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3 00:09

<유라시아 취재기>

조회 수 583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생방송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첫 번째 생방송이 예정된 곳이다. 누군가는 헤어지는 연인과 아쉬움에 진한 키스를 나누고 누군가는 여행의 시작에 들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첫 생방송을 무사히 하기 위해 서울 신호분배실과 전화를 하고 카톡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한편에서는  30개가 넘는 짐과 장비를

기차에 옮겨 싣느라고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9,288km가 새겨진 출발점에서 대망의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출발하는 출정식 절정의 순간에

생방송은 연결됐다.  머나먼 이국땅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을 알리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가 한 손을 치켜 들며

힘찬 함성을 지를 때, 이 순간 이 전파를 타고 생생하게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안방에 생방송으로 전달되는 순간 긴장되면서도

한편 짜릿했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기차는 끝없이 펼쳐진 초목의 벌판을 지났다.

62시간 만에 도착한 도시 이르쿠츠크 옆에는 바이칼 호수가있다.  ‘성스러운 바다’, ‘시베리아의 푸른눈’으로 불리며 남한 면적의 1/3 크기라는

바이칼 호수에서는 휴양지 해변에 놀러온 비키니 미녀들이 태양을 즐기는 선탠을 곳곳에서 하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여기가 호수가 맞나 생각될 정도. 바이칼 호수가 있는 리스트비얀카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 이었다.

우리는 이 짧은 시간에 생방송과 리포트를 해야 했는데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통신이 가능한최선의 위치를 찾아 이리 저리 장소를 옮기다가 기지국 안테나를 발견했다. 반가웠다.

이제는 잘 되겠지 하면서 배경까지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통신 상태는 해결되지않았다.

최후의 결정을 했다. 그냥 움직이지 말고 홀드 샷으로 가자. 대신 첫 장면에 가능한 바이칼 호수의 모든 걸 담아보자.

결국 기자가 얼음장 같은 바이칼 호수에 발을 담근 채 한 옆에는비키니에 선탠을 하는 두 여인을 화면에 담았다.

바이칼 호수의 시원함과 휴양지의 안락함 거기에 화려한 여인들까지 멋진 바이칼을 만들어 줬다.
이번 시베리아 횡단열차 취재는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출장이었다. 카메라기자도 3명이 투입됐다.

남선은 이승환 기자가 맡았고 북선은 나와 이동규 기자가 출발했다. YTN에서는 드물게 대규모 취재진이 구성된 것이다.
이번 취재는 14,400Km라는 지구둘레 1/3의 대장정을 460시간 동안 국경을 넘나들며 때로는 기차에서 몇 날 며칠을 먹고 자고

이동하면서 가는 곳마다 생방송을 통해 소식을 전해야 하는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최대 이동거리인 하바로프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3,340km 62시간 동안은 기차에서 먹고 자고 씻고 취재하고 방송해야 하는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이 거리는 서울 부산 거리의 60배가 넘는 그야말로 최악의 코스로 악명 높은구간이다.
현실이 그렇듯이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올라타고 시베리아에서 생방송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일단 러시아 시베리아라는 곳이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 황무지 벌판에 가까운 땅이고 당연히 그런 곳에서

일상적인 사람들간에 통신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곳에서 생방송을 한다니...과연 할 수 있을까.
통신, 전원공급, 열차이동, 날씨, 중간 정차역, 정차시간, 시차 등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준비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YTN의 친선특급 취재는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베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멋진 기행이었다.
준비한 장비가 너무 많아 장비실장 장비의 블랙홀이란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ENG, 6mm 등은 기본이고 와이드렌즈, 고프로, 드론,

TVU, 별도의 라이트 등 수많은 장비들을 챙겼다.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고 보는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출장에 백미 중에 하나가 드론과 고프로 영상이다. 사실 러시아에서도 드론에 대해 부담스러웠는지 계속 문의만 해 오다가

마지막 순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서야 드론 촬영이 가능하다는 승인이 떨어졌음을 알려왔다.

천만 다행이었고 드론을 담당했던 이동규 기자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 줬다. 블라디보스토크항, 하바롭스크 아무르강변,

그리고 파란 코발트 바다 같은 풍경을 보여준 바이칼 호수까지 드론이 보여준 시원한 영상은 더위에 찌들었을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에 폭포수 같았을 것이다. 또한 이번 시베리아 횡단열차 취재는 기차에서만 8박을 해야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사실 기차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기차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배출할까를 고민 했던 게 사실이다.

