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권리 실현·취재원 인권보호·언론 본연 임무를 위해"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최종욱)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곽재우)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가 '취재현장에서의 포토라인 준칙'을 확정해 발표했다.
세 언론 현업단체 대표는 3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2층 한국언론교육원에서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을 열고 포토라인 준수 협약서를 교환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정남기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며 격려했고, 협회 소속 사진·카메라·인터넷 기자 50여명이 함께 했다.
이날 발표된 준칙 1조(목적)는 포토라인을 설정하고 그 실천을 위한 세부 규정을 정하는 것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고 취재원의 인권보호를 도모한다. 또한, 취재경쟁의 폐단을 막고 취재현장에서 신문, 방송, 인터넷언론, 통신사 등의 상호협력에 의한 원활한 취재와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이 준칙을 제정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최종욱 회장은 세 언론현업인단체의 포토라인 준칙 선포 의미에 대해 "12년 전 이미 포토라인 선포식이 있었다. 당시에는 선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였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면서, 반면 이날 포토라인 선포식은 "매체와 기자들이 많아지는 등 취재환경이 변했고 현장에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왔는데, 변화한 취재환경에서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현실에 맞춰 포토라인을 지켜나가자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협회의 명예를 걸고 포토라인 준칙을 새로 마련한 만큼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며 "만의 하나 깨지는 경우 해당 기자가 소속한 각 협회에서 책임을 지고 징계를 할 것"이라고 포토라인 준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곽재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포토라인 준칙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최대한 보완해 나가면서 바람직한 취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윤원석 회장은 "다매체시대에 인터넷 기자들이 많아졌지만 포토라인 등에 대한 인식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관행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빠른 전달에만 최선을 다하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발행했었다"면서 "향후 인터넷 기자들이 포토라인 준칙을 지켜서 올바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상위 단체격인 한국언론재단과 한국기자협회 대표의 축사와 격려도 이어졌다. 정남기 이사장은 "어렵게 마련한 포토라인 준칙이 실제 잘 지켜질 것인지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세 협회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취재문화 정착의 장을 여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언론재단의 지원을 약속했다.
정일용 회장은 "많은 사건사고 현장에서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참 고생하고 있지만, 가끔 현장의 혼란을 보며 너무 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스스로 자율적으로 포토라인을 지키기로 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언론계 내부에서 과연 '신사협정'이 잘 지켜질 것인가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이번만큼은 보란듯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더한층 노력해 주길 바란다"면서 "기자협회도 다른 분야에서 자발적 준칙 마련이 이뤄질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협회 차원의 노력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토라인 준칙 선포는 지난 1994년 1월15일 당시 한국TV카메라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회가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발표한 지 12년 만에 변모한 매체환경을 반영해 다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의 선포문은 4개항의 포괄적인 원칙만을 밝히고 있을 뿐, 이후 실질적인 세칙을 마련하지 않아 사문화되다시피 했었다. 때문에 취재현장에서의 혼란은 반복됐다.
급기야 지난해 6월14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의 해외 도피생활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귀국하는 취재현장에서 많은 취재진들이 엉켜들어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자성이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난 4월6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사진기자협회가 후원하는 '포토라인 운영 방안' 세미나가 열리게 됐다.
이 세미나에서 포토라인 운영을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장치로 만들기 위한 여러 제언과 협회의 주도적인 노력을 주문하는 의견이 모였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세 언론현업인단체가 이날 선포한 '취재현장에서의 포토라인 준칙'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준칙은, △'국민의 알권리'와 더불어 '취재원의 인권보호'라는 원칙을 분명히했다는 점 △포토라인의 설정과 운용 방법 등을 다양한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 △'포토라인 위반 시 벌칙' 조항을 별도의 장으로 구분해 준수 의지를 분명히 한 점 등에서 세 협회의 의지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포토라인 위반 시 벌칙'의 구체적인 세칙은 각 협회의 구속력과 영향력 등을 고려해 준칙에는 명기하지 않고 각 협회 차원에서 별도의 규칙을 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경우에는 포토라인을 위반하는 협회 소속 기자에게는 한달간 포토라인에 설 수 없게 하고, 만약 한달간 포토라인을 설정할 취재현장이 발생하지 않으면 3회 동안 포토라인에 서지 못한다는 벌칙을 정했다. 각 협회의 담당자는 새로운 포토라인 문화가 정착될 때가지 당분간 취재현장에 나와 미리 신청받은 프레스카드를 나눠주는 등 계도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출처 : 미디어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