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36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DSC_0027.JPG

 

 

“기자들이랑 얘기해봤자 말도 안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를 하고 갔다. 뉴스 보도 때문이다. 난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곳이 어딘지 다시금 되새겼다.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외침이 메아리치는 곳, 진도 팽목항이다.

 

6개월의 수습을 떼던 날 아침에 나는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팽목항으로 들어서는 초입, 나무에 드문드문 걸린 노란 리본들에서 현장의 초조함과 스산한 긴장이 느껴진다. 세월호 침몰 이후 안산에서 느껴왔던 그것과는 다른, 비장함마저 서린 긴장이다. 첫 출장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내가 그런 느낌을 받은 큰 이유는, 사고 이후 국민들의 극심한 불신과 마주한 우리 언론들 때문이었다. 언론이 도매금으로 이렇게 매를 맞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언론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건만, ‘알아야 할 권리’가 어느새 ‘알고 싶은 권리’로 둔갑했으니 이에서 비롯된 국민의 외면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내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처음 들은 말은 “병신같은 기자들”이었고, 앞서 언급한 “기자들이랑 얘기해봤자 말도 안 통한다”는 지탄이었다. 언론과 실종자 가족들 사이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아픔을 그 누가 알까. 그럼에도 국민들이 보내는 응원의 손길은 분명 큰 힘이 되고 있었다. 분향소가 마련된 진도향토문화관에는 전국의 학교, 회사, 단체, 개인들이 보낸 구호품들이 쌓여갔다. 일사불란하게 구호품을 정리하던 군인들, 실종자 가족들과 잠수부들을 위해 보내진 휴대용 산소 공급통,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자 혼자서 진도까지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떠오른다.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에서는 자원봉사 단체들이 식사와 간식, 생필품을 조달해주고 간이 약국, 진료소, 물리치료실 등을 운영하며 실종자 가족들을 보살펴줬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손길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딸에게 예쁜 얼굴로 만나자며 게시판에 노란 포스트잇을 붙이던 엄마도, 그 손길에서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리라.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움츠러들어있던 팽목항에서 6일째 되던 날, 배를 타고 사고해역으로 향했다. 한 시간여를 달리니 바지선과 리프트 백이 보인다. 어깨에 카메라를 얹었다. 배와 파도가 부딪혀 만드는 흔들림 때문에, 뷰파인더에 비친 사고해역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마냥 요동쳤다. 시신, 오열, 장례식이라는 단어들로 점철된 안산에서 뷰파인더를 통해 절망만을 보았다면, 이 사고해역에서는 정말이지 희망을 보고 싶었다.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이 검은 바다를 뿌리치고 구조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사고해역이 한 눈에 들어오는 동거차도의 정상에서 1분이 넘도록, 배 위에 착륙하는 헬기와 보트에서 내리는 잠수부들을 좇은 이유다. 단 한명이라도 무사히 구조되는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지 몰라서..
    
수습 막바지에 겪은 대형 참사. 세월호 침몰 사고는, 갓 수습을 벗어난 내가 언론이 무엇을 지양하고 지향해야할지, 언론과 국민의 사이에 놓인 알권리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날이 선 국민과 고개 숙인 언론이 그 간극을 메워나가는 것은, 언론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실종자 가족은 줄고, 유가족은 늘고 있다. 마지막 한 명까지도 가족, 친구의 품에 반드시 돌아오길 빈다.

 

 

이현오 / YTN 영상취재부


  1. 모두를 잃어버린 세월호 참사 현장

    모두를 잃어버린 세월호 참사 현장 #참사, 그 곳 4월 16일 오전 11시, 단원고 학생 325명이 전원 구조됐다는 낭보가 날아든다. “희소식이었다.” 4월 17일 세월호 침몰 이튿날, 애타게 기다리던 내 아들, 딸과 연락이 닿았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스며든다. “간...
    Date2014.05.21 Views8128
    Read More
  2.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기자들이랑 얘기해봤자 말도 안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를 하고 갔다. 뉴스 보도 때문이다. 난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곳이 어딘지 다시금 되새겼다.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외침이 메아리치는 곳, 진도 팽목...
    Date2014.05.21 Views8366
    Read More
  3.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4월 16일 오전, 평상시와 똑같이 수원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오늘의 촬영 일정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Date2014.05.21 Views8567
    Read More
  4. No Image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방 선거

    지난 1991년 지방의회 구성으로 시작된 지방자치가 2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6월 4일 지방선거는 민선단체장이 이번으로 6번째 배출되는데, 그동안 여당의 텃밭이던 부산*경남은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
    Date2014.08.13 Views1819
    Read More
  5. <7.30 재보궐선거> 20년 이상 지속되어온 지역구도의 벽 무너져

    전국 15개 지역에서 치러진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 결과 가운데 최대이변은 역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朴)의 남자'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친노'로 분류되는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Date2014.08.13 Views7629
    Read More
  6. <진도 팽목항 취재후기>치유의 밀물, 우리의 역할이다

    세월호 참사, 비상식적인 사고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었다. 300여명에 이르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허술한 안전시스템에 국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지지부진한 세월호 법안처리에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론의...
    Date2014.08.13 Views7504
    Read More
  7. [특별기획-브라질월드컵] 포르투알레그리에서의 3일

