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23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리고 우리는 바다로 갔다

- 독도를 다녀와서 -

 독도로 가는 길은 예상외로 험했다. 동해의 묵호항이나 경북 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 들른 다음 거기서 다시 세 시간 뱃길이다. 기상도 종잡을 수 없는데다 일반 항구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접안 시설은 조금만 파도가 쳐도 접근을 허용치 않는다. 게다가 육중한 방송장비들이 있어 배편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한 해에 접안 할 수 있는 날이 수십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그 길고 험한 길을, 가야만하고 갈 수 있는 길을 하늘의 별을 보고 가는 심정으로 내디뎠다. 첫 번째 항해는 실패로 끝났고 두 번째는 해경의 도움을 빌어 겨우 독도의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3년 전 시마네 현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다고 해서 떠들썩했던 때에 이미 먼저 와봤던 선배들이 있었지만 TV를 통해 봐야만 했던 그 동단의 정토를 딛고 서있는 심정은 가슴 뜨거운 흥분이나 애국심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착잡함이었다. 무엇이 수 천 년 동안 인간의 욕망을 흘겨보며 바다 위로 나있었던 이 두 개의 돌섬의 단잠을 깨워야만 했을까.

 이 험한 곳에도 사람의 발길은 미친다. 시절이 하수상한지라 이곳에 굳이 휴가를 오겠다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대학생들, 역사 선생님들, 공무원들은 물론이거니와 가정주부들도 국토의 최동단을 눈과 발로 확인하고는 카메라에 담으며 감격의 심정을 누린다. 일반인들이 닿을 수 있는 독도는 두 개의 섬 중 동도의 선착장 주변에 인공으로 만들어놓은 콘크리트 바닥이 전부이다. 그곳에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자유로이 비행하는 바닷새들을 둘러볼 수 있을 뿐이다. 경비대가 통제하는 수 백 개의 계단을 힘들여 올라가면 그 곳에는 독도 경비대의 막사와 등대와 통신시설들이 서있다. 고관대작들이야 헬기를 통해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지만 무거운 방송 장비들을 들고 올라와 그 정상에 서면 새들의 분비물로 가득한 이 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우리는 그 곳에 생중계를 위해 장비를 설치하고 이곳이 대한민국의 땅임을 굳이 더 확인시켜주려 앵글을 잡아야 한다. 몇 개월 동안 뭍과의 인연을 멀리해야 하는 경비병의 애로와 긍지도 담아야 한다. 언뜻 문명과는 멀어 보이는 이곳에서 휴대전화가 터지고 TV의  영상이 전달되는 것도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뜨거운 햇빛을 피할 곳도 마땅치 않은 그 곳에서 천 개에 가까울 계단을 오르내리며 영상을 찍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아슬아슬하게 방송을 마쳤고 때로 우리의 일을 잠시 뒤로 미룬 채 어쩌면 다시 보기 힘들 멋진 경관들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렇지만 두 번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공통의 심정을 나누었다. 밤바람이 차가운 중에도 창고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도 생각만큼 힘든 일은 아니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만 아니라면 며칠 더 그 곳에서 노숙하더라도 충분히 그 광경을 눈과 머릿속에 담아두고자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닥이 들여다보일 듯 한 옥 빛 맑은 물을 주위에 끼고 있는 그 섬은 철제의 탑들, 소총으로 무장한 젊은 병사들의 굳은 표정과는 그리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 전부터 대를 이어 그 섬을 보금자리로 삼았을 바닷새들의 힘찬 날개 짓이나 살며시 부는 바람에도 몸을 흔드는 이름 모를 풀들이 이 외로운 섬의 오랜 벗일 것이다. 그 동안에도 총리며 장관이며 정치인들이 이곳을 들러 그 연분을 과시하고자 했겠지만,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태평양을 그리워하며 서있는 푸른 돌섬은 그렇게 변함없이 의연히 서있을 것이다.

