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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일본은 이 시설들이 '서양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본의 방식으로 산업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일본 정부의 설명대로 등재된 23곳은 모두 산업화의 현장이었을까?
후쿠오카 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4시간 가량을 달리면야마구치 현 '하기'시가 나온다.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로 하시모토강과 마쓰모토강 사이에 낀 오지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 역사에 메이지 유신의 발원지로 기록된다.
그 주역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이다. 지금도 하기엔 그가 세운 사설 학당이 있다.

바로 쇼카손주쿠(松下村塾)다. 이곳 역시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5월 26일, KBS취재진이 쇼카손주쿠를 찾은 날은 평일이었음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일본인들은 그를 위대한 스승이자 스스로 삶을 개척한 영웅으로 추앙한다.

또한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제자들 역시 존경의 대상이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라든가,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등
메이지 시대에 총리대신이 되는 인물을 여러 명 배출한 곳, 바로 쇼카손주쿠다.
이토 히로부미는 문관으로 메이지 헌법과 관료제의 기초를 세웠고,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메이지 일본을 대표하는 무관이다.

야마가타의 군부 계보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역인 가쓰라 다로(桂太?), 조선 초대 총독으로 병합조약을 체결한

데라우치 마사다케(寺?正毅), 조선 2대총독인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 好道) 등으로 이어진다.

한 마디로,조선을 지배한 사람들의 계보는 전부 요시다 쇼인으로부터 출발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시다 쇼인은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한론'의 주창자였다.

그가 25살에 감옥에서 쓴 '유수록(幽囚錄)'엔 '무력 준비를 서둘러 조선을 꾸짖어 옛날처럼 조공을 바치게 만들고,

북으로는 만주를, 남으로는 대만과 필리핀 섬들을 노획해야 한다'고 기술했을 정도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매년 요시다 쇼인의 신사를 참배한다. 그의 이름에 있는 '신(晋)'자는 요시다 쇼인의 수제자였던

다카스기신사쿠(高杉晋作)의 '신(晋)'자를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요시다 쇼인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쇼인 사상의 신봉자다.

때문에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의 이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진짜 목표가 다른 산업화 유산이 아닌 쇼카손주쿠라고 분석한다.
"일본 우파들의 주장을 대변할 수 있는 모든 사상의 뿌리가 요시다 쇼인에게 있습니다. 지금 일본이 등재를 신청한 다른 산업 유산들은

쇼카손주쿠 등재를 위한 위장일 수 있습니다. 쇼카손주쿠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요시다 쇼인의 사상이

전부 정당화 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강동진 교수는 "쇼카손주쿠는 산업 혁명과는 1%도 관련이 없는 장소" 라고 못 박는다.
"규슈-야마구치의 산업 유산에 쇼카손주쿠를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것은 산업 유산 자체보다는 메이지 시대에

관심이 더 많다는 증거입니다. 메이지 시대의 핵심 정신은 '정한론'과 '탈아입구론'으로 대표되는 침략사상입니다."

쇼카손주쿠를 찾았던 날, 취재팀은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 다정하게손을 잡고 찾아온 연인,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맞춰 입고 온 단체관광객들 등 각양각색의 일본인을 만날 수 있었다.

쇼카손주쿠가 얼마안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자긍심이었을지 아니면 이토 히로부미부터 현 아베 신조 총리까지

국가의 지도자를 여러 명 배출한 야마구치 현을 방문했다는 뿌듯함이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표정엔 배우려는 의지와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들은 쇼카손주쿠가 일제가저지른 반인륜적인 범죄의 근원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의 정신과 혼이 깃든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쇼카손주쿠를 일본의 정신과 혼이 깃든 곳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람들, 일본의 우파들이다. 그 정점에 아베 신조 총리가 있다.

1954년생인 아베 신조 총리는 52세라는 이른 나이에 전후세대로서는 처음으로 정권을 거머쥔 입지적인 정치인이다.

2006년 제90대 총리에 오른 뒤, 96대를 거쳐 현 97대 총리까지 무려 3번이나 총리 자리를 꿰찬 일본 정치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침략사상의 대표적 사상가인 요시다 쇼인이라는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아베 정권은 집단 자위권 법안을 중의원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제3국이 공격당한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서

벗어나 타국을 침략할 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일이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않았다”고 주장해 거센 비판에 직면한 적이 있다.

그에게 있어 그 주장은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쇼카손주쿠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방식으로 침략사상을 자국민들에게

슬며시 주입시킴과 동시에 집단 자위권 법안을 처리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개조시키는 등의 일련의 과정은 전쟁을 위한

준비단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나는 일본, 세계경제의 블랙홀이 되어가는 중국, 

그런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미국, 미국과 대립해 예전 소련연방을 꿈꾸는 러시아, 그 사이에 낀 우리나라.

먼 훗날 역사학자들은 21세기 초반의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기술할까? 어둡고 슬픈 역사의시작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손병우 / KBS 보도영상국 영상특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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