 출장 후에도 많은 동료들이 기차에서 잘만 했냐고 물어왔다. 그럴때마다 대답했던 말이 생각난다.

첫날은 잠을 못 잤고 다음날부터는 그냥 쓰러져 잤고, 나중에는 기차가 그리워졌다는 사실.

이르쿠츠크 이후 하루 자고 하루는 기차에서 내려서 거점 도시에서 자는 퐁당 퐁당이 계속되다 보니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짧은
시간에 취재를 해야 하고 다시 짐을 옮겨야 하는 것들이 더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중에는 차라리 기차에 계속 머물렀
으면 하는 생각이 날 정도였다. 이번 여정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손기정 선수는 베를린까지 뭘 타고 갔을까? 얼핏 생각해 보면 당연 비행기를 타고 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기차였다.
나 역시 이번 취재가 시작되기 전에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도 없거니와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원정대 취재를 다녀온 후로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이 순간 철도에 있어서는 일본과 마찬가지인

섬나라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도 연결된 대륙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륙과 연결되지 못한 채

철도의 섬나라에 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손기정 선수가, 이상설, 이준, 이위종 선생이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헤이그로 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했던 이번 시베리아 횡단열차.

19박 20일 짧지 않았던 14,400km의 대장정.
베를린에서 대형 태극기를 펼치며 생방송으로 끝을 맺었던 그순간.

참가자 모두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던 모습이 생생하다. 

참가 했던 모두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을 순간순간의 기록이 영상으로 빼곡히 쌓여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잊을 수 없는 것.

우리의 염원이 이뤄져 앞으로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저 시베리아 벌판으로 나아갈수 있기를 기대한다.

 

 

8.jpg


 

9.jpg

이동형 / YTN 영상취재2부

 

 

 

 

 

 

 

 

 


  1. No Image

    쇼카손주쿠(松下村塾)와 아베 신조

    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일본은 이 시설들이 '서양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본의 방식으로 산업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
    Date2015.09.02 Views1306
    Read More
  2. <유라시아 취재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생방송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첫 번째 생방송이 예정된 곳이다. 누군가는 헤어지는 연인과 아쉬움에 진한 키스를 나누고 누군가는 여행의 시작에 들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첫 생방송을 무사히 하기 위해 서울 신호...
    Date2015.09.03 Views5834
    Read More
  3. MERS 이후 두 달..... 지금은.

    5월 중순, MBC 뉴스의 보건 의료를 담당부서인 사회1부는 대형병원의 ‘중동환자 모시기’ 경쟁에 대해 기획 취재 중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중동의 환자들이 국가의 지원을받아 외국병원으로 장기입원치료를 받고 있...
    Date2015.09.03 Views5057
    Read More
  4. No Image

    내가 만난 메르스

     “메르스? 그게 뭔데?” 5월 20일 오후 4시. 간단한 스케치와 인터뷰만 하면 된다는 데스크의 귀띔으로 국립의료원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담당 기자와 나눈 대화이다. 중동에서 발생한 감기 바이러스이고 전염력이 있긴 하나 우리나라는 기후가 달라 걱정...
    Date2015.09.03 Views2235
    Read More
  5. <아프리카 취재기>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아프리카 입사 20년만에 아프리카에 갈 기회를 얻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 동안 그 기회를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묘한 곳이다. 가고 싶으면서 가고 싶지 않은 곳.. 에볼라, 테러, 기아, 해적.. 나의 마음을 주...
    Date2015.09.03 Views5480
    Read More
  6. <지역 취재기>

    “광수야, 오늘은 하늘에서 한 번 훑어야 할 거 같은데...” 데스크 지시가 떨어진다. ENG카메라만 챙기던 내가, 챙겨야 될 준비물이 하나 더 생겼다. 그건 바로 카메라가 달린 비행물체, ‘드론’이다.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다. 전에 RC카나 RC비행기를조종해봤...
    Date2015.09.03 Views6039
    Read More
  7. No Image

    <평양 체류기>-KBS 김대원

    Date2015.11.21 Views540
    Read More
  8. <평양 체류기>

    평양, 7년만에 방북 KBS는 지난 8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평양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2010년 5.24 대북재재조치 후 7년 만에 방북입니다. 그 사이 남북간 군사적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고...
    Date2015.11.21 Views5460
    Read More
  9. <알래스카 취재기>