    월드컵 대표팀이 러시아와 비긴 후 포스 두 이구아수의 대표팀 훈련장에서는 웃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구아수의 한국 대표팀 미디어센터인 코리아 하우스에서 대표팀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알제리 전에 대한 희망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Date2014.08.13 Views7353
    Read More
  8. [특별기획-브라질월드컵] 4년 후 승리의 포효를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또 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한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대략득점을 한다면 알제리 러시아전의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한국 선수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혼신을 다했다. 결과는 0 대 1 패배. 경기가 끝나고 대표팀 막내 손흥...
    Date2014.08.13 Views7431
    Read More
  9. [특별기획-브라질 월드컵] 응원석 태극기가 펼쳐질 때의 뭉클함을 잊을 수 없어

    브라질은 멀다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한국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브라질이 아닐까합니다. 서울에서 땅을 끝까지 파면 반대쪽에 나오는 나라가 브라질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으니까요. 시차도 정확히 12시간...
    Date2014.08.13 Views7698
    Read More
  10. KBS 전문가 파견교육 후기 -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연변에서의 강의

    KBS 전문가 파견교육 후기 촬영기자 생활을 하면서 출장을 많이 다녔지만 늘 출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가게 되죠. 이번에도, 여러번 갔던 중국으로의 출장명령을 받았습니다. 북한 일차 핵실험 때 북 중 국경에서 중국 측에 억류 됐던 좋지 않은 추억이 있...
    Date2014.11.18 Views7281
    Read More
  11. No Image

    MBN수습취재기 - 종이와 펜을 든 수습촬영기자

    종이와 펜을 든 수습촬영기자 “마포라인 수습 양현철입니다. 현재 위치 마포경찰서이고 23시 보고하겠습니다.” 일주일 간 진행되는 경찰서 생활의 첫 보고가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서 생활의 대해서는 선배들이나 주변에서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투입 며칠 전...
    Date2014.11.18 Views2617
    Read More
  12. <스위스취재기> "빅토리녹스, 작지만 커다란 꿈을 만드는 공장"

    “빅토리녹스 작지만 커다란 꿈을 만드는 공장“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알프스산맥의 능선에 걸쳐있고 고원과 깊은 계곡, 호수가 많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발달되었으며 세계 최고의 관광산업국가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뛰어난 풍...
    Date2014.11.18 Views7552
    Read More
  13. 아시안게임 취재기 -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우리사회가 지금 축제를 축제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인가 스포츠팀에 오자마자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명단에 이름이 들어갔을 때 설렘이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폐막 이후의 끔찍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경기장, 시설...
    Date2014.11.18 Views6993
    Read More
  14. 아시안게임취재기 - 인천, 아쉬움만 남았던 15일

    인천, 아쉬움만 남았던 15일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대회 시작 전 출입용 AD카드를 본인이 직접 방문하여 ‘활성화’해야 한다기에 지정된 장소중 하나인 주경기장을 찾았다. 어차피 출입 시마다 사진과 대조할 텐데, 뭔 ‘활성화’인가?! 테러위협으로 보안을 강...
    Date2014.11.18 Views7198
    Read More
  15. 국감취재기 - 고난의 연속이었던 2014 국감

    고난의 연속이었던 2014 국감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선선함에도 국회의 한 상임위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열리고 ...
    Date2014.11.18 Views7355
    Read More
  16. 북한 최고위급 3명 전격 남한 방문 취재기 -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토요일 여유로운 주말 근무의 시작을 충격과 놀람으로 몰고간 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실세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동시에 남한으로 입국한다는 속보였다. 통일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Date2014.11.18 Views7086
    Read More
  17. 홍콩시위 취재 - 홍콩평화시위를 다녀오다

    퇴근시간 무렵,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기로 하였기에 “퇴근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내근데스크가 조용히 와보라고 한다. 왜일까? 내일 조근일정이 갑자기 생겼나 싶었다. 궁금함을 가득 느끼며 가까이 가니, “현상이 너 홍콩가야...
    Date2014.11.18 Views6941
    Read More
  18. <YTN 독도 취재기> 또 다시 밟아본 우리 땅 독도

    또 다시 밟아본 우리 땅 독도 대한민국 최동단의 땅, 독도 두 개의 섬과 90여개의 바위로 이뤄져 있으며 화산분출로 생겨난 천정굴, 코끼리바위. 한반도지형, 천국의문 등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태계 보호지역이다. 최근 계속되는 일본의 영유권 주...
    Date2014.12.30 Views7129
    Read More
  19. <시리아 난민 취재기>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11월 23일 00시 05분, 인천공항에서 요르단으로 출발했다.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가는 여정은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는 꽤 먼 길이었다. ‘UN난민기구’가 관리하는 요르단 내 ‘시리아난민캠프’와 거기에서 나와...
    Date2014.12.30 Views7045
    Read More
  20. 석연치 않은 죽음, 음악인 신해철 ..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늘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던 그래서 천재 뮤지션이라 불리던 신해철. 하지만 고인이 된 지금 그에게 따라 붙는 말들은 의료과실, 부검…….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들인 만큼 그의 삶의 마지막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10월 31일 이른 아침 고인과 고인의 영정사진이...
    Date2014.12.30 Views6754
    Read More
  21. <호주 취재기>Working&Holiday 출장

    호주 취재기 Working&Holiday 출장 뉴질랜드의 2주간 취재를 마치고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파원현장보고> 제작을 위해 한국을 떠나와서 마지막 아이템 ‘워킹홀리데이 체결 20년, 스스로의 권익을 돕는 한국 워홀러’ 취재를 위해서다. ...
    Date2015.07.22 Views586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