” KBS, 채널A 등이 시신 영상을 흐림 처리한 채 그대로 내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삶, 죽음, 생(生)은 긴 시간성과 복합성, 복잡성 등을 지닌다. 삶과 죽음, 생(生)에 대한 보도, 이러한 보도물의 영상에는 그만큼의 특별한 문법이 필요하다. 사망 보도 영상은 하나의 상징이다.

 

 사망 보도의 한 컷은 의미, 가치, 시간 등의 맥락에서 단수성이 아니라 복수성으로 기능해야 한다. 단지 몇 초의 화면이 아니라 존중, 추모, 감정, 이성, 역사 등의 표상이어야 하는 것이다.

 

  사망 보도에서 시신 장면이 그대로 나가도록 한 것은 천박한 결정이다. 이러한 천박성은 죽음조차 단순한 구경거리, 흥미 거리로 전락시킨다. 영상 한 컷이 죽음, 본질적으로는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난장(亂場)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단독 영상, 특종이란 말은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기의 문법이다. 정보의 희귀성이 해체되면서 단독, 특종 등으로 불리던 것들로는 더는 시선을 끌지 못한다.

 

 정보의 경계, 정보의 담이 허물어진 시기 언론은 위기를 맞고 있다. 기성 언론이 내비게이션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출발점, 원점, 뿌리의 재건이 필요한 이유다. 언론의 출발점, 원점, 뿌리는 무엇보다 윤리, 금지, 가이드라인 등에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언론에는 윤리가 작동하지 않았다. 금지, 가이드라인, 보도 준칙 등이 있었지만 상업 원리, 시청률 등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웬만한 것들은 이러한 비즈니스 지표에 허용되거나 무너지거나 깨졌다.

 

  정보의 담, 경계가 무너지자 언론의 성역, 언론에 드리워진 장막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그간 언론에 허용되던 금지 위반에 대한 관용이 걷히는 중이다.

 

  언론이 정보 독점 뒤에 숨어 반칙하던 시대는 끝났다. 윤리의 구축은 탈언론 시대 언론을 재건하는 데 필수적이다. 윤리 없이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됐다. 이는 하나의 그릇이고 출발점이자 근간인 것이다. 그릇이 제대로 준비되고 나서 알맹이를 만드는 것, 그게 언론 재건에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김정은 / 편집장 김정은 편집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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