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789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5.18 취재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의 숙제

‘너무 식상하지 않냐? 다 정리된 일을...’

5월 18일 방송될 SBS 프로그램 뉴스추적에서 5.18 실종자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는 사실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 5월 18일에 5.18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나는

주위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을 접하며 ‘이미 완료된 역사적 사실을 단지 시기적으로 겹친다는 이유 때문에 관성적으로 제작하는 것인가?’ 하는 혼돈을 일으켰던 것 같다.

어쨌든 프로그램 제작은 시작되었고 취재진은 11일 간 광주에 머물며 5.18유족회와 5.18묘역, 광주시청, 너릿재, 황룡강 등의 여러 학살 현장을 돌았고 유족들을 만났으며, 한편으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당시 계엄군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취재 과정을 겪으며 느낀 점은,

5.18문제는 제대로 해결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5.18문제 가운데 취재진이 집중했던 부분은 실종자 시신 발굴 문제였는데 이 부분을 파헤치다 보니 결국 5.18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들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다.

실종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는 광주항쟁 당시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의 제보를 필요로 하는데 문제는 정확한 제보를 해 오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당시 피해 지역에 아직도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지금도 5.18 문제를 꺼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껴 취재진을 회피하거나 소곤소곤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결정적인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당시 계엄군은 아직까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고 정확한 암매장 위치를 증언해 준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익명으로 제보를 해 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제보 내용이 ‘조선대 뒷산에 암매장 했다.’는 식이어서, 넓디넓은 조선대 뒷산을 다 파헤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실상 시신 발굴이 불가능한 수준의 제보였다.

또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암매장 추정지로 예상되는 지역은 도로가 깔리고 건물이 들어서는 등의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신 발굴 업무를 맡고 있는 광주시청은 암매장 장소라고 제보된 51곳 가운데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5곳을 발굴해봤지만 단 한 구의 시신도 추가 발굴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재팀은 제보 장소 가운데 몇 군데를 실제로 발굴해 보았지만 발굴과정에서 막막함만 느꼈을 뿐이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시 계엄군의 명단을 확보해서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암매장지에 대한 증언을 수집하는 것인데 계엄군의 명단은 군 당국에서 신변보호라는 명분하에 대외비로 봉해져 있는 상태였다.

실종자 문제는 이 같은 폐쇄형국에서 일보의 진전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꼴이었고,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행여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렸다며 마른 눈물을 흘리고 있다.

5.18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김영삼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해결된 것이라곤 5.18의 역사적 의미를 일정 정도 격상시켜놓은 것과 공식적인 묘역을 만들어 놓은 것, 피해자 보상 문제에 손을 대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젠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진상도 공식적으로 규명된 바가 없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 진 바가 없다.

당시 계엄군을 지휘했던 지휘관을 찾아가 봤지만 만날 수도 없었고 전화기를 통해 들은 얘기라곤 ‘ 잘 모른다. 사실상 지휘권이 없었다. 자료를 가진 것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5월 18일에도 5.18에 대한 정부 차원의 행사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광주의 아픔을 해결하는 내용은 전무했다. 80년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광주문제는 어느덧 관습적인 연중행사로 변질되어 가고 있고, 사람들은 이제 5.18을 지나간 과거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광주에서 만난 피해 당사자들에게 5.18은 치유되지 않은 현재의 상처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육체적인 상흔으로, 어떤 이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25년 넘게 생생한 통증을 지속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실종자 문제에 무게를 두고 취재를 진행했기에 5.18책임자에 대한 부분을 비중 있게 다루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종자 문제는 결국 책임자 문제 및 정부차원의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겨우 한 달의 시간으로 제작한 1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5.18 피해자와 유족들의 문제에 도움이 되기에는 대단히 미흡하겠지만 광주문제가 이미 ‘완결되어 버린 역사’라는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꾸어지길 희망한다.