양두원 / SBS 영상취재팀 기자


  1. 한국 최초 우주인을 취재하고

    한국 최초 우주인을 취재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긴박한 러시아어 몇 마디가 흘러나오자 잠시 후 로켓은 그 몸체를 둘러 싸고 있던 지지대를 떨쳐버리고 불을 뿜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땅을 울리는 듯 굉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
    Date2008.06.25 Views7953
    Read More
  2.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미얀마 싸이클론 피해 취재기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싸이클론이 휩쓸고 간 미얀마. 외신을 통해 전해오는 미얀마 피해는 수 만명의 희생자를 낳으며 국제적 관심이 모아졌다. 5월 6일 갑작스런 미얀마 출장 지시를 받았다. 다음날 ...
    Date2008.06.26 Views7475
    Read More
  3. 칭촨현에서의 하룻밤

    칭촨현에서의 하룻밤 중국 지진 취재를 가서 여러 날을 머물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칭촨현에서 머물었던 하룻밤이다. 지난달 21일, 중국에 도착한 지 나흘째, 우리는 지진 피해로 고립되었던 칭촨현으로 떠났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칭촨현으로 가는 길...
    Date2008.07.04 Views7361
    Read More
  4. 5.12 중국 쓰촨성 대지진 참사 - '8'의 저주

    5.12 중국 쓰촨성 대지진 참사 - '8'의 저주 “극도의 불안감과 압박감 엄습…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 취재진 전용기 - 14일 밤 중국 '청두(成都)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공항 출국 장소에서부터 비행기 탑승하기까지 현장에서 마주...
    Date2008.07.04 Views8005
    Read More
  5. No Image

    엘리베이터 안에서

    제목 없음 출근 준비를 하고 현관을 나설 때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옆집 아이가 유치원 가방을 메고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나누는 참이다. 그들을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안녕’이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남자 유치원생의 머리카락은 무스를 발라 아침...
    Date2008.07.15 Views7908
    Read More
  6. 공정 보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경험

    제목 없음 “상상 이상의 취재 거부와 방해” 공정보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경험 5월3일, 처음으로 촛불집회 취재를 나갔다. 아직은 야간 취재에 익숙하지 않을 때라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당시에 촛불집회 취재가 어려웠던 이유는 야간 취재인데...
    Date2008.08.22 Views8354
    Read More
  7. 그리고 우리는 바다로 갔다

    그리고 우리는 바다로 갔다 - 독도를 다녀와서 - 독도로 가는 길은 예상외로 험했다. 동해의 묵호항이나 경북 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 들른 다음 거기서 다시 세 시간 뱃길이다. 기상도 종잡을 수 없는데다 일반 항구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접...
    Date2008.08.30 Views8239
    Read More
  8. 생방송으로 전해진 우리의 땅 독도

    “생방송으로 전해진 우리의 땅 독도” 캡 : “태현아, 이번 주에 특별한 일 있냐?” 태현 : “아니요.” 캡 : “그래? 그럼, 독도 구경 다녀와라.” 태현 : “네, 알겠습니다.” 캡과 이 짧은 대화 후,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교과서에 자국영토로 명시함으로 인해 ...
    Date2008.08.30 Views8457
    Read More
  9. 6자 회담 취재, 이렇게 했습니다. "mpeg2 파일로 송출"

    “4개 사의 합의 통해 mpeg2 파일로 송출” 지난달 9일부터 13일까지 4박5일간 중국 북경에서 6자회담이 열렸다. 이번6자회담에서는 KBS, MBC, SBS, YTN 4개사가 HD카메라를 이용한 풀 취재를 하였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취재와 인...
    Date2008.09.01 Views9117
    Read More
  10. No Image

    구천을 맴도는 금정굴 영혼

    제목 없음 취재팀은 서울대학병원 법의학센터로 향했다. 오늘 취재는 6.25전쟁 중 발생한 유골이 묘지에 안장되지 못하고 10년째 서울대 병원에 방치되어있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었다. 법의학센터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제일 처음 본 것은 부검 실 팻말이었...
    Date2008.09.19 Views7920
    Read More
  11. No Image

