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7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No Attached Image

‘성에’        

        찬바람이 낙엽을 쓴다. 어느새, 그리고 또다시 겨울이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다. 짧아진 가을 때문인지 무더웠던 여름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찬바람이 물려오는 듯하다. 그 여름의 흔적을 생각하니 차가운 겨울바람도 나름 반갑다.

        그러나 막상 겨울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따듯한 온풍기가 나오는 실내와 대중교통 덕분에 겨울의 찬바람은 빗겨가기 일쑤다. 이렇게 따듯한 공기에 익숙해진 탓인지 오랜만에 찾아온 겨울의 찬바람은 “어후~ 추워“란 말로 불청객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겨울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따듯한 히터가 나오는 승용차 안이었다.    

        성에다. 승용차 유리창에 끼는 성에가 겨울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차 내부의 따듯한 공기와 외부의 찬 공기가 만나 유리창에 성에를 만든다. 차 내부의 따듯한 공기는 히터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내 몸에서 발산되는 체열도 한 몫 했으리라. 어쩌면 히터로 달궈진 몸에선 생각보다 많은 열이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에가 유리창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성에는 그 세력을 점점 넓혀간다. 그리고 기어이 앞 유리를 맹렬히 점령했다. 덕분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에 나타나는 성에는 차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지워버렸다. 방법은 있다. 차가운 유리에 따듯한 공기를 주입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앞이 보이겠지.

        겨울이 불러온 성에에서 우리의 방송환경이 생각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우리 방송의 지난 세월은 탄압이 심화된 시간이었다. 공정방송을 외친 수많은 언론인이 해직되었고 부당한 인사이동도 빈번했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공정성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극에 달했다. 그들의 뜨거운 열망은 차 안에서 체열을 내뿜었던 나의 체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현실은 차가운 겨울바람 같다. 해직된 언론인들은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프로그램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일도 있었다. 이 차가운 현실은 카메라기자에게도 빗겨가지 않았다. 영상취재 부서가 사라지고 리포트에서 카메라기자의 네임수퍼까지 사라졌다. 언론공정성이라는 뜨거운 열망은 차갑고 냉엄한 현실에 부딪쳐 성에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점점 세력을 넓혀가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지워버린 듯하다.

        지난겨울, 그 뜨거웠던 선거의 현장에선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으로 공정성을 실현하겠다는 대선공약이 그것이다. 방송공정성이라는 온풍이 불어오는 듯했다. 언론인들은 이 온풍이 공정한 방송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겨울이 가고 다시 찾아온 겨울이 된 지금, 현실은 여전히 그리고 어쩌면 더 맹렬히 칼바람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공약에 대한 논의는 논의기간이 끝나가지만 결과가 지지부진하다. 언론인들의 뜨거운 열망은 커져만 가는데 현실은 차갑기만 하니 성에가 기승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차가운 유리에 따듯한 공기를 주입해 성에를 없애는 것처럼 이 차가운 현실에 방송 공정성이라는 온풍을 주입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의 감시자 또는 역사의 기록자로서 언론, 방송이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정방송의 토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형준 / 명예카메라기자8기

  1.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 길환영 사장 퇴진 목소리 높혀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 길환영 사장 퇴진 목소리 높혀 KBS 기자협회가 19일 오후 1시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평기자는 물론 지난 16일 보직을 사퇴한 보도본부 부장단과 팀장급, 뉴스 앵커들도 제작거부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파행 방송이 불가피...
    Date2014.05.21 Views2204 file
    Read More
  2. No Image

    <시> 내 말을 전해다오 세월아

    내 말을 전해다오 세월아 하얀 목련이 필적에 그럴 수만 있다면 돌아가련다. 그날의 아침으로 2014년 4월 16일 순결한 아이의 처절한 몸부림은 아침이 오는 소리에 사라지고 침묵하는 맹골수도(孟骨水道)의 절규는 잃을까 하는 두려움에 영혼의 외침만 맴도는...
    Date2014.05.21 Views1981
    Read More
  3. No Image

    줌인 -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대한민국 언론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대한민국 언론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재난 현장에서 대한민국 언론은 혼란과 불신을 조장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 어느 때 보다 침착하고 정확하며 균형 있는 보도를 하여야 함에도 불을 보면 미친 듯이 여기저기 덤벼드는 밤...
    Date2014.05.21 Views1688
    Read More
  4.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

    지난 4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가 개최됬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회장의 사회로 진행 했고 이연 선문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장, 정필모 KBS 보도위원...
    Date2014.04.25 Views2516 file
    Read More
  5. 제 54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시상식 열려

    제54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시상식 열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지난 14일 속초LH연수원에서 제54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달 28일 심사를 진행해 뉴스부문에 KBS 오광택 기자의 <북한군 기강해...
    Date2014.03.21 Views2558 file
    Read More
  6. No Image

    미래부 "8VSB 허용은 종편 특혜"

    방송인총연합회(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한국PD연합회) 는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 TV에 대한 8VSB 변조방식을 허용한 데 대해 ...
    Date2014.03.20 Views2397
    Read More
  7. YTN, 상암동 시대를 열다

    YTN이 창사 20년 만에 드디어 ‘상암동 시대’를 연다. 종로구 수송동의 연합뉴스 건물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95년 이후 10년, 숭례문 사옥을 매입하면서 힘차게 도약한 1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 상암동 DMC 부지에 어엿한 건물을 지어 새 주인으로 입주하...
    Date2014.03.20 Views5902 file
    Read More
  8. No Image