SBS 뉴스추적팀 이원식 기자


  1. No Image

    북한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요령과

    북한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요령과 북측인사 접촉과정 북한 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은 당연히 일반적인 경우와는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도 여러가지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방송프로그램의 기획이지만, 특히 북한과 관련된 기획은 아직도 어렵...
    Date2003.07.08 Views7068
    Read More
  2. No Image

    방북취재를 위한 국내의 서류절차들

    방북취재를 위한 국내의 서류절차들 이번에는 북한 방문 취재를 허가 받기 위한 국내의 구비 서류들과 그 절차에 대해서 알아본다. 북한을 방문하는 경로는 물론 판문점을 통과하는 육로도 있고 인천과 남포를 오가는 화물선, 그리고 금강산을 통하는 방법 등...
    Date2003.07.08 Views7377
    Read More
  3. No Image

    방북 촬영장비 준비

    방북 촬영장비 준비 ■ 강의제목에 대한 소고 먼저 이 방북 취재기의 제목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할까 합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이것이 이번 연강의 제목인데 제가 평양에 7박 8일 동안 머무르면서 본 수많은 구호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시다시...
    Date2003.07.08 Views7353
    Read More
  4. No Image

    전통다큐멘터리의 톱을 지킨다

    전통다큐멘터리의 톱을 지킨다 톱프로덕션 톱프로덕션은 세계 최초, 세계 최고, 범세계적 영상을 추구하는 프로덕션이다. 불교TV에 방영된 한국의 명찰 100편을 비롯, MBC 거대한 유통의 바다, KBS 자동차 천만대 시대 등 굵직한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 회...
    Date2003.07.08 Views8123
    Read More
  5. No Image

    르포 2003” 취재기/그곳에 “북한 가려면...

    이재영 기자는 2003년 2월 17일부터 25일까지 "남북공동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전시회와 세미나" 취재차 중국의 북경을 거쳐 평양을 다녀왔다. 취재기는 젊은(?)기자가 바라 본 또 다른 북녘의 모습을 흥미있게 적어가고 있다. 르포 2003” 취재기/그곳에 “북...
    Date2003.07.15 Views7264
    Read More
  6. No Image

    해파리의 침공 제작기

    해파리의 침공 제작기 '해파리의 침공' 그것은 촬영기자인 나에게 대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하지만 말못할 문제점과 아쉬움이 다수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취재기자와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촬영스케줄이 수중촬영이...
    Date2004.02.25 Views8611
    Read More
  7. No Image

    故 김선일씨를 취재하고…

    故 김선일씨를 취재하고… 6월임에도 불구하고 폭염이 내리쬐던 6월의 아침… 한국청년 한 명이 이라크의 무장단체에 둘러싸여 눈물로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과 안타까움을 느끼며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길에 나섰다. 그로부터 몇 분 후 부산...
    Date2004.08.09 Views8105
    Read More
  8. No Image

    기아자동차 채용비리에 대한 취재방해 행위를 바라보면서....

    [TV카메라기자17호] 최근에 광주 소재 기아자동차 채용비리가 전국을 시끄럽게 하였다. 기아자동차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지난달 14일 “2003~2004년 생산 계약직 채용 과정에서 120명이 24억3700만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
    Date2005.03.24 Views8055
    Read More
  9. No Image

    씻겨나가 평평해진 도시 - 반다 아체

    씻겨나가 평평해진 도시 - 반다 아체 [TV카메라기자17호] 임우식 기자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땅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이 폭삭 주저앉았다. 해일에 휩쓸린 도시에서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마지막 재앙일지도 모른다. 복구의 삽질로...
    Date2005.03.24 Views8237
    Read More
  10. No Image

    양양 산불 현장에서

    가칭 “눈물 젖은 이재민”이란 아이템을 받고 양양 산불 현장을 가던 취재팀은 라디오를 통해 산불이 거의 진화되었다는 방송을 들으면서 반신반의했다. 동해안 산불은 오전에 완전 진화가 되지 않으면 오후에는 거센 강풍을 타고 더욱 기승을 부리는 과거의 ...
    Date2005.05.11 Views7493
    Read More
  11. No Image