    나흘 간의 교훈

    2008 베이징올림픽 취재를 다녀와서 나흘간의 교훈 8월 5일 베이징 수도공항. 중국세관이 길을 막는다. 주파수허가서(Frequency License)없이는 무선마이크를 반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계권이 없기에 우린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대사관에 취재비자 신...
    Date2008.09.26 Views8016
    Read More
  12. 베이징과의 만남

    2008 베이징올림픽을 취재하고 베이징과의 만남 #1. 베이징으로 “내일 당장 출발해야겠다!” 동행하는 선배기자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의 모습을 담기위해 비행기를 타기는 해야겠지만 마음에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직스...
    Date2008.09.26 Views9078
    Read More
  13. 중국 자국(自國)만의 올림픽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취재하고 중국 自國만의 올림픽 2008 베이징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안전 강조와 철저한 통제 속에 외형적으로 한없이 화려했던 올림픽.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환경오염지수가 세계 최고 수준...
    Date2008.09.26 Views10438
    Read More
  14. 람사르 총회를 취재하고

    제목 없음 <취재기> 람사르 총회를 취재하고.. “현명하게 자연을 이용하자는 회의... 오히려 자연 훼손에 한 역할 한 것 같아 안타까워” 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창원에서 굵직한 회의, '람사르 총회'가 열렸다. 습지와 철새 등 환경에 관해 논의하고 토론하여 ...
    Date2009.01.06 Views7313
    Read More
  15. 2009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취재하고```

    제목 없음 2009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취재하고 경쟁보다는 취재원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1월 13일에 실시됐다. 시험 전날 사회팀장으로부터 휘문고에서 수능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고사장 출입증 ...
    Date2009.01.15 Views10594
    Read More
  16. WBC 그 '위대한 도전'의 현장을 가다

    제목 없음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 제1회 WBC 출전 선수들보다 투타에서 한 수 아래로만 여겨졌던 제2회 WBC 선수들이 전대회의 4강 신화를 넘어 준우승이란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금의환향했다. 나는 운 좋게도 그들이 준우승 신화...
    Date2009.04.14 Views10368
    Read More
  17. 따뜻한 방에 앉아 ENG로 닭 잡아먹는 삵 찍는 법

    제목 없음 “민가에 야생 동물들이 밤마다 내려와 닭을 잡아먹는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 할머니 무릎 위에서 듣던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그럼, 닭을 한 마리라도 더 먹으려는 야생동물과 밤마다 닭을 지키려는 주인의 치열한 전쟁(?)을 영상취...
    Date2009.04.14 Views11460
    Read More
  18. 한 점의 빛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촬영

    제목 없음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ENG로 촬영을 해야 할 경우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물론 렌즈에 아스트로스코프(Astro Scope-주변의 미약한 불빛을 증폭해서 어두운 곳에서도 볼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비. 적외선을 감지하기 때문에 녹색을 띠고 있음) 를 장착...
    Date2009.05.18 Views11497
    Read More
  19. 동아시아 농구 선수권 대회 취재기 (Bizhard 사용기)

    제목 없음 지난 6월10일부터 15일까지 난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농구대표팀과 동아시아 농구 선수권대회를 동행 취재했다. 6월10일 아침 9시20분 출발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50분정도가 걸리는 짧은 비행이었지만 긴 일정의 시작...
    Date2009.07.16 Views10979
    Read More
  20. '카메라기자 수난시대’ 쌍용차사측, 기자폭행…경찰은뒷짐

    “쏵 다 밀어 붙여!~” 멀찌감치 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급히 카메라 렌즈를 격앙된 함성에 초점을 맞추며 앵글을 잡았다. 곧 마스크, 복면,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손에는 각 각 쇠파이프, 빗자루, 나무막대기, 물병, 돌을 움켜 쥔 겉보기에 수백 ...
    Date2009.10.16 Views10091
    Read More
  21. 인도네시아 다문화가정 취재기 - 엄마의 나라를 찾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를 타기 전 인도네시아 여행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그러나 서점 어디에도 인도네시아 여행에 관련된 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휴양지인 발리에 관한 책만 몇 권 있을 뿐이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도시국가...
    Date2009.10.16 Views1069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