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미터 눈폭탄 '진짜 난리에요'>

 

 

 

 

IMG_2371.jpg

 

IMG_2363.jpg

 

 

- 26.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진다. 원주를 떠나 강릉에 발령난 지 불과 사흘째. 좀처럼 볼 수 없던 탐스러운 눈발에 잠시나마 감상에 젖어든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솜털 같은 하얀 눈이 도로 위에 쌓여간다. 어지러운 도심이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 27.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눈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하루 사이에 얼굴이 퀭해졌지만 일손을 놓을 수 없다. 현장과 사무실을 벌써 열번 넘게 들락날락거리며 촬영과 편집을 반복하고 있다. 내일부터 주말이다. 비번이니 뜨거운 물에 씼고 좀 쉬어야겠다.

 

- 28. ()에 눈() 밖에 안 보인다. 벌써 50센티미터나 쌓였다. 주말이고 뭐고 전원 출근이다. 불평할 시간도 없다. 눈밭이 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도심은 이미 마비됐다. 제설용 중장비만 바쁘게 오갈 뿐이다. 눈앞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 29. 즐거운 일요일이다. 하지만 계속 눈이 온다. 오늘도 쉬기는 틀렸다. 출근길 인도에 쌓인 눈 때문에 발이 푹푹 빠진다. 짜증이 난다. 산간마을에는 일부 주민들이 고립됐다. 길가에는 운행을 포기하고 버려둔 차들이 수두룩하다. 기상청은 당분간 눈이 더 온다고 한다. 제발 예보가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 217.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얼굴이 검게 타버렸다. 열흘 동안 정신없이 눈 속에 파묻혀 지냈다.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눈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열흘 넘게 계속된 눈과 제설에 주민들이 지쳐가고 있다는데, 나도 그 중 하나다. 이 눈이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 218. 눈이 그쳤다. 지난 6일 이후 12일째 만이다. 적설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1911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110센티미터의 눈이 쌓인 것으로 기록됐다. 기상청 예보관들조차 1미터 이상 쌓인 눈을 직접 눈으로 볼 줄은 몰랐다며 당혹해했다. 나도 정말 당혹스러웠다.

 

- 224. 일상을 서서히 되찾고 있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지붕이 주저앉으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할머니. 열흘 넘게 고립됐던 산골마을 할아버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제설차를 몰았을 공무원까지. 폭설이 할퀴고 간 상처는 깊기만 하고, 삶이 정상화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신없이 촬영에만 열중하는 사이 피해 주민들의 속사정을 제대로 취재하지 못 한 것은 아닌지 후회스럽다. 폭설은 끝났지만 아직 할일이 많다. 폭설에 따른 피해 복구가 제대로 이뤄질런지, 대규모 재난에 우리 지자체나 정부의 대응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됐는지 등 아직도 들여다볼 부분이 적지 않다. 아직 담아내지 못한 눈()이 없는지 다시 눈()에 불을 켜고 현장으로 달려가야겠다.

 

 

 

 

 

김중용 / KBS 강릉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태풍 무이파" 영상 취재 24시 file 2011.11.17 10866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file 2010.11.16 10890
그날 법원에선 무슨일이 있었나? file 2013.03.29 10968
동아시아 농구 선수권 대회 취재기 (Bizhard 사용기) file 2009.07.16 10979
캐나다 런던. 약속의 땅. - Queen YuNa! file 2013.07.30 10999
'재난위험지역 전문취재' 과정을 마치고... file 2012.07.25 11058
평창올림픽 유치 취재기(남아공 더반) file 2011.07.22 11105
다시 찾은 연평도 file 2013.06.04 11135
브라질 칠레 취재기 - 무역 1조원시대 취재기 file 2012.02.18 11150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file 2011.05.21 11220
대한민국 동쪽 땅 끝을 다녀오다 file 2006.03.14 11305
3D 시대는 오는가? CES쇼를 통해본 3D시대 file 2010.01.13 11316
춘천 산사태 취재후기 - 여기서 먹고살아야지 어디를 가나? file 2011.11.18 11323
남극,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file 2012.02.22 11372
고단했지만 활력이 된 설악산 빙벽 등반 교육 file 2010.02.23 11378
멀티형 카메라기자 과정 연수기 file 2012.07.25 11398
폭설과의 사투, 72시간... file 2010.01.13 11419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달구벌 뜨거운 열기에도 나의 열정은 식어있었다 file 2011.11.18 11447
따뜻한 방에 앉아 ENG로 닭 잡아먹는 삵 찍는 법 file 2009.04.14 11459
한 점의 빛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촬영 file 2009.05.18 11495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독도 고유 식물 취재기 file 2013.07.30 11579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