    학부모 찬조금에 대한 단상

    학부모 찬조금에 대한 단상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촌지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처음에 부모의 염원은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다오.”였다가, 점점 아이가 자라면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지면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듯 ...
    Date2005.06.13 Views8040
    Read More
  12.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의 숙제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의 숙제 ‘너무 식상하지 않냐? 다 정리된 일을...’ 5월 18일 방송될 SBS 프로그램 뉴스추적에서 5.18 실종자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는 사실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 5월 18일에 5.18관련 프...
    Date2005.06.13 Views7890
    Read More
  13. 북극 도전 촬영기

    <북극 도전 촬영기> “성공할 확률 50%, 실패할 확률도 50%” 2005년 박스그랜드슬램 북극원정대는 캐나다의 최북단 이누이트 마을 레졸루트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출발에 앞서 마지막 장비 점검과 식량 그리고 여러 가지 기타 품목들을 점검하며 출발을 기...
    Date2005.07.11 Views8779
    Read More
  14. No Image

    베이징 6자 회담에 다녀와서

    <베이징 6자 회담>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한국 카메라 취재진 너무 적은 것 아니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 보름간 개최되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 만큼 어느 때보다 각국의 취재열...
    Date2005.08.11 Views7215
    Read More
  15. No Image

    64년만의 폭우, 그 피해 현장 스케치

    64년만의 폭우, 그 피해 현장 스케치 “아니 이것이 뭔 난리여!! 내 나이 팔십 평생 요렇게 비가 많이 온 걸 본 적이 없는디... 이것이 뭔 일이다요 기자양반~” 350밀리미터의 집중 호우가 쏟아져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버린 부안군 줄포면. 비가 그친 3일 오...
    Date2005.09.09 Views7267
    Read More
  16. 평양 축전 기간 중 평양 순안 공항에서

    이 한 장의 사진 2001년 8월 15일 평양축전 기간 중 평양 순안 공항에서 이 해 민족통일대축전은 처음 남측 대표단이 공식 참가하였으나, 한 참가 교수가 만경대 방명록에 친북 성향의 글을 남겨 논란이 되었다. 공동취재단 왼쪽부터 MBC 양윤모 부장, 김종수 ...
    Date2005.09.09 Views7729
    Read More
  17. No Image

    대만 온라인 송출

    대만 온라인 송출기 지난 7월, 대만 출장이 급하게 결정되었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만에서 부동산 사기 피해를 당한 의혹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는데 서둘러 현지에 가서 취재한 내용을 서울로 송출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대만은 나름대로 위성 송출 시스...
    Date2005.09.09 Views7527
    Read More
  18. No Image

    베트남 하노이 온라인 송출

    베트남 하노이 온라인 송출기 14일 새벽 1시 30분(서울시각)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탄다는 제보를 받고, 12일 하노이로 떠났다. 갑작스런 제보였기에 pc 150 한대와 wireless mic가 준비한 장비의 전부였다. 해외 취재...
    Date2005.09.09 Views7191
    Read More
  19. No Image

    태국 푸켓 온라인 송출

    태국 푸켓 온라인 송출기 ENG 카메라를 가지고 해외 출장을 갈 때와 달리 6mm 캠코더의 장점은 까르네 등의 서류절차가 간소하거나 필요 없고, 무거운 삼각대와 배터리를 지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자는 올 1월초 지진 해일 피해가 났었던 태국 푸켓에 ...
    Date2005.09.09 Views7538
    Read More
  20. 1인 5역이 아니면 안 되는 곳 울릉도!

    제목 없음 1인 5역이 아니면 안 되는 곳 울릉도! KBS 울릉지국 방송기술 직원의 태풍 나비 수해 취재기 작년 12월1일 KBS 울릉중계소에 오면서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기획 제작 서까지 만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울릉도에 와...
    Date2005.10.12 Views8453
    Read More
  21. 시속 233Km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시속 233Km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우리는 시속 233Km의 허리케인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 4등급은 바람세기가 시속 131마일 ~ 155마일 (210Km ~ 249Km). 일반 주택을 심하게 파괴하거나 무너뜨리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 버릴 수 있다. -...
    Date2005.10.12 Views107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