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3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1, 2, 3차 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 등 1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초대형 이벤트를 연이어 치러냈다. 벌써, 12월. 한 해가 패스트 포워드(FF)된 느낌이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분명히, 꼭, 바꾸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영방송 뉴스영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우리나라 뉴스영상은 종편이 급격하게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지상파3사 경쟁시절보다 더 심한 선정성 경쟁에 빠져버렸다. JTBC가 방송뉴스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지만 보도 영상에서만큼은 여타 종편과 다를 바 없었다. 정신없이 빠른 컷 전환, 현란한 영상효과, 화면 가득한 자막 등 자극적인 영상구성으로 영상 저널리즘은 황폐화되어 버렸다. 영상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시청자들을 현혹해서 채널을 떠나가지 못하게 하는 눈요기꺼리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반성의 소리도 있었지만 누구도 시청률 하락이라는 멍에를 쓰려하지 않았기에 더욱 더 악화 기로에 있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구나 공영방송인 우리 KBS가 선정성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기에 자괴감은 더 컸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더 정제된 영상으로 바꾸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영상을 스쳐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컷의 길이를 충분히 늘이고, PIP인터 뷰나 화면 분할 등 과도한 영상효과들은 과감히 배제해서 영상의 내러티브를 더 살리려 노력했다. 관행이라는 강한 관성에 의한 저항이 곳곳에서 만만치 않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외형적으로 는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영상의 내러티브를 살리는 정교한 단계까지 이르기에는 먼 여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것은 이런 노력 들이 처음에는 영상기자들에게도 공감 대를 형성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도 관행화되고 체질화되어버리면 바꿔야한다는 문제의식조차 마비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쳐야 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변화에 무감하고, 시청률 하락의 기미가 보이면 그 원인의 하나를 화끈한 그림의 부재로 분석하는 회사와 그것에 압력을 받는 데스크들. 기사는 정론을 추구하면서도 영상은 선정성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변화들이 가능했던 것은 결국 새롭게 변화하려는 KBS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열망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시작하는 것보다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렵다. 바라기는 깨어있는 시청자 국민들이 지지를 해준다면 영속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기회가 계속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변화하고 싶은 방향은 콘텐츠 가공자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방송환경은 디지털, 모바일기술의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발전 으로 미디어 유통 플랫폼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빠르게 계속 변화하고 있다. 뉴스영상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제 영상기자는 콘텐츠 의 진정한 생산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 생산, 보관만 했다 면 이제는 가공, 유통을 해야 한다. 이는 시대의 적극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끝끝내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귀를 활짝 열겠다. 보청기라도 끼겠다. 관리자만 되면 꼰대가 되는 선배들을 보고 울분을 터뜨렸던 과거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최연송 사진2.jpg

 

최연송 / KBS 통합뉴스룸 영상편집부장

 

 


  1.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한국영상기자협회 편집위원 김정은 기자(KBS)가 영상기자들 이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미래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영 상기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번 호부터 총 4편의 글을 영 상기자(협회보)에 게재한다. 제1편 행위와 ...
    Date2019.01.03 Views1077
    Read More
  2.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지난 6월 12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 교체 대...
    Date2019.01.03 Views1588
    Read More
  3.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
    Date2019.01.03 Views1310
    Read More
  4.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630
    Read More
  5. 뉴스는 건축이다

    뉴스는 건축이다 국회 의사당 기본설계 자리를 지킨 건축은 시대를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호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존재한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 시점의 방향성을 얻는다. 만약 영상기자가...
    Date2019.05.08 Views357
    Read More
  6.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
    Date2019.05.08 Views350
    Read More
  7.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 뉴스 CBS 뉴스는 기독교계 내부의 일반적인 영역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사건들이 한국 기독교계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
    Date2019.05.08 Views419
    Read More
  8.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439
    Read More
  9.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
    Date2019.05.08 Views390
    Read More
  10.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부서 생활 6개월, 이곳에 있다 보니 영상기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고민하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뉴스 영상을 책임진다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우리가 만들던 뉴스가 TV를 벗어나 여러 형태로 확장되면...
    Date2019.07.02 Views633
    Read More
  11. 기억의 상처를 안고

    기억의 상처를 안고 ▲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시커멓게 변한 한강은 점점 수위를 높이며 주변 공원들을 삼켜나갔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폭우에 취약시설이 붕괴되고 저지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
    Date2019.07.02 Views378
    Read More
  12.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현재의 MNG(Mobile News Gathering)는 고화질 원본 영상을 HEVC 코덱(H.265)으로 압축한다. 모바일 통신망(LTE, 3G 등)을 통해 송출하는‘ 저용량 고효율’ 방식을 사용한다. 불과 1~2Mbps의 대...
    Date2019.07.02 Views1067
    Read More
  13.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 아리랑국제방송 스튜디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에서 ‘국제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 중인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어느덧 개국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긴 세월이 말...
    Date2019.07.02 Views466
    Read More
  14. 이상한 출장

    이상한 출장 “카메라 기자 인생 30년에 가장 굴욕적이었어.” “오죽했으면 내가 출장기간에 억울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모를 해놨다니까.” “이런 출장 인지도 모르고 갔지.” “갔다 와서 엄청 싸우고 다신 안 간다고 ...
    Date2019.07.02 Views462
    Read More
  15. [줌인]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나열 뉴스는 독재 시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특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뉴스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그들(언론)이 가진 특권을 잃는다. 역...
    Date2019.07.02 Views495
    Read More
  16.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잡았다!”, “꿀맛!”. ‘생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모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자막이다.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촬영지에서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고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제...
    Date2019.09.09 Views328
    Read More
  17. TV, 올드미디어일까?

    TV, 올드미디어일까?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서는 순간마다 내가 영상기자가 된 것을 실감한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건의 현장마다 취재진이 몰려든다. 빼곡히 채워진 포토라인, 그 사이에 서 있을 때면 긴장감을 느낀다. 동시에 내가 영상기자란 것, 역사...
    Date2019.09.09 Views318
    Read More
  18. MNG가 바꿔놓은 풍경

    MNG가 바꿔놓은 풍경 2017년 8월. ‘혹시 모르니까.’ 전국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던 대한민국보다 조금 더 기온이 높은 필리핀으로 ARF(아세안 지역 포럼)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으로 MNG 장비를 챙겼다. 데...
    Date2019.09.09 Views558
    Read More
  19.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
    Date2019.09.09 Views471
    Read More
  20.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순간이 라이브로 전파를 탔다. 이전 라이브 영상처럼 정제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TV 화면이 보는 이에...
    Date2019.09.09 Views271
    Read More
  21. [초상권]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대호(38)라는 사람이 투숙객 A씨와의 다툼 끝에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는 추호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
    Date2019.09.09 Views38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