    “현지 코디의 중요성” 알래스카 북극의 대자연, 오로라, 빙하, 북극곰으로 유명한 알래스카는 1867년 전 미국이 구소련으로부터 720만 달러에 사들였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90억 원 정도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구매를 했지만 석유, 가스등의 자원은 천문...
    Date2015.11.21 Views5443
    Read More
  10.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2015 미완성 국정감사 “국정감사 종합일정 아직도 안 나왔어?!” 다들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보통 2~3일전 국감 상임위 일정이 나와야 하는데 국감 시작 전날 늦은 오후에 세부 일정이 나온 것이다. 일제히 컴퓨터 앞에서 각 회사별 국감일정 전파보고와 평소 ...
    Date2015.11.21 Views956
    Read More
  11.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얘기’되는 국정감사는 어디에? 실질적으로 국감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8일 국회의 국방위 국정감사장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한 날선 공방으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증인으로 나온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을 ...
    Date2015.11.21 Views1012
    Read More
  12. No Image

    <사이버 폭력 취재기>

    21세기 신 주홍글씨 사이버 폭력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린다. 캐나다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렸다. 몇 년 전 자살한 소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비가 내려서인지 우울함이 더 했다. 생소한 이름일수도 있고 들어본 이름일수도 있는 아만다...
    Date2015.11.21 Views1268
    Read More
  13. <지역 취재기>

    G1 창사14주년기념 보도다큐멘터리 가능성의 바다 관광블루오션 동해 (G1강원민방 홍성백 기자) 꿈과 목표 평소에 수중촬영에 관심이 많아 회사업무와 교육을 병행하여 현재 모 단체의 인스트럭터로 있고 마찬가지로 인스트럭터인 유세진 선배와 함께 수중팀...
    Date2015.11.21 Views5269
    Read More
  14.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 정두운 / YTN제주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1. 멋진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ENG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묵묵히 가야 한다. 해발 1950미터 한라산 촬영이라도 잡힐 때면.... 1500 고지 능선을 숨이 막혀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움켜잡고 오백나한 영실기암...
    Date2015.11.23 Views5142
    Read More
  15. <YS장례 취재기>

    거산(巨山)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오랜만에 근무가 없는 주말. TV 전원은 꺼두고 편히 쉬기로 마음먹은 지 이틀째 날. 조용하던 핸드폰에서 뉴스 속보가 연이어 울렸다. ‘[속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얼마 전만 해도 SNS를 통해 병상에서 V자를 그리며 건...
    Date2015.12.28 Views4535
    Read More
  16. <YS장례 취재기>

    첫 국가장 그 취재현장 속에서 지난 11월 22일 새벽,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혈압 등 지병으로 19일부터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고인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고 국, 내외 많은 언론...
    Date2015.12.28 Views3318
    Read More
  17. <IS 파리테러 취재기>

    파리 테러 그 후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주말을 앞둔 파리지앵들이 긴장을 풀고 파티를 즐기던 그날 밤. 파리 시내 한복판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표적이 되었다. 불길의 상징인 13일의 금요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한 파리 시민은 아무도 없었...
    Date2015.12.29 Views4990
    Read More
  18. <민중총궐기집회> 새내기 기자의 첫 취재 현장속에서

    11월 13일, 입사하지 얼마 되지 않아 매일 양복을 입고 다니는 제게 선배가 퇴근하기 전에 와서 말했습니다. “내일은 무조건 편한 옷으로 입고 와라. 많이 뛰어야 할 테니까”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
    Date2015.12.29 Views5357
    Read More
  19.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참 회 록 -윤동주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
    Date2017.04.21 Views2044
    Read More
  20.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지난 토요일(12월17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단체의 집회 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안국역에서 경복궁 오른쪽을 돌아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오는 행진 인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만 명은 되어 보였...
    Date2017.04.21 Views1917
    Read More
  21.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여진 느끼셨어요? 좀 많이 흔들리는데요..ㄷㄷ” “잉? 난 모르겠는 디 ㅋㅋㅋ” 새벽 1시, 숙소에서 각자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날 촬영한 영상 파일을 백업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Date2017.04.21 Views180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