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근황은?
요즘 ‘눈 코 뜰 새 없다’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정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지금 나는 12월 말에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최후의 낙원 DMZ'' 편집 중이다. 이 작품은 DMZ 민물고기의 생태를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촬영을 위해 장장 200여 일 동안 DMZ를 드나들면서 고생도 참 많이 했다. 여기저기 깨지고, 찢어지면서도 최선을 다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기획, 연출, 촬영을 모두 맡아 진행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을 ''카메듀서’라고 하던가? 여하튼 200일 동안 후배 오유철 기자와 둘이서 이 작품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였다. 하다못해 운전까지 둘이 번갈아 하면서 DMZ를 누비고 다녔다. 그렇게 고생하고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 ‘최후의 낙원 DMZ''이다. 그것이 지금 편집 단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덩달아 내 마음도 여유도 없어졌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고 해야 하나? 사실 지금 내가 인터뷰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 카메라기자가 된 이유
카메라기자가 된 이유? 글쎄... 나는 어려서부터 방송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한두 가지 씩은 있지 않은가? 나에겐 방송사가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난 어른이 되면 꼭 방송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이것이 아마 은연중에 나를 방송사로 이끌었던 것 같다.
직접적인 이유라면, 내 성격과 지향하는 바가 카메라기자라는 직업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본래 나는 성격이 매우 활동적인 편이다. 그래서 정적인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 면에서 역동적인 특성을 가진 카메라기자는 나에게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이 카메라기자를 시작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즐겁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창의적인 일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이었다. 그러한 부분에 열정을 쏟아내지 못하면 굉장한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직업이 계속되어 오던 나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특히 올해 ‘최후의 낙원 DMZ''를 제작한 200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창작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3. 카메라기자를 해 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나 작품이 있으시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역시 앞에서 언급했던 ‘최후의 낙원 DMZ''이다. 내가 93년에 카메라기자의 세계로 입문한 이래 나의 열의를 가장 많이 쏟아 부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DMZ의 생태계 보고, 그 중에서도 민물 생태계를 집중 보고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래서 수중 촬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보통 수중 촬영 부분은 외주사를 많이 이용하지만,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장면을 정확히 캐치해내 촬영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수중 촬영이 가능한 나와 나의 파트너 오유철 기자가 지상과 수중을 오가며 촬영을 했다. DMZ라는 지역의 특성 상, 강으로 접근이 가능한 길이 나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60~70Kg이나 되는 장비를 들고 풀숲을 해쳐가며 강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럴 때는 너무 힘들어서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 원했던 그림을 얻으면 힘들었던 모든 기억이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졌다.
이번에 우리는 일반 수중 촬영이 아닌, HD 수중 촬영에 도전했다. 수중 촬영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HD 수중 촬영이 처음이라 생각지도 못한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 부분에 있어, 우리가 거의 처음이라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두 극복해가며 촬영을 완료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작품은 리포트까지 내가 직접 쓰고 있다. 내가 해오던 일이 아니라 그런지, 이것도 나에게는 큰 부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취재기자 중, 민물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고, 또 물속에 들어가 함께 보면서 작업에 임해야 하는데, 그 정도의 역량을 갖춘 사람이 없어, 글재주는 없지만 내가 직접 리포트를 쓰기로 하였다.
이런 종류의 아이템은 분명 매우 힘이 든다. 누구든 그것을 안다. 하지만 힘이 든다고, 하기 싫다고 미루다보면, ‘현재’는 지나가 버린다. 우리는 ‘기록자’의 의무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회의 현재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생태계의 현재를 기록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생태계는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가 생활하는 터전인 동시에 우리의 생명이다. 나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일신(一身)만을 생각하는 ‘웰빙’에만 집중하지 말고, 우리의 자연, 우리의 생태계에 조금씩만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 사람, 한사람의 작은 관심으로 우리의 자연이, 그리고 우리의 생태계가 살아난다면, 그것이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4. 카메라기자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소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대는 지나갔다. 아이템에 대한 지식과 실무 경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카메라기자라고 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취재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 정도는 남 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민물고기의 경우를 예로 들면, 15~20년 전만 해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일본 자료밖에 쓸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에 비해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고, 관련 자료가 많다고 해도 카메라기자 본인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없다.
또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라고 하더라도 지식만 가지고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 특정 아이템을 작품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과 더불어 실무 경험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방송에 있어 영역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다. PD가 탐사 보도를 하고, 취재 기자가 6mm 카메라를 가지고 취재에 나선다. 그럼 우리의 업무 영역은 어디일까? 우리도 PD처럼 기획과 연출을 하고, 취재기자처럼 리포트를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자리를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에 임할 때, 우리가 영상 전문가라는 사실을 견지하고, 영상 면에 있어 타 직종의 사람들보다는 월등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5. 앞으로의 목표
짧게는 ‘최후의 낙원 DMZ''의 마무리를 잘 해서 성공적으로 방송을 끝내는 것이고, 길게 보았을 때는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계속 제작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취재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의 아이템을 발굴하여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나의 목표이다.
6. 다음 호 이어지는 인터뷰 주자
나는 KBS 이성림 차장을 추천한다.
이성림 차장은 어린 아이와 같은 맑은 심성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옆에 있는 나까지도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해주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이성림 차장, 나는 그 분을 추천한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