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1 02:39

<사이버 폭력 취재기>

조회 수 126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 Attached Image

21세기 신 주홍글씨
사이버 폭력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린다.

 

캐나다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렸다. 몇 년 전 자살한 소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비가 내려서인지 우울함이 더 했다. 
생소한 이름일수도 있고 들어본 이름일수도 있는 아만다토드.
15살의 어린 나이에 자살이라는 극한의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으려 그녀의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내리는 비만큼 마음이 무거웠다. 인터뷰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조심스런 취재였다.

 13세의 아만다 토드는 부모의 이혼과 원만하지 못했던 학교생활의 탈출구로 화상채팅을 하다가 상대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 그만 본인의 가슴을 보여줬고 얼마 뒤 그 남자가 이 화면을 캡처를 해서 다시 전신을 보여 달라는 협박에 넘어가

전신을 보여주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그 화면은 걷잡을 수 없이 세상에 퍼져 나갔고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아만다 토드는 창녀취급까지 받는 수모를 당했고 여러 차례 학교를 옮겨보고 심리적 치료도 해 봤지만 그녀를 올가멘

지독한 낙인은 지울 수가 없어서 15세가 되던 해에 자살을 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캐나다는 충격에 빠졌다.
그녀의 엄마는 딸의 죽음을 계기로 제2의 아만다 토드가 나타자지 않도록  사이버 폭력이 사라지길 바라며 캠페인에

앞장서며 활동하고 있다. 아만다의 방을 스케치 하기위해 갔더니 정말 그 또래의 소녀같이 벽에 저스틴비버의 사진이

붙어있었고 인형도 많았으며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평범하고 예쁜 아이의 방 그대로 였다.

그런 아만다가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촬영 내내 가슴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그녀의 엄마로부터 인터뷰를 한 뒤 아만다의 묘지라도 가보려 물어봤더니

아만다는 어둠을  너무나 무서워하는 아이라 화장을 한 뒤 그 유골함을 집에 두고 작은 재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녀의 엄마는 그 가해 학생들을 다 용서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과연 용서가 되는 것일까!

 

인터넷의 세상, 그 가운데서 특히 SNS(Social Network Services)는 많은 세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역사적으론 아랍의 봄을 일으켰고 작게는 개인 간의 소통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러한 순기능 뒤엔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악마의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다. 청소년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이버 왕따다. 
ㅇㅇㅇ동영상 유출, 우리는 오늘도 출처를 모르는 찌라시와 동영상을 보며 내심 재밌어하고 죄책감 없이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즐기는 세상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의 화살은 언젠가 나와 내 소중한 사람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보고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 세계에 4위인 83% 달한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SNS를 통해서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갈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퍼져나간 내용은 다시는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로 남아 죽는

그 순간까지 괴롭힐 것이며 죽고 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무서운 악마로 남는 것이다.

 

제2의 아만다 토드는 내가 될 수 있고 내 가족이 될 수 있다.

 

밴쿠버 작은 마을 연못가엔 벤치가 있다.

그 벤치엔 아만다 토드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그녀의 명복을 빈다.

 

 

 

정현석 / KBS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관성을 경계할 때 file 2020.09.11 372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file 2020.09.11 467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file 2020.09.11 443
내부의 적은 “회장님” file 2020.09.11 388
재난현장의 슈퍼맨 file 2020.11.18 345
‘큰불’로 시작된 취재 file 2020.11.18 329
50일을 넘긴 역대 최장기 장마 file 2020.11.18 426
청와대 비순방 취재기 file 2020.11.18 474
“슈퍼 태풍이 온다” file 2021.01.08 447
영상기자 디지털 팀, 뭘 만들까? file 2021.03.11 443
익숙함, 설렘 file 2021.03.11 414
코로나19, 1년… 영상기자의 소회 file 2021.03.11 560
멈춰있는 시간의 현장 file 2021.03.11 434
작년과 달리 봄의 생기가 돌지만, 사람들의 삶은 아직 file 2021.05.06 466
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file 2021.07.06 372
Olympics, Enjoy the Moment! file 2021.09.24 769
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file 2021.09.24 845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file 2021.09.24 799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들이 뽑은 2021년 10대뉴스 file 2022.01.07 465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file 2022.03.08 353
방역올림픽 속 무색해진 ‘꿈의 무대’ file 2022.03.08 378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