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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한국영상기자상 뉴스탐사 기획 보도부문 - SBS 최대웅 <기술 탈취 분쟁, 그 후...>

관리자 2026-07-14 조회수 131

 SBS 최대웅

<기술 탈취 분쟁, 그 후...>


설명보다 장면으로기술 탈취의 멈춰진 시간을 담다

 

 

이 상을 받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성과보다도, 끝내 답을 얻지 못한 채 남겨진 질문들이었습니다. ‘한국영상기자상’ 뉴스탐사기획보도 부문 수상이라는 큰 영예 앞에서, 감사함과 함께 이 질문들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을 느낍니다.

 이번 <기술 탈취 분쟁, 그 후…> 연속 기획은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져 버린 구조, 반복됐지만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던 현장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술을 빼앗겼다고 말하는 중소기업과,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는 대기업 사이에서 법과 제도는 누구의 시간 위에 서 있는가. 취재는 그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자료와 통계는 이미 충분히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치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시간과 선택이었습니다. 기술은 있었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었고, 억울함은 분명했지만 다툼을 지속할 여력은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패배’라기보다 ‘포기’에 가까운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장면들이 이번 취재의 가장 큰 출발점이었습니다.

 

 영상기자로서 저는 그 포기의 순간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성과처럼 보이는 과징금과 시정명령 뒤에서, 실제 분쟁은 왜 멈춰 서는지.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술은 그대로 남아 있고, 생산라인은 멈추지 않는 현실을 어떤 장면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설명보다 먼저 화면이 말해야 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습니다. 설비와 부품을 눈높이에서 다시 살펴보고, 초근접 렌즈로 담은 작은 구성요소 하나에도 분쟁의 시간이 담기도록 노력했습니다. 재연과 상징적인 이미지 컷은 과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을 현재로 끌어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었습니다. 기술을 이해시키기 위해 기술보다 사람의 경험을 먼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동시에 탐사보도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했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목소리만으로 구조를 단순화할 수는 없기에, 대기업의 입장과 해명 또한 끝까지 확인하려 했습니다. 취재 요청이 거절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 역시 이 구조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기록했습니다. 그 침묵마저도 설명해야 할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도 이후, 제도 개선 논의와 정책적 변화가 이어진 것은 큰 의미였습니다. 특히 증거를 가진 쪽과 그렇지 못한 쪽 사이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탐사보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만 이 변화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기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현재형입니다.

 함께 같은 질문을 붙들고 취재해 온 SBS 탐사기획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카메라 앞에 서 주신 피해 기업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존경을 전합니다. 그 용기가 없었다면 이 기록은 시작될 수 없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탐사보도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 내는 일이 아니라, 왜 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웠는지를 드러내는 작업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카메라는 답을 단정할 때보다 질문을 남길 때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그 질문이 축적될 때 사회는 조금씩 움직인다고 믿습니다.

 이 상의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숫자보다 장면을, 결과보다 과정을 기록하는 영상기자로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드러나지 않았던 구조를 끝까지 따라가는 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