    명카칼럼 - 변질된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

    작년 12월 10일, 고려대 전경대학 후문에 2장짜리 대자보가 걸렸다. 이 대자보는 인터넷에 올려진지 4시간 만에 약 500회가 공유되고 250여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이후 여러 대학의 수많은 학생들이 대자보를 써 붙이며 소위 '안...
    Date2014.03.20 Views2269
    Read More
  9. No Image

    줌인 - 편집은 단순한 2차 작업이 아니다

    편집은 단순한 2차적 작업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뉴스영상은 촬영기자들이 ENG카메라를 이용하여 직접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 주를 이루었었다. 간간이 소방서에서 찍은 화면이나 사진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일반적으론 ENG취재에 의한 영상...
    Date2014.03.20 Views1943
    Read More
  10.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바꾼다

    2014년 갑오년 새해!! 용광로 같이 뜨겁고 힘찬 태양이 거친 파도를 넘어서 말처럼 희망찬 기운을 갖고 우리들의 곁에 찾아왔습니다. 이 시각에도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추위와 맞서며 각종 취재 현장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영상취재를 하고 계신 협회원 ...
    Date2014.03.20 Views2264 file
    Read More
  11. KBS 노동조합 총파업 돌입

    KBS 노종조합 총파업 돌입 KBS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달 27일 오전 KBS 노동조합과 KBS 방송전문직 노조, KBS 자원관리노조, KBS 미디어 노조, KBS 미디어텍 노조, KBS 비즈니스 노조, KBS N 노조 등 7개 노조 4,000여 명에 이르는 KBS 본사와 계열...
    Date2013.12.17 Views3448 file
    Read More
  12. No Image

    줌인 - 언제까지 방송 독립을 외쳐야 하는가!

    언제까지 방송독립을 외쳐야 하는가! KBS 노조는 십수 년 동안 이어져 온 집권여당이 이사회를 지배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KBS 사장의 선임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투쟁하고 있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사장의 선임과 방송 및 언론 장악의 ...
    Date2013.12.17 Views5202
    Read More
  13. No Image

    방통위, MBC 뉴스투데이 CCTV 택시기사 범인 오인 제재

    방통위, MBC뉴스투데이 CCTV 택시기사 범인 오인 제재 확정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는 지난 달 22 전체회의(서면회의)를 개최하여, ㈜문화방송, 대구문화방송(주), (재)시민방송(RTV) 등이 방송한 [MBC 뉴스데스크(2건)·뉴스투데이], [대구MBC 뉴스투데...
    Date2013.12.17 Views3311
    Read More
  14. No Image

    정부가 승인한 채널은 종합편성채널인가, 보도전문채널인가!

    정부가 승인한 채널은 종합편성채널인가, 보도전문채널인가 !    지난 10월 8일 보도승인 채널 2곳인 YTN과 뉴스Y는 공동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종합편성채널의 보도프로그램 과다 편성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습니...
    Date2013.12.17 Views3149
    Read More
  15. 저작권의 특례규정 원칙과 예외 혼재

    [미디어 아이 특별 기고칼럼] I. 들어가며. 최근 우리 사회저변에서 저작권관련 분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다가온 지식정보화시대가 점차 창조경제시대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일종의 사회적 핵심쟁점으로서 좋든 ...
    Date2013.12.17 Views3356 file
    Read More
  16. No Image

    2013년 10대 뉴스

    10대 뉴스 1.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여객기 충돌사고 7월 7일 일요일 새벽, 307명의 승객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의 B777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려다 활주로와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해 중국인 승객 2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쳤다. 꼬...
    Date2013.12.17 Views3121
    Read More
  17. No Image

    '성에' 차가운 현실에 온풍을

    ‘성에’ 찬바람이 낙엽을 쓴다. 어느새, 그리고 또다시 겨울이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다. 짧아진 가을 때문인지 무더웠던 여름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찬바람이 물려오는 듯하다. 그 여름의 흔적을 생각하니 차가운 겨울바람도 나름 반갑다. 그러나 막상 겨...
    Date2013.12.17 Views2778
    Read More
  18. 간담회 - 젊은 카메라 기자들의 수다

    젊은 카메라기자들의 수다. 방송사의 문제들, 인원 미충원 등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MBC의 문제점들 뿐만아니라 KBS, SBS에도 많은 일들이 생겨났다. 본격적인 우리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공장 뒷 이야기로 반이상의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특별한 주제 없이 ...
    Date2013.12.17 Views3669 file
    Read More
  19. 신입수습탈출기 "안녕하세요, 카메라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카메라기자입니다.> “어깨에 장착할 무언가를 만들어야겠어.” 동기들과 우스갯소리로 나눈 이야기이다. 신입사원 교육이 끝난 후, 처음 부서에 갔을 때였다. 내 눈에는 선배들의 어깨만 보였다. 그 드넓은 어깨는 지금 생각해도 충격이다. 저 어...
    Date2013.12.17 Views4077 file
    Read More
  20. No Image

    신입기자를 소개합니다.

    삭인 홍어맛 처럼 안녕하세요? KBS 신입 촬영기자 이성현입니다. 본 협회보 ‘신입사원 소개’란을 매번 보면서 ‘언제쯤 이런 글을 남길 수 있을까’ ‘나도 촬영기자가 될 수 있을까?’하며 내심 부러워했었는데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아직도 사...
    Date2013.12.17 